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KB국민은행이 노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19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은행의 안정적인 노사 상생관계가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2014년 매입을 시작해 이래 최근 5차로 자사주를 570만주로 매수해 종전 5.63%에서 6.4%로 확대됐다. 

예금보험공사 18.43%, 국민연금공단 9.29%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확보한 3대 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반면 국민은행 노조는 KB금융 지분율이 0.5%에 그친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자사주 보유가 애사심을 키우고 기업 가치를 향상 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이 30만 원 정도를 자사주 매입 시 10만 원 정도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직원들이 주주이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올리고 주가를 올리는 방향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자사주 매입과 애사심 고취 전략이 맞아 떨어질 수 있었던 데는 민영화, 지주사 전환을 거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사주 매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신한은행의 경우 매달 급여의 일부분을 떼어 자사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부담감이 조직 내 불만으로 새어 나오는 것만 봐도 집단과 개인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원들의 이익에 부합한 우리은행의 자사주 매입은 노사 신뢰관계를 쌓는데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우리은행지주사 출범에 앞 서 지난해 우리은행 노조가 적극 앞장서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지주회장 겸직을 주장하는 등 현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우리은행은 임금인상률 2.6%, 임금피크제 1년 연장 등의 쟁점 내용을 중심으로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반면 국민은행 노조는 검찰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재수사를 촉구하며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급기야 성과급과 임금피크제 도입 기준을 놓고 갈등을 빚다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기까지 노사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노조 파업 시 책임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한 경영진의 거취 문제도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사다. 

한편 현재는 노사가 협력적인 분위기 속에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 마저도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성과급이 쟁점이었지만 사실상 국민은행의 파업 사례는 지금껏 실적 중심의 평가주의에 몰렸던 노조원들의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은행들의 평가중심으로 성과를 달성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와 지주회장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분노는 언제든 계속 터져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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