정부 포장재질부터 일회용 규제 밀어붙이기...제조 유통기업들은 곤혹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환경관련 시민단체 회원 및 시민들이 불필요한 포장재에 반대하는 '플라스틱 어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환경관련 시민단체 회원 및 시민들이 불필요한 포장재에 반대하는 '플라스틱 어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 최빛나 기자] 최근 비닐안쓰기, 텀블러 사용하기 등 '에코' 열풍이 불고 있지만 실상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없이는 정부와 기업체가 규제와 캠페인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부터 비닐봉투 사용억제를 위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의 시행으로 전국 2000여 개곳의 대형마트를 비롯해 매장 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일주일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슈퍼마켓 등에서는 여전히 비닐봉투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한 슈퍼마켓 소매점 종사원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도 비닐봉투 사용 줄이기에 대한 이슈가 컸었는지 모를 정도"라며 "이번 정책안에 대해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 했던 것같다. 더 많은 홍보가 있어야 소비자들도 알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현장에서는 비닐봉투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비닐봉투 줄이기를 한다는 등의 피드백을 주면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도 많아서 그냥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의 제과점도 이번 개정안의 시행으로 비닐봉투 무상 제공이 금지됐으나 동네 주민을 상대로 하는 매장일수록 소비자에게 이 같은 점을 알리기가 사뭇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소비자들에게 봉투를 제공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제과점의 특성상 빵을 살때 소비자들이 비닐봉투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마트와 다른 의미다"라며 "특히 골목에 있는 우리 제과점과 같이 동네 주민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더욱이 그렇다. 시행 첫날 비닐봉투 제공 금지라고 했다가 10개 살 빵을 2개만 사는 등의 당황스러운 상황들이 많이 노출 됐었다. 현재는 그냥 봉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질소 포장 등으로 논란이 됐었던 과자나 라면은 위와 같은 흐름에서 벗어난 분위기다.

질소과자로 이슈를 겪은 과자업계의 경우는 포장 크기를 줄이고 실 중량을 늘리는 등의 개선은 해오고 있으나 국내 대형유통 기업 제품의 경우는 여전히 과대 포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대형 마트 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과자와 이어 라면 포장도 문제가 제기 됐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라면 제품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닐의 양이상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음료 및 주류 업계의 고민이 크다.

각 업계는 트렌드에 맞는 친환경 포장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지만 제품 정체성 유지와 브랜드 이미지, 보관을 위해 유색 페트병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화 방지를 위해 갈색병을 사용하고 있는 맥주는 품질 유지를 위해 제한적으로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되 분담금 차등화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다른 재질로 전환토록 했다.

하지만 맥주 페트병의 갈색은 자외선을 막아주고 외부 산소 차단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병의 색깔을 투명으로 하거나 다른 재질로 바꿀 경우 제품의 맛이 바뀌거나 보관 자체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분담금 차등화로 인해 유색 페트병에 대한 부담금이 늘어나면 이는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칠성 음료의 칠성 사이다와 같이 페트병의 색깔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경우도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작년에 쓰레기 대란 이슈가 있으면서 롯데칠성 일부 제품도 투명용기나 종이용기로 바꿨다. 유색 페트병은 식품 안전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용기를 바꾸는 것에 대해 신중이 선택해야 한다"라며 "일부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고 해서 매출이 떨어진다거나 제품 가격을 올리는 등 이슈는 아직까지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식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친환경 적인 부분을 고려해 용기를 바꾸거나 성분을 고려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해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기업에만 요구를 하지 말고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