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위례지구 A3-3b 블록에서 열린 '신혼부부와 아이들이 행복한 신혼희망타운 기공식 및 업무협약식'에서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추진경과 및 사업현황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21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위례지구 A3-3b 블록에서 열린 '신혼부부와 아이들이 행복한 신혼희망타운 기공식 및 업무협약식'에서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추진경과 및 사업현황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새해를 맞아 살던 집에서 내몰릴 처지에 놓인 전국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주거민들의 피눈물 나는 항의와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18일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우선 분양권을 포기하게 하는 독소 조항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주거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LH의 집 장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10년 공공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는 민간건설사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공택지에 건설한 주택으로 10년간 월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분양전환되는 제도다. 기존 공공임대 주택의 입주 조건은 5년이었지만 장기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전국의 10년공공임대 단지들 중에서 최초로 분양전환이 이뤄지는 첫 사례로 꼽힌다. 2009년 입주해 내년에 10년이 되는 2700세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진다. 전국적으로는 2030년까지 약10만여 세대가 분양전환될 예정이다.

새해를 맞아 살던 집에서 내몰릴 처지에 놓인 전국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주거민들의 피 눈물 나는 항의와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제공)<br>
새해를 맞아 살던 집에서 내몰릴 처지에 놓인 전국LH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주거민들의 피 눈물 나는 항의와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제공)

 

그런데 문제는 성남 판교의 경우 2006년 공급 당시 분양가 시세는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가 3억9000만~4억원대으나 이달 현재 시세가 약 10억원으로 초기 시세보다 2~3배가량 뛰었다.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 가격에서 적정한 이자를 보탠 수준으로 분양 전환을 기대했으나 사업자인 LH는 입주 당시 계약서에 못 박힌 ‘분양하기로 결정한 날을 기준으로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당해 주택의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선정한다’를 고수하면서 세입자들은 쫓겨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판교 신도시 10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A씨는 “기존 5년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도 시세의 60-70% 수준에서 분양을 받는데 10년 공공임대아파트는 내년에 분양 받을 시점에 감정평가를 해 거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게 된다”며 “감정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입주민 대부분이 무주택자에 주택 청약을 10년간 붓고 들어간 사람들인데 분양 시점에 도래해 내몰릴 처지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제공)

정부가 지난 18일 10년 공공주택의 높은 분양전환 가격 때문에 내몰릴 처지에 놓인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분양 전환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주선하고, 분양을 원치 않는 임차인에게는 임대기간을 최대 4년간(주거취약계층은 최대 8년) 연장하는 내용의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원성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공공주택법시행규칙에 따르면 ‘분양전환 당시의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로 명시 돼 있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분쟁조정위원회에 감정가액 이하가 아닌 그 법정상한선인 감정가액으로 하라고 아예 못 박고 있다.

국토부의 저리대출 방안도 입주민들을 빚더미에 앉히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대출 금액이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오를 대로 오른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금을 갚아 나가야 하는 부담이 적잖을 수밖에 없다. 

대출을 원치 않을 경우 계약 연장을 하는 방법이 제시됐지만 이는 우선분양주건권을 포기하는 것을 선결 조건으로 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판교 24평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들은 건설원가 1억7천7백만원 중 5천7백만원은 보증금으로 납부했고 1억2천만원은 기금 대출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재산세까지 임대료에 포함시켜 10년간 6천만원을 입주민이 부담해왔다. 결국 입주민들은 건설원가와 대출이자까지 내주고 쫒겨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어렵게 건설원가와 대출이자, 재산세를 감당해 왔는데, 결국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데 이용만 당하는 꼴이 됐다"며 허탈해 했다. 

전국LH중소형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김동령 대표는 “공공택지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10년 공공 임대주택에는서는 배제하고 있다”며 “이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 돈으로 건설사 폭리만 취하는 형국”이라고 호소했다. 

연합회가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수차례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LH측은 “국토부의 법령을 따라가는 것이어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집걱정없는 세상의 최창우 대표는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주거 공공성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LH가 집 장사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LH가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10년 전 계약에 고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초기 계약대로만 고집한다는 것은 주거 공공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주거에 목말라 있는 서민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최 대표는 “특히 민간주택업자들도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 첫 사례인 판교의 선례를 따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LH가 지금껏 부족했던 공적 지원자금과 방만운영으로 인해 발생한 적자를 10년공공입대주택 입주민들의 희생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LH 내부비리와 누적손실, 택지 유출 사건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LH가 지난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폐지되거나 청산이 결정된 LH 출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규모 건설사업의 자금조달 금융기법) 회사을 지금껏 운영하면서 발생한 누적손실은 1조3000억원(LH 출자금 범위 내 1619억원)에 달한다.  적자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LH 출신 PF회사 사장들의 연봉은 평균 1억8400만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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