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서울 노원구 마들역 인근서 발생한 BMW 320i 차량 화재 모습. (사진=독자 제공=연합뉴스)
30일 새벽 서울 노원구 마들역 인근서 발생한 BMW 320i 차량 화재 모습. (사진=독자 제공=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장병훈 기자] 정부는 24일 BMW가 엔진결함을 축소·은폐하고 늑장 리콜 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향후 법정 공방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쇄 차량 화재의 근본 원인을 둘러싸고 BMW의 발표와 달리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내년부터 정상영업을 하려던 회사 측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늑장 리콜과 결함 은폐 의혹으로 형사고발을 당해 과징금까지 부과 받는데다 최대 1천72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추가 리콜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BMW 화재 관련 조사를 진행한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 조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BMW가 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BMW 차량에서 잇따라 불이 났지만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난 7월에야  BMW는 520d 등 차량 10만6천여대를 리콜하기로 했다.늑장 리콜로 소비자불만이 극에 달하자 국토부는 자동차연구원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 TF를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차량 화재가 발생한 근본원인은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 현상때문“이며 "제작사의 설계 결함에 의해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엔진을 식히는 '쿨러'(cooler) 안에 들어있는 냉각수가 비정상적으로 끓어 올라 쿨러에 열충격을 주었고,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쿨러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BMW는 이미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쿨러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또 2016년 11월에는 '흡기다기관 클레임 TF'도 꾸린 사실도 확인됐다.

BMW가 올해 7월에야 EGR 결함과 화재 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발표했했지만 이미 2015∼2016년 차량 화재 원인과 EGR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는 것. BMW에서 확보한 정비 이력·기술분석자료 등 문서에서도 결함 축소·은폐 정황은 드러났다.

조사단이 확인한 BMW 내부 문서에는 작년 7월부터 'EGR 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같은 구체적인 결함 내용이 등장한다.

또 올해 4월 BMW가 실시한 환경부 리콜과 현재 진행 중인 국토부 리콜의 원인과 방법이 같은 것이어서 4월에도 BMW가 엔진결함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BMW가 지난 7월 화재 우려가 있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42개 차종 10만6천317대를 리콜했지만, 이때도 동일한 EGR이 장착된 일부 차종을 리콜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BMW는 국토부에 화재 위험이 낮은 엔진 장착 차종을 제외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에도 118d 등 차량에서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기도 했다. BMW는 결국 10월 다시 52개 차종 6만5천763대에 대한 추가 리콜을 진행했다.

국토부는 이미 이뤄진 리콜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추가리콜이 필요하며 다른 설계 결함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국토부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BMW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늑장 리콜에 대해선 과징금 112억7천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과징금 규모를 두고는 '철퇴'를 맞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BMW홈페이지)

이번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에 대해 BMW는 입장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BMW는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냉각수 누수는 쿨러의 크랙(균열)으로 인한 것이지, 설계 결함 때문이 아니며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쿨러의 작동 조건은 차량이 운영되는 모든 상황에 충분히 부합되도록 설정돼 있다"고 반발했다.

또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EGR쿨러 누수가 화재 핵심 원인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늑장 리콜’ 의혹에 대해서도 “화재 원인을 확인한 시점에 바로 리콜을 개시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겪었을 불편에 대해 사과하고 이른 시일 안에 리콜 조치를 완료하는 동시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사에도 협조해 관련 의혹을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결과 발표를 계기로 단체소송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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