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기업들이 소비자 관점에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지를 판단해 인증하는 소비자중심경영 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을 신규로 받거나 수년째 연속 받았다며 기업들이 앞 다퉈 홍보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8억원 가량의 제재를 받고 사익편취 정황까지 드러난 ‘하림’이 포함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의 인증평가 제도의 헛점이 드러났다. 

기업들이 소비자 관점에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지를 판단해 인증하는 소비자중심경영 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을 신규로 받거나 수년째 연속 받았다며 기업들이 앞 다퉈 홍보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료=한국소비자원)<br>
기업들이 소비자 관점에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지를 판단해 인증하는 소비자중심경영 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을 신규로 받거나 수년째 연속 받았다며 기업들이 앞 다퉈 홍보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 CCM인증 논란은 무엇?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14일 CCM 인증기준을 충족한 9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8년 상반기 인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CCM인증을 받은 91개 기업 중 신규 인증 16개사, 재인증 75개사이다. 

이번에 신규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 이디야(대표 문창기), 진양(대표 조영도) 등 3곳이며, 대기업은 강릉관광개발공사(대표 최명길), 하나은행(대표 함영주),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 등 13곳이다. 

2019년 1월 1일 기준 CCM 인증기업 총수는 대기업 124곳, 중소기업 46곳 등 170개 기업이 됐다.

CCM 인증제도는 기업이 소비자 관점에서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제도로 지난 5월 소비자기본법이 개정될 당시에 이 내용을 포함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학계에서는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펼친다는 말은 그럴싸하지만 기업경영을 인증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시스템시스템 인증이면 모를까. 기업 경영을 인증하는 것부터 무리”라면서 “인정의 개념조차 제대로 설정이 안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내용도 부실하다”면서 "평가 항목을 만든 한국소비자원도 자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인증 평가 기준 지표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데...  

CCM 인증 제도가 문제 되는 것 중 하나는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CCM인증 평가 항목을 보면, 최고경영자가 소비자경영 마인드와 리더십을 갖추었는지, 소비중심경영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자원,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추었는지, '고객의 소리'와 같은 소비자 불만 사전 예방 및 사후 관리 등의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등을 살펴본다. 

CCM 인증 제도가 문제 되는 것 중 하나는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대부분 정량평가보다는 주관적 판단에 의해 갈릴 수 있는 정성평가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인증을 평가하는 위원들이 얼마나 공적 자격을 갖추었는가도 알 수 없다. 

공정위도 평가 기준 지표가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지적에는 인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평가 기준 지표는 기업 특성이나 여건을 반영하기 위해 포함한 것인데 인증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고 기업들도 대응이 어렵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서 지표는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공정위에 따르면 평가 위원은 학계와 소비자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소비자경제>가 CCM인증 제도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신력을 갖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에 위원 구성을 확인코자 했지만 공정위는 “비공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도 국제표준화기구(ISO)이 규정한 ‘품질경영시스템’과 비교할 때도 심사원에 대한 공적 자격 인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 기업에 면죄부 주는 수단으로 변질 될 수도 

기업이 CCM 인증을 받고자 할 경우 1년 동안 공정위가 지정하는 CCM 관련 교육을 10시간 이상 이수하고, 최근 2년간 소비자 관련법과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위반으로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를 받지 않아야 한다.

또 '고객의 소리'를 운영해 소비자 불만 사전 예방 및 사후 관리 등 소비자 중심 경영 체계를 확립한 후, 평가단으로부터 평가 대분류 항목별 80% 이상(총점 80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평가비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신규평가 6백만원, 재평가 4백만원의 비용이 들고 중소기업의 경우 신규평가 20만원, 재평가 15만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공정위에 CCM인증을 신청했다 탈락한 숫자는 올해 인증을 받은 91개 기업 중 단 두 곳 뿐이다. 재인증을 받은 75개사는 재인증 심사에서 모두 통과됐고 신규신청 기업 중 2곳만이 탈락했다. 

기업들이 CCM인증 획득이 까다롭다며 인증 획득을 자랑처럼 떠벌리지만 실제로 문턱은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 CCM인증을 획득한 후 얻는 인센티브가 소비자보호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점이다. 

CCM 인증을 받은 기관은 향후 2년간 홈페이지, 광고물, 홍보인쇄물 등에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고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소비자의 날 포상 추천 기업에 오르고 공정위에 신고 되는 표시광고법, 방문판매법, 전자거래법 및 할부거래법 위반 사건 중 개별 소비자피해사건은 인증 기업에 우선 통보해 자율 처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또 표시광고법 등 공정위가 운영하는 소비자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공표명령을 받은 경우, 제재 수준을 경감해 주는 등의 혜택을 준다. 

이 때문에 기업은 CCM인증을 쉽게 받고 소비자피해를 발생시키더라도 제재 수준이 경감돼 오히려 소비자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공정위 제재받은 '하림'도 CCM인증 받았다? 

최근 2년간 소비자관련법 및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9조 위반으로 시정조치 등을 받거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기업은 CCM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지표에는 ‘협력업체와 상생경영을 통해 소비자권익 증진 협업시스템을 운영하는가?’라는 항목을 포함했다. 경영 윤리 전반을 살펴 소비자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CCM인증 평가 기준 항목에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제시돼 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CCM인증 평가 기준 가운데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항목에는 '협력업체와 상생경영을 통해 소비자권익 증진 협업시스템을 운영하는가'에 대한 지표가 제시돼 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그런데 최근 갑질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고 사익편취 혐의까지 받고 있는 하림이 포함돼 논란이다. 하림은 5년 연속 공정위로부터 CCM인증을 획득했다. 

하림은 닭 사육 농가를 상대로 꼼수를 부려 닭 매입가격을 낮추는 수법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갑질 정황이 확인돼 지난 9월 20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7억9800만원을 제재받았다. 또 공정위는 닭고기 업계 1위인 하림 김홍국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26)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담합이라든지 소비자법과 관련해 시정조치를 받은 경우는 제외하고 있지만 그부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인증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력업체와 상생 경영'을 하지 않았음에도 인증이 나간 것과 관련해서는 "관련 항목이 기업 CEO의 리더십 부분에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등의 소비자관련 사안에 가점이 높게 부여되는 만큼 '협력업체와의 상생'부분에서 점수가 낮았더라도 다른 세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기준 점을 넘으면 인증이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취재진이 'CEO의 리더십 항목에서 하림이 높은 점수를 차지한 세부 항목은 무엇이었는지'를 재차 물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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