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훈 중앙대 교수] 정부 산하 공기업 공공부문 노사문제 전문가 위원 활동
"공공부문 파견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 거북이걸음...최근 채용비리 사건이 정책추진 발목"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초심을 되살려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동 개혁을 추진해주기를 바란다며 새해 소망을 전했다"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논의에 불을 붙인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이후로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1천여 명이 이달 18~19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1박2일 농성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치솟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사항이었던 공공부문 정규직화 역시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노사문제 전문가로 정부 산하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위해 부처별 산하 공기업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해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제”라며 “현재 한국의 다른 여건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노동환경에 낙제점 밖에는 줄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음은 이병훈 교수와의 일문일답. 

- 노동이슈가 많지만 우선 공공기관 정규직화 문제를 중심으로 짚어보겠다.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부터 관여했고 몇 기관의 전문가 위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정규직 전환 정책의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부터 자문위원으로 관여했고 작년에는 비정규 정책 전문가 포럼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또 한전과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 KDN 노사전협의체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사항이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취지는 좋았고 어느 정부 때보다 적극적이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갈등이 빚어지면서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고 양극화 문제의 중심이 있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다. 

이전 정부에서도 계속 문제가 됐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부터 전환 정책이 추진됐고 보수정부에 건너가서도 이어지기는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 연장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기 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양이나 질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과거에는 정부가 선물 주듯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거나 노동조합과 형식적으로 밀당을 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해당 비정규직 대표와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서 가이드라인을 따져보고 전환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런 식의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이 큰 차별점 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 비정규직 전환에 속도가 안내는 것 같다. 3단계 민간위탁기관은 아예 기준도 마련하지 못했는데, 어떤 점이 문제였다고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규직 전환 로드맵에 따르면 2017년 1단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2018년 2단계 지자체 산하 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자회사 정규직화 추진을 시작해 올해 3단계 민간위탁기간까지 정규직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기준 1단계 전체 전환 대상자(기간제+파견·용역) 17만4천여 명 가운데 95%가 넘는 16만7천여 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그러나 실제 전환은 10만4천여명(68.9%)이 완료됐다. 

작년 5월부터 10월 전환 완료를 목표로 진행된 2단계 정규직 전환 속도는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2단계 전환 대상인 기간제 노동자 1만1천여 명 중 실제 정규직 전환 결정이 이뤄진 비율은 13%(1490여명)에 불과했다.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경우는 4500여명 가운데 5%(230여명)만이 전환 결정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3단계 민간위탁기관은 아직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마음이 앞선 나머지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기관이 한 두 기관이 아니었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정책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현장에서 준비할 수 있었다면 혼란이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대통령이 상징적인 인천공항에 가서 먼저 발표를 하고 대통령이 찬 볼을 주워 담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다보니 어려움과 논란이 큰 것 같다.

게다가 최저임금과 민생부문, 일자리 등 경제 문제로 현 정부가 비판을 받으면서 동력을 잃어가고 있고 현 정부가 노동정책 등에서 궤도를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노동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인 것 같다. 

-중앙 공공기관들도 대부분 자회사 설립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때문에 여러 기관에서 여전히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회사가 아닌 모회사로 직고용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그에 맞는 재원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재정지원 없이 정책이 결정되고 진행됐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득과정도 거쳤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돈을 들이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하려다보니 대부분 자회사 설립안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한 한전과 한전 KDN은 어떤가? 

최근 채용비리 건이 정책 추진을 하는데 발목 잡는 부분도 있다. 한전의 경우도 자회사 설립안이긴 해도 협약식까지 진행될 정도로 추진이 빠르게 진행됐다. 노조대표들이 작년 7월에 합의하고 작년 연말까지 자회사를 띄우기로 했는데 채용비리 건 때문에 늦춰져서 한 명이라고 채용비리 건이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하다보니 늦춰지고 있다. 

과거에 자회사를 민간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이 운영되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에 거부감도 큰 것 같다. 

- 한전KDN의 경우, 한전 자회사다보니 직고용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 드문 사례인 것 같은데 전산직 직고용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전 KDN은 한전과 발전 회사로부터 발주를 받아 전산 관련 업무 수주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데 일이 끊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을 것이다. 전산 업무 자체가 향후 2년 이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노동자 대표가 애를 써서 일부라도 정규직 전환을 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아직까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 전산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도 없다보니 노동자 대표가 혼자 애를 많이 쓰는 것 같고 계약이 만료돼 일을 그만 둔 상태에서 노동자 대표로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  

- 개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탈피하고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존중이 바탕이 된 사회를 만들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공기업이 앞장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척’이 해결되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 부분에서 많이 실망했었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지나치게 많이 양산됐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끊겨진 사다리처럼 한 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를 현장에서 인터뷰하고 조사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2등 국민이라는 말을 스스로 하더라. 불안전 노동 철폐를 주장하며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비정규직을 무조건 없애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노동시장의 남용, 차별 등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해외 다른 나라들의 비정규직 개념은 어떤가?

우리가 생각하는 비정규직은 2등신분이라는 개념이 큰데 네덜란드의 경우는 그저 고용의 형태가 다른 것으로 인식된다. 

누구는 8시간 일하지만 누구는 육아 때문이든 무슨 이유에서든 4시간 일하는 파트타임을 선택하게 되는 식이다. 복지혜택은 8시간 일하는 사람은 100%, 4시간 일하는 사람은 50%를 주는 형식이고 누가 보더라도 공평하다. 

내가 인터뷰 했던 사람이 네덜란드 통계청 공무원이었는데 당시 임신 중이었다. 그는 출산 후에는 비정규직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언제든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으면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문제로 시끄러운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앞으로 4차산업 혁명이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와 다른 탈표준화한 고용 형태가 늘어날텐데 말하자면 프리랜서 같은 직군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을 정규직 못지않은 대등한 보호를 해 준다면 비정규직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또 다른 신분으로 취급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에 점수를 준다면?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등 문제 중심으로 살펴봐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문재인 정부가 하려던 정책도 시동이 꺼져가는 상황에서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에서는 번지르르 하다 할지 몰라도 노동 관련해서는 후진 적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의 문제로 ▲고용절벽과 일자리 양산을 못하는 문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문제, ▲양극화한 이중 구조 속에서 일자리 이동 사다리가 끊겨 있는 문제, ▲장시간 일하는 문제 ▲산업 안전 문제 등을 꼽았다. 

이 교수를 만나기 위해 가는 길목에서도 취재진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철회하라는 대자보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부가 초심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중앙대학교 교수 연구동에 붙어 있는 대자보 (사진=소비자경제)

- 올해 소망이 있다면? 

올해가 노동 공부하는 사람으로는 지뢰밭이 많은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만큼 현 정부가 촛불의 열망을 안고 많은 노동개혁과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다가 국민들이 아직 체감을 하지 못한다는 압박감과 여러 비판에 흔들리고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큰 것 같다. 

현 정부가 초심을 되살려 노동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촛불이 다시 켜고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개혁의 전진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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