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주류 제공)

[소비자경제 최빛나 기자] 박항서 감독에 푹 빠진 베트남에서[] 한국 소주가 큰 인기를 일고 있다. 

9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한국 소주 854만여 병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대비 약 32% 증가한 수치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만들어 낸 국가 호감도에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매직’이 더해지면서 한국 소주도 덩달아 승승장구했다. 국내 양대 소주 브랜드는 호재를 놓치지 않고 소주 전문 포장마차를 선보이고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처음처럼을 제조하는 롯데주류는 지난해 말 베트남 하노이에 소주 ‘처음처럼’ 플래그십 스토어인 ‘K-pub 처음처럼’을 열었다. 이 매장은 유명 관광지인 호안끼엠에 자리 잡았다. 지난달 15일에 열린 스즈키 컵(아세안 축구 선수권 대회) 결승전 당시 수십만 인파가 전광판을 보며 거리 응원을 펼쳤던 곳이다. 처음처럼 주점에서는 롯데주류의 술과 떡볶이 등 다양한 한국 안주를 판매한다.
 
시음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판촉 이벤트를 열어 현지 소비자와 함께 이 지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소주를 맛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처음처럼은 베트남에서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28%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약 300만병의 판매고를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한국 소주 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K팝과 함께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현지 진출했기 때문”이라면서 “젊은 고객층이 많아 찾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박항서 감독 효과가 더해져 호재를 맞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가장 술 잘 마시는 국가다. 베트남은 연간 주류 41억ℓ(2015년 기준)가 소비되는 동남아 핵심 주류 시장이다. 베트남 소주 시장은 전체 동남아 소주 시장의 3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주변국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1억명에 달하는 인구의 60% 가 30대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 세계적 주류 회사가 대부분 베트남에 생산 시설과 법인을 두고 있는 이유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3월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사업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 ‘소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교민이 아닌 현지인 위주의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위스키나 럼 같은 독한 술보다 상대적으로 순한 한국 소주를 대체재로 마케팅해 성공을 거뒀다. 2017년 하노이에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를 열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 한 병당 가격이 약 4000원으로 현지 물가를 수준으로 고가이지만 반응이 좋다”며 “2020년까지 진로포차 20곳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59억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5% 증가했다.
 
한국 소주의 동남아 수출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소주의 동남아 수출은 2015년 776만 달러에서 2017년 1255만 달러로 62%나 껑충 뛰었다.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액은 1463억 달러로 이미 전년 성적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동남아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계속되는 중국(10.4%)을 뒤로하고 일본(50.6%)에 이어 2위 소주 수출 시장(16.6%)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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