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며 도표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며 도표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정부가 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과 관련해 노동계에 불리한 개편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체 내용을 자세하게 보고 나면 노동계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거로 기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개편안은 그간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3자가 모인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해 온 최저임금을 올해부터 '구간설정위원회'의 구간 설정을 거쳐 '결정위원회'가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됐던 소모적 논쟁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장관은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며 “구간설정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운영해 최저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과 분석을 할 것이란 점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직접 당사자를 배제한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 “전문가들로 구성할 때 노사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30년 정도 최저임금위원회를 운영한 결과 원래 최저임금은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심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구간설정위원회는 그 문제의 해소를 위해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심의하려는 토대”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반영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어떻게 한다, 인상률이 어떻게 된다고 예단해서 말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한 이유에 대해선 그간 ’최저임금‘가 경제 현안에 있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발목이 잡혔던 만큼,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이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 됐던 만큼 이전부터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요구돼 왔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학교 사회학과(노사관계학 박사) 이병훈 교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보수정부 때는 너무 낮춰서 문제였고 이번에는 너무 높여서 문제였다”며 “설계한 내용을 보면 개선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었던 만큼 좀 더 객관적인 설정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절차적으로 사회적 대화의 형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을 차단하는 장치로 비쳐질 수 있어 입법 과정에서 더 큰 반발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을 이원화 하더라도 지금처럼 노사가 대립으로 치닫는 풍토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의 스탠스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 역시 <소비자경제>를 통해 “노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력한 어조로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 안이 수정 보완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사자도 없이 전문가들이 최소구간, 최대구간을 정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냐”라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노동자 500만 명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 뒤 “최저임금 때문에 정부가 너무 많이 공격을 받고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왜 인상이 필요한지’, ‘긍정 효과가 무엇인지’를 알리고 설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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