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 9.7%증가할 때 농업예산은 1% 증가율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 사항 지켜지지 않아

최현주 전 육우자조금협의회 회장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따뜻한 농정 더불어 잘사는 농업 농촌’의 내용을 담은 ‘2019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스마트농업 육성, 직불제 개편, 신재생에너지 확대, 로컬푸드 활성화, 농축산물 안전·관리 강화 등 6개 중점추진과제를 중심으로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농정 개혁을 실현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 

이처럼 ‘농업은 미래’를 구호처럼 외치며 야심찬 포부를 밝히지만 고도화된 산업 사회에서 농업은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당장 2019년 예산안을 보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과 기금은 14조6480원으로 올해 14조 4996원에 비해 겨우 1%(1484억 원) 늘었다. 국가 전체 예산을 470조5000억원으로 올해(428조8000억원)보다 9.7%나 확대 편성한 것과 비교할 때 농업 예산은 초라한 수준이다. 

그런데 수십 년간 개발과 성장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에서 어느 날 갑자기 1차 산업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언제나 존재하고 있어 소중함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공기처럼, 우리 산업의 근간이자 인간의 생명을 영위시켜주는 소중한 농업의 가치를 일깨우는 이가 있다.

바로 카톨릭농민회 최현주 안성시협의회장이다. 그는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지난 10년간 이끌었고 2011년부터 4년간 안성시의원을 맡아 지역을 돌봤다.  여러 양력이 있으나 그의 본업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산 농가를 25년째하고 있는 농업인이다. 

안성에서 태어나 안성에서 자라 여전히 안성땅을 지키는 최 회장은 “우리 농민들은 풍족하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 그저 빚만 안지고 싶고 싶다”면서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면서 생산을 촉진시켜 놓고 수입해오는 형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2018년 쌀 의무도입물량(TRQ)에 대한 수입 입찰공고를 내고 밥쌀용 쌀 3만7천톤을 포함해 18만 9천톤의 미국산 쌀을 내년 4월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을 꼬집은 것. 

최 회장은 “정부에서 권장하는 대로 농민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신뢰받는 농업정책이 됐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전했다. 

다음은 최현주 카톨릭농민회 안성시협회회장과의 일문일답. 

-안성에서 태어나 안성을 떠나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왜 정치권에도 뛰어들었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육우 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하는 일을 따라 다니며 배웠고 ‘잘 한다. 잘 한다’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고 농업을 해야 하나보다 생각했다. 축협에 들어가고도 싶었는데 금융권에 들어가서 직장생활을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농권 찾기 운동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시골에 원래 젊은 사람이 없으니 농사를 짓고 나라도 시골에 계신 분들을 대신해서 싸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가서 농민입장에서 외치는 것보다 원 내로 한 명 두 명이라도 들어가서 외치는 것이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2012년 소는 키우는 만큼 손해라면서 축산 농가들이 거센 항의와 시위를 벌였던 것을 기억한다. 현재 육우농가의 현실은 어떤가? 
전에 송아지가 1만원-2만원 할 때 농성하면서 농가들이 서울정부청사에 육우 송아지를 버려서 이슈가 됐었다. 그것도 안성에서 시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소 값이 좋다. 
한우를 출하하면 700-800만원 정도 가고 육우는 400-500만원 정도한다. 이전에 소 한 마리 출하다면 100만원 씩 까졌지만 지금은 100만 원씩 남으니 정말 많이 좋아진 것이다. 육유가 20개월 출하니까 100만원이면 두 당 월에 5만원이 남는 셈이다. 

-육우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부족한데, 설명해 달라. 한우와 무엇이 다른가? 
한우는 순수 국내산 소를 뜻하고, 육우는 외국에서 수입된 품종인데 국내에서 태어나 키운 소라고 보면 된다. 말하자면 보통 젖소라고 하면 얼룩무늬가 있는 소를 얘기하는데, 이런 수입품종 들도 암컷이 있고 수컷이 있다. 그리고 암컷의 경우에만 젖을 짤 수 있지만 수컷은 육우로 키워진다. 다시 말해 먹는 목적으로 키워진다는 뜻이다. 얼룩소(홀스타인)가 수송아지를 낳으면 한우와 같이 전문적인 사육방법으로 비육시켜 전문고기소 ‘육우’가 되고, 암송아지를 낳으면 키워서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가 되는 것이다. 

-육우자조금위원회 설립에 직접 나섰는데, 이유는?
우리나라 1차 산업은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내산 소고기 자급율은 35%에 그치고 이 중 육우는 3-5% 정도다. 육우는 공급이 많지 않아 소비가 조금만 활성화하면 되는데 육우에 대한 인식은 너무 낮았다. ‘못 먹는 고기’, ‘맛없는 고기’로 인식되고 있어서 홍보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육우농가는 조직이 없었다. 낙농육우협회가 있지만 중심 사업이 낙농이어서 필요성을 느꼈는데 협회를 만들려고 하니 예산이 없고 버거워서 자조금을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를 출하할 때 농가에서 1만2천원을 내면 정부가 1만2천원을 지원하는 매칭 지원 방식이다. 한우 320억, 한돈 250억 정도 지원에 비하면 육우지원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육우자조금 설립으로 15억 정도의 예산을 받아서 육우 홍보하느데 큰 도움이 됐다 육우자조금은 전국에 대의원이 분포돼 있어야 한다. 그들과 함께 협의해서 사업방향과 예산 등을 정해야 한다. 그렇게 육우농가의 전국 조직이 생긴 것이다. 10년 걸렸다. 현재는 육우자조금에는 전국적으로 2천 농가가 소속돼 있다. 그 농가들이 육우를 전업으로 하지는 않는다. 육우를 전업으로 하는 농가는 2-3%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안성에 육우 농가가 전국의 20%로 가장 많다고 보면 된다. 육우농가는 환경운동가들이라고 생각한다. 

-육우자조금이 생긴 후 인식이 많이 달라졌나? 향후 육우 시장 전망까지 해달라.
지금은 자조금을 통해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시식 후 “역시 소고기는 한우야”라면서 가는 분들도 많다. 탄생할 때 낙농육우협회에서 많이 도와주었다. 시작만 하게 해달라고 설득했는데, 10년을 함께 오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가 자조금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행사 통해서 육우 요리 레시피도 만들고 육우 강습도 다니고 했다 대행사 통해서 강의를 하고 그랬다. 그래서 인식도 높아졌다. 한우는 브랜드가 많은데 육우는 브랜드가 없어서 육우 고기를 팔고 싶어도 선뜻 못하는 유통 상인들이 많았고 취급하는 공판장도 많지 않다. 그런데 예전과 다르게 육우 매장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온다고 한다. 점차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반면 육우는 낙농을 쿼터로 정하기 때문에 정해진 두수가 있다. 한우처럼 마음대로 늘릴 수가 없기 때문에 전망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최현주 전 육우자조금협의회 회자이 직접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다. 

-직접 소를 키우는 일이 힘들 지는 않나? 하루 일과는?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농장에 간다. 그때부터 일을 시작하고 9시에 아침을 먹고 똥 오줌도 치우고 시설정비도 하지만 낮시간을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문제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나도 20년 전 발가락 두 개가 잘렸다. 소똥과 오줌을 퍼내다가 그만 미끄러져 발이 기계에 살짝 들어갔는데, 싹 날라갔더라.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손가락 한두 개 없는 사람도 많고 기계에 몸이 말려 사망하거나 트렉터 위에서 잠깐 졸다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우리 아내는 서울 사람인데 결혼할 때 전혀 관여 안하겠다고 했었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지켜질 줄은 몰랐다.(웃음)

-현재 축산 농가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전국적으로 가축 분뇨가 큰 문제다. 가장 좋은 것은 논에 똥을 뿌려서 순환 농법을 하는 것이지만 노인도 많은 농가에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압축해서 사용하기 좋은 비료를 쓰게 되는 것인데. 2016년 기준 국내 가축분뇨 발생량은 연간 4,699만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0년 대비 45만여톤 가량 늘어난 양이다. 발생한 가축분뇨의 70% 정도는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토지의 거름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2020년 3월부터 이 거름도 부속도라는 기준에 맞추고 살포, 이동 시에도 규정에 따라야 한다. 개별 농가가 세부적인 기준까지 지키지는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가죽분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축분처리시설, 더 멀리 나아가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지자체 중심으로 농식품부, 환경부, 외부 전문가 등이 모여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무산된다. 지역 내 축산 악취도 심해지고 공장 출입을 위한 외부차량 통행 증가, 구제역, 고병원성 AI 와 같은 병원균이 돌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 두 군데가 축분 처리장 하려고 준비했는데 다 무산됐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젊은이들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나도 아들딸이 있지만 이 힘든 일을 막상 하라는 말은 못하겠다. 그래서 안성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공장과 합산하면 안성 인구 18만 중 9천 명 정도가 외국인 노동자다. 우리농장에도 쓰리랑카 국적의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또 축산을 하면서 파와 양파, 마늘을 함께 재배하고 있는데 올 해 날도 가물고 생산량도 많아 가격이 폭락했다. 그런데 모종할 때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르면 태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국적 인력이 온다. 하루 일당은 식사 포함 7만5천원인데 요즘 건설일용직도 13만원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주면 남는 것이 없다. 그나마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밥 한공기 쌀값 300원을 위해 국회앞에서 풍찬노숙을 이어가고 있는데, 쌀목표가격은 얼마나 적당하다고 보는가?
24만원까지는 설정이 돼야 한다.  쌀 목표가격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21만6천원 얘기했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여당과 정부가 제시한 쌀 목표가격은 19만6000원이다. 쌀 목표가격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농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한 변동직불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정부는 논 면적에 따라 일정금액을 주는 고정직불금과 쌀값이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성격의 변동직불금을 병행하는데, 변동직불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이 쌀 목표가격이다. 쌀 목표가격이 높게 책정될수록 농가는 더 많은 소득을 보전 받게 되는 것이다. 
쌀 목표가격이 24만원 이래봐야 밥 한 공기 가격이 300원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원가가 245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항상 쌀을 가지고 얘기할 때 80킬로그램 기준으로 얘기한다. 10킬로그램으로 따지면 4만원 밖에 안 된다.

-밥쌀용 쌀수입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농민들 앞에서 한 공약이었는데,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농민들의 분노가 큰 것 같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으로 안성에서 시위를 해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안성에 와 농업 분야에 대한 토론을 했다. 내가 대표 질의를 했는데 쌀 문제, 여성농민들의 어려움 해결방안, 농산물 수입 문제에 대에 물었다. 그 때 남측에 쌀이 많고 북에는 히트륨같은 광물이 많으니 물물교환 하는 형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얘기했었다. 당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이제 와서 수입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다. 

-정부가 약속을 못 지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제논리다. 농업에 예산을 투자해 경제 지표를 올리기도 어렵고 표도 많지 않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농업에 관심을 두고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이해는 하는데, 농업을 무시하고 성공한 나라가 없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은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데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온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농민들이 농업을 지킨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농민들에게 농민 수당을 주는 것이 아니겠나. 
농산물로 식량 안보를 지켜주고 쌀농사를 지어서 벼가 생산하는 산소도 얼마나 많은가.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단. 그럼에도 경제논리, 정치 논리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린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농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농업발전에 투자하는 일이 참 힘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에 대한 준비를 너무 못하는 것 아닌가싶다. 
필요성을 느끼고 의식은 있지만 그에 대한 준비를 못하는 것 같다. 물론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농업진흥청이 GMO 시험 재배를 하는 것인데, 시험 재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보급을 한다는 것 아닌가. GMO는 재앙이다. 산업 적폐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5차 산업, 6차 산업 활성화를 강조하는데? 
농민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다. 나에게도 계속 5차 산업, 6차 산업을 권하는데 허황되다고 생각한다. 안성 테마마을도 거의 다 망했다. 도시 사람들이 처음엔 체험한다고 와도 사실상 큰 메리트가 없다. 게다가 농민들에게 그런 여력이 어디 있나.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다 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러면 전문성이 없어서 다 망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은?

농민들은 큰 욕심이 없다. 그저 빚만 안 지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농민이 대접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정부에서 권장하는 대로 농민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신뢰받는 농업정책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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