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A씨가 <소비자경제>에 LG서비스센터에서 일어난 관행들에 관해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 권지연 기자] LG전자 서비스센터 직고용 발표에도 LG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기본급도 책정이 안 돼 있는데다 정해진 점심시간도 없었던 LG전자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 소식은 구세주 강림보다 더 기쁠만한 소식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LG전자에서 십 수 년씩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소식에도 기쁘지 않았던 이유는 “무늬만 정규직이 될 뿐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LG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을 털어내고 진정한 정도기업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오랜 동안 LG 서비스센터 직원들에게 행해진 폭언과 착취, 심지어 탈세 혐의 의혹까지 일고 있어 그간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불신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를 알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LG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어떤 노조로 가입하느냐가 아니다”면서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LG서비스센터 직원과의 일문일답.

 - 왜 용기를 내게 됐나?

LG는 구광모 회장 이전도 그랬지만 이미지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추잡한 부분들이 많다. 삼성만 언론에 많이 나오지만 실상 LG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변화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LG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털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LG전자가 서비스센터 기사들을 직고용하겠다고 하자 내부가 더 시끌 시끌 한 것 같다. 지금 분위기는 어떤가?

직고용에 관련해서는 갑작스런 준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본사의 발표가 있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직고용이 없다고 했는데 왜 갑작스런 직고용 얘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초부터 청와대 청원에도 계속 LG서비스센터 기사들의 청원이 올라왔고 그러면서 직고용을 빨리 결정하게 된 것 같다고 노동자들은 생각한다. 

기존 노조는 어용 성격이 짙은데  대부분의 센터에서는 한국노총 가입을 강압적으로 받았다. 지금은 같은 센터 안에서도 누가 민주노총 가입자이고 누가 한국노총 가입자인지 다 아는 분위기고 센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센터들마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직원들마저 갈라놓고 있다. (나는) 강압이 싫어 민주노총 가입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노총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대화를 거의 안 하게 된다.  왜 이렇게 되어 가는 지가 많이 안타깝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도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말들이 나오던데? 현재 근무 환경은 어떤가? 서비스센터 기사들은 기본급도 없다던데?

그렇다. 능력급으로 받는데, 비수기 때는 사실상 최저임금도 못 가져가는 기사들도 있다. 게다가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난다. 기본적으로 10여일을 쉬도록 되어 있는데 하루 안 나오면 8만 원씩이 삭감된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아침 7시 정도에 나와 밤 12시 넘어서까지 일을 할 때도 많고 점심시간이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후 작년부터 점심시간이 공식적으로 겨우 10분 생겼다.

내가 안 나오면 다른 동료가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일하다 다쳐도 붕대를 감고 일하러 나오는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고 실제로 그렇게들 한다. 속된 말로 여름 성수기에는 누구 하나 죽어 나가야 멈춰질 것이란 얘기까지 할 정도다.

한 서비스센터 노동자의 급여명세서. 기본급은 0원 이다. 

-일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나?

엘지전자 모든 가전제품이 대형화 되어 가면서 위험도도 높아졌다. 그래서 2인 1조로 일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상 그렇게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장의 기사들은 허리 디스크 정도는 다 가지고 있다. 산재처리도 힘들지만 보험금이 지급되더라도 노동자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보험금이 노동자에게 지급되지 않았다면 센터의 누군가가 가로챘단 말인가?

일하다 다쳤는데도 한창 바쁠 때라 무리해서 절뚝이며 일을 하다가 인대가 끊어진 동료가 있었다. 수술 후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이지만 보험사에서 진단서를 끊어 달래서 끊어주었는데 보험사에서 나온 입원비와 병원비마저도 중간에 증발했다.

수급자가 센터장으로 되어 있는 것 까지는 확인했는데 정작 아픈 노동자는 보험금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것들은 관행처럼 이뤄지는 부분이라고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투명하게 경영이 안 된다.

-서비스센터 내 실적 압박과 스트레스 정도가 왜 이렇게 높은 건가?

본사에서 지급되는 센터 운영비가 대형, 중형, 소형별로 각기 다르다. 실적별로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투명하지 않아서 현장 기자들은 얼마가 지급되는지 모르지만 본사 납입금을 많이 내고 실적이 좋은 센터가 운영비를 많이 받을 것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LG가 알았을 거라고 보나? 

센터 대표나 장들은 대부분 LG전자에서 근무하다 내려보내진 바지 사장이다. 전국센터 80%이상이 전직LG전자임원이라고 보면 된다. LG전자가 서비스센터를 2002년 분리시킨 후 줄곧 불법도급 논란이 일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들은 서비스센터 대표들의 실적 압박과 폭언도 자주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경기도의 한 센터 대표가 ‘고객의 손가락을 부러트리고 눈깔을 파서라도 (실적을 올리라)’는 내용 ‘ 고객정보를 마음대로 접수토록 지시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재서비스는 1차는 무상으로 처리된다. 또 90일 이내 부품이 들어가지 않는 조정수리나 감성 불만 설명 건이 대부분인데 이는 재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 기사들의 개인 입금대장에 부품이 들어간 것처럼 꾸며 재서비스율을 높여 왔다고 설명했다. 

혹여 거짓으로 재서비스율을 높인 것이 들통나서나도 서비스센터 평가에서 한 건당 감점 1점을 당할 뿐 별다른 불이익이 없어서 센터 대표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관행을 일삼아 왔다는 것. 

서비스 기사가 실수로 잘못 입력한 경우 바로 잡기 위해 마련한 자체 진단 시스템을 악용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3년 전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중 하나가 폭언과 성적 발언 관련 관행을 뿌리 뽑아 달라며 여의도에서 시위를 감행했지만 당시에도 사안은 조용히 묻혔다.

한 서비스센터 직원은 “2015년 엘지전자 윤리위원회를 통해 갑질을 호소하자 해당 대표는 부당지시 등을 인정하면서도 자료 삭제를 강요당했고 내부 고발자에 대한 갑질은 지속됐다”고 털어놓았다.

내부 고발을 감행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가족을 찾아가 회유, 압박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이대로 정규직 전환이 시행된다면 과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며 "그저 노동자로서의 대우를 받으며 맘 편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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