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신지식인

[소비자경제신문=칼럼] 갈등(葛藤)은 칡(갈葛)과 등나무(등藤)의 합성어다. 칡은 왼쪽(시계방향)으로 감아 돌고, 등나무는 오른쪽(시계반대방향)으로 감아 올라간다.

이 두 식물의 특징은 뿌리가 깊어 잘 뽑아지지도 않고, 줄기가 질겨 잘 끊어지지도 않으며, 각기 감아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이고, 예외 하나 없이 한 줄기, 한 부분도 어김없이 일정하게 자기 방향만을 고수한다.

그래서 칡과 등나무가 한 번 엉키면 도저히 풀 수 없는 갈등(葛藤)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갈등도 이와 같다. 누구나 어디서나 갈등은 있고 그게 인간의 숙명이다.

칡과 등나무같이 인간사회에서도 두 사람 이상 모이면 반드시 이익이 충돌한다. 본능이나 감정의 충돌, 생각이나 의견의 충돌, 이념이나 종교의 충돌 등이다.

회사 조직에서도 수평간 갈등, 상하간 갈등, 부서간의 충돌이 존재한다. 그래서 갈등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갈등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도 없다. 갈등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칡과 등나무처럼 서로 다른 ‘다름의 충돌’이며 그냥 우리네 삶의 하나의 형태다. 삶은 갈등의 연속이고, 갈등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일어난다. 누구나 갈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갈등은 저마다 특성이 있고 고유한 구조가 있다. 그래서 갈등을 알아야만 갈등을 풀 수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의식주같이 생존에 필요한 것 외에 사회적 존재로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기본적인 4가지 욕구가 있다고 한다. 안전(Security), 정체성(Identity),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 인정(Recognition)이다. 이 네가지 기본적 욕구가 억압되거나 침해되면 반드시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이런 갈등의 과정에서는 늘 대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측면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서로 밀고 당기는 대립과 조정의 과정에서 협력도 가능해지는 것이고, 인간관계의 이해 폭과 깊이가 더해질 수도 있고, 좋은 전환점이 되어 생산성도 향상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통상 갈등에 직면하면 마주하기보다는 피하려 든다. 사람들이 갈등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을 회피하는 이유는 세가지 정도다.

첫째, 오래 얘기하면 부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란 두려움이다. 둘째, 상대방의 부정적 말, 공격적 언어, 신체적 공격성향 등 공격성에 대한 공포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스킬 부족, 말주변 부족, 말로 이길 수 없다는 자신감 결여, 무력감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르는 척하기, 아닌 척하기, 자리뜨기 등 소통을 회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장은 조직원들의 이런 심리상태를 간파하고 팀간, 부서간, 개인간의 감정을 조정하고 때로는 강제로, 때로는 부드럽게 회식자리를 마련하는 등으로 완급을 조정해 가면서 풀어가야 한다. 

이러한 갈등의 특징을 감안한 조직의 갈등 예방법 몇 가지를 알아보자. 먼저 선택적 안전(Security)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결정에 의해 선택한 위험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흡연,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암벽 등반 등을 하는 사람은 생명에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로 개의치 않고 즐긴다. 반면에 강요된 선택인 경우 그보다 위험도가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반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본인에게 위험의 선택권을 주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격지근무, 처음 시도하는 사업분야 등 위험도가 있는 프로젝트나 업무의 경우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이나 인센티브로 스스로 선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다. 요즈음 청년들은 주로 1가구 1자녀 세대고 자유분방하여 통제받는 것에 익숙치 않다. 나이 지긋한 기성세대 사장들은 산업화와 독재 군부 체제하에서 통제에 익숙해 온 탓으로 다소 이런 점에서 둔감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세대들은 자유분방하고 간섭을 싫어하고 자의식이 강하다. 이런 젊은 직원들이 많은 조직의 사장이라면, 최대한 간섭을 줄이고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좋다. 그리하면 직장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창의성과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성과나 실적이 우려되는 점은 있으나 과제에 대한 중간 점검이나 직무 평가, 상벌 제도 등 정밀한 성과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업무지시에서도 청유형이나 질문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하세요"  대신에 "〜 해 주시겠어요?" 하는 식이다. 지시형 내지는 명령형으로 하는 것보다는 듣는 이에게 심리적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협상을 조정하는 상황에서도 최종안 단 한 가지를 상대방에게 제시하면 상대방으로부터 거부당하기 쉽다. 아무리 타당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제안일지라도 2〜3개 안을 제시하여 상대방이 자유의지로 선택하게 하든지 수정할 여지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궁지에 몰린 취약한 상황의 상대방일지라도 최소한의 형식만은 상대방이 스스로 결정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것으로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협상 결과를 공표할 때도 상대방이 발표하도록 양보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협상타결 이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정체성(Identity)을 파악하는 것이다. 정체성을 알아준다는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직업, 신념, 종교, 민족, 고향, 성향,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그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을 알고 인정해 주는 것이 정체성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무역업을 하는 내 친구 S사장은 외국 거래처와 만나 상담할 때 그 회사나 제품에 대한 사전조사는 물론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고 간다. 그래서 식사할 때나 상담전에 관심을 보이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면 훨씬 부드럽고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상담이 진행된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직원들 개개인의 성향, 종교, 생각 등을 평소 알아두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인정(Recognition)이다. 
“훌륭​합니다!”,
“잘했네!”
"수정씨는 우리 회사 보물덩어리야",
"수정씨가 자랑​스럽습니다"

이처럼 진심어린 말​로 인정하고 세워주는 것이 인정(Recognition)의 출발이다. 특히 사장, 임원이나 직속상사한테서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직원들은 더욱 신이 난다.

사람​은 남​에게서 인정​을 받으면 더욱 발전​하려는 욕구가 생기게 되며 행복​해진다. 이와 같이 평소의 태도나 강점, 가치관, 품성, 실적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주는 것이 인정(Recognition)이다. 리더나 사장은 이런 모든 조직 갈등 국면의 최정상에 위치하고 이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정하고 풀어가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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