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 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간사가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27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 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간사가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고, 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일명 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전부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자유한국당이 전날부터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지만 조국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까지 하는 노력을 보인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여야는 이날 김용균법 관련 핵심 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오전 원내대표 회동에서 본회의 처리로 의견을 모았다. 김용균법 본회의 재적인원 185명 중 찬성은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로 통과됐다. 

개정된 법안에 따라 앞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 대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된다. 따라서 특수고용직이나 배달노동자처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자들도 보호를 받게 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위험한 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하고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직업병 발생 위험이 큰 도금이나 수은·납·카드뮴을 사용하는 작업 등 위험수위가 높은 작업에 대해선 도급이 원천 금지된다.

다만 일시적인 작업이나,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사업주의의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경우엔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도급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또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장소는 22곳개 위험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넓혔다. 원청사업장이 아니라도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 중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까지 포함한다.

정부 원안은 “원청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였는데 재계 반발로 “지배·관리”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아울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중 구성성분 명칭과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노동부 장관 사전승인을 받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산재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부 장관이 직접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위반할 경우 현행보다 높고 정부 원안보다 낮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로 결정됐다. 하청노동자 산재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수위는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정부 원안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용자는 지금처럼 1억원 이하 벌금,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법인 대표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정부 원안은 10년 이하 징역이었지만 대신 처음 산재사망이 발생한 뒤 5년 안에 다시 법을 위반하면 기존 형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노동단체는 법안 통과를 반기면서도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20대 국회를 통과한 것은 김용균 노동자 유족들이 '다른 아이들의 죽음을 막고 싶다'며 분노의 눈물로 하루가 멀다고 국회를 찾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매년 600여명이 숨지는 건설현장에서 원청 책임이 강화되고, 화학물질 관리가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단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문제와 관련해 원청 책임과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적용받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는 여전히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업처벌 강화는 가중처벌이 도입됐지만, 하한형은 도입되지 않았다"며 "노동자가 위험 상황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경우 사업주가 불이익을 주면 처벌한다는 조항이 빠진 점은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궁극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민주노총이 요구해온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은 여전히 논의조차 없었다"고 질타했다. 

한국노총은 "위험·위해 작업에 대한 외주화가 금지되지 않아 죽음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위험·위해사업장, 생명·안전 관련 업무에는 정규직을 채용하도록 하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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