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사태, 발암물질 생리대, BMW 화재, 투명치과 사태 등 2018년에는 유난히 굵직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많았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2018년은 유난히 굵직한 소비자 이슈가 많았다. 세상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소비자경제가 올해 한국 사회를 달군 7대 주요 이슈를 쟁점별로 정리했다.

◇소비자집단소송제의 필요성 대두 

라돈 침대 사태, 발암물질 생리대, BMW 화재, 투명치과 사태 등 굵직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많았던 2018년이었다.

워낙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굵직한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소비자단체들도 정신없이 바빴던 한해이었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은 그 이미지 손상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게 됐지만, 시간이 흘러 잊혀지기만을 기다릴 뿐, 막상 피해를 입은 소비자 구제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와 소비자단체 등이 ‘소비자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소비자단체 등은 집단소송 법제화를 위해 9월 17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회앞에서 릴레이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실정에 맞는 소비자집단소송제 도입을 기대해 본다. 

◇ 라돈 공포 확산..."우리집은 안전할까?"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침대뿐만이 아니라 마스크, 베개, 각종 생활용품에 이어 아파트 대리석에서까지 검출되면서 ‘라돈 공포’가 한바탕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소비자들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라돈 측정기’를 빌리기 위해 줄을 이으면서, 자신의 안전성을 직접 점검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반면, 환경부는 공동 주택의 실내 공기질과 관련한 기준을 운영할 뿐, 건축자재 자체에 대한 방사선 등 유해물질 검출 기준이 별도로 없어 주민들과 시공사 또는 지자체 사이의 마찰이 빚어져도 뚜렷한 해결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향후 건축자재 방사선 등 유해물질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데 그쳤다.

◇ 보험사들 과소지급 문제 수면 위로 

즉시연금과 암보험금 미지급 논란으로 생명보험업계에 반발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올해 하늘을 찔렀다. 7월부터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납부하고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은 보험사가 매달 가입자에게 주는 이자에서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한 사업비 재원을 공제했다는 내용을 약관에 기입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에게 마땅히 해야 할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시연금 판매 보험사에 과소지급분 일괄 지급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이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여기에 암보험금을 미지급한 보험사들을 상대로 암환자들이 눈물나는 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는 보험사들이 암보험 가입자들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하지 않자 민원인들이 금감원에 단체 민원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풍요롭지만 불안한 먹을거리 고민 

지난해 살충제 계란으로 한바탕 난리를 치렀지만 올해도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내지 못했다. 일부 농가가 생산한 계란에서 피프로닐 설폰이라는 대산산물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면서 식약처가 부랴부랴 해당 계란을 수거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식품 달걀만 문제였던 게 아니다. ‘유기농’을 내세워 맘 카페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미미쿠키가 실상 코스트코 제픔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내 아이에게 좋은 간식을 먹이고 싶다”던 엄마들의 마음에 깊은 빡침을 안겼다. 

남양분유의 코딱지 혼입 논란 역시 업체가 기자들에게 생산 공장까지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유아용 분유에 이물질이 혼입됐다는 엄마들의 아우성은 맘카페에 식상하리만큼 자주 올라오는 단골 이슈인 탓이다. 풍요로운 삶 속에서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사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노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환경에 빨간 불...“이민, 남얘기 아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삼천리 금수강산’은 옛 이야기가 됐다. 맑은 날은 손에 꼽힐 만큼 미세먼지가 심각해졌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등이 올해 불티나게 팔렸다. 

◇ 기업 갑질에 윤리적 소비자 의식 '활활'

대한항공 오너가의 물컵 갑질을 비롯, 올해 기업들이 직원,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자행한 갑질은 국민을 들끓게 했다.

갑질은 욕설이나 폭력으로만 드러난 게 아니다. 상생은 뒷전으로 한채 자신들의 배만 불려온 본사 갑질에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기 위한 외침이기도 했다.

의식 있는 소비자는 갑질을 행한 기업에 불매운동으로 맞서며 응징하기도 했다. 이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두려워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발현되는 방법이기도 한데 2019년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소비 패턴이 말해 주듯 소비자들은 이제 무조건 유명한 제품을 선호하지 않거니와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만을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의 패턴도 벗어나는 분위기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의 윤리성까지 꼼꼼히 따지는 윤리적 소비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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