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나만의 묵상 시간이 필요하다면?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소비자경제신문] 이달 16일까지 예정돼 있던 윤형근 화가의 전시회가 내년 베니스 순회 전 협약을 계기로 2019년 2월 6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8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후 현재까지 10만명 이상이 관람한 전시 ‘윤형근전’은 단색화의 거목 윤형근 작가의 작고 후 최초로 열리는 전시다. 김인혜 학예사의 말에 따르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윤형근 작가의 생애에 대한 것이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윤형근 작가의 미공개 작을 포함한 작품 40여점, 드로잉 40여점, 그가 관계 맺었던 인물들과의 이야기, 아틀리에 전경, 일기, 노트, 사진, 드로잉 등 각종 아카이브 100여점, 그리고 그의 아틀리에에 소장된 고가구와 유물이 함께 전시된다. 

윤형근 작가 사후 11년 만에 최초로 공개되는 대대적인 자료와 작품 등을 통해 윤형근이 추구했던 정신세계와 예술관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게 총 4부로 구성돼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울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려낸 그의 작품 중 <다색>(1980)이 최초로 공개돼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주목받고 있다.

 

윤형근 작품 '다색'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윤형근 작품 '다색'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화가 윤형근은 1928년 청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으며 청년기를 보냈다. 1947년 서울대 미대를 입학했으나 미군정이 주도한 국립 서울대 설립안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재적 당한다. 

그 후에도 한국전쟁 중 피란을 가지 않고 서울에서 강제 부역했다는 이유로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간 복역하고 1973년 유신정권 시절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가 고초를 겪는다.

그는 1973년 그의 나이 만 45세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화가 김환기의 제자이자 사위로도 알려져 있는데 김환기는 그에게 작품의 출발점이자 넘어야 할 산 같은 존재였다. 

윤형근 화가는 평소 “빼라, 또 빼라, 그림 속 잔소리를”이라는 생각이 예술의 답이라고 늘 이야기 해왔다.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을 쪼아내며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 자신과 작품을 하나로 연결 짓는 명상의 과정 같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마치 깊은 묵상으로 이끄는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런 그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작품과 작가가 언제나 동일할 수는 없으나 윤형근 화가의 평소 말을 살펴보면 화가 윤형근 이전에 사람 윤형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피상적으로 표피가 알록달록하고 빛깔이 곱고 이런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리에 사는 것, 진리에 목숨을 거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아름다운 거예요. 그림만 잘 그리면 됐지, 그 사람 사생활은 어찌돼도 좋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인간이 바로 서야 해요. 작품이란 그 사람의 흔적이자 분신이니까. 그대로 반영되는 거예요.” (윤형근의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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