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 서울시 1금고 과당경쟁의 이면에 드리운 속사정 들여다 보니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103년간 우리은행이 금고지기 역할을 해왔던 서울시 금고 입찰에 성공한 신한은행이 시금고 관리 시스템구축이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빼가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자치단체 시금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은행들의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입찰 과정의 투명성과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우리은행 “상도덕에 어긋나” VS 신한은행 “경력직 직원 채용한 것 뿐”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에서 서울시금고 업무를 17년간 담당해 온 A씨를 상대로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A씨는 현재 서울시청지점 부지점장으로 근무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씨가 전직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금고 관련 자료를 반출한 정황이 폐쇄회로 영상에 포착됐다”면서 “신한은행이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금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전문성이 있는 직원 유치에 바빴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해당 직원은 최근 경력직 채용을 공고를 보고 지원한 인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올해 상반기 진행된 서울시금고 입찰은 신한은행이 따냈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31조8000억원 규모(기금 포함)에 이르는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게 된다.


◇ 피 튀기는 지자체 시금고 쟁탈전에 의혹 난무...서울시 금고는 어떻게 신한은행에 넘어갔나  

서울시금고는 103년간 우리은행이 지켜왔다. 

우리은행은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85년 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서울시금고를 맡아왔고 1999년 서울시가 일반 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한 이후에도 19년간 서울시금고 유치에 성공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독점논란을 감안하면서까지 시금고 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시스템구축이 쉽지 않은데다 쌓아놓은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4월 우리은행이 관리하는 '이택스'(ETAX·서울시지방세납부시스템)에 전산 오류가 발생하면서 70만 명에게 잘못된 세금고지서를 발송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시 금고 입찰이 시작되면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신한은행이 필수 제출 자료인 전산사고 이력을 누락했는데도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선정과정이 공정치 않았다는 의혹도 일었다. 게다가 신한은행이 금고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선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0년 신한은행이 용산구 1금고를 따냈는데, 우리은행에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시스템을 빌려 쓰고 있는 탓이다. 

신한은행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구금고는 시금고와 연계가 돼야 한다”면서 “당시 신한은행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리은행에 시스템 접촉 허가 요청을 했지만 우리은행이 거절해 어쩔 수 없이 서울시의 중재안에 따라 사용료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한은행이 시스템구축도 되어 있지 않다면 서울시가 사용료를 분담할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은행들이 지자체 시금고에 눈독 들이는 이유 

신한은행이 사용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용산구 1금고 사업자에 욕심을 낸 것은 서울시 1금고 사업권을 따내는 포석이었을 개연성이 크다. 

손해를 보더라도 구금고 사업권을 하나라도 따내면 올 상반기 지방자치단체 금고 중 ‘최대어’로 꼽힌 서울시 1금고 사업권을 따내기에 유리하고,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사업자권을 따내게 되면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을 끌어들일 수 있고 세출, 교부금 등의 출납 업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시, 도 공무원과 가족들을 고객으로 모객하기 쉽고 대외신임도가 높아져 타 시도금고 입찰에도 도움이 된다.

언론에 시·도금고 선정과 관련한 뇌물수수 또는 채용비리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시도금고를 관리하면서 얻는 수익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 시금고 쟁탈전 흙탕물 싸움으로 번지는 데는 관계부처의 책임도 커 

은행들의 지자체 시금고 쟁탈전이 흙탕물 싸움으로 번지는 데는 관계부처 기관들의 불투명한 행정처리가 한 몫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서울시금고 평가 항목은 총점 100점 만점에 크게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이 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이 25점(25점 가운데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능력 7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 사업에 9점이 배점됐다. 

당시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을 1점차로 따돌리고 서울시 1금고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어떤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평가 위원들도 비밀리에 부쳐진다. 

서울시 재무부 관계자는 “금융권, 학계, 재계에서 여러 명의 후보자를 추전 받고 그 중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평가 위원을 선발 한다”면서 “로비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 시금고 선정 때마다 의혹과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입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행정안전부에서도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자체 시금고를 놓고 은행들이 벌이는 과당 경쟁을 개선하기 위해 합당한 출연금 산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월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시제를 시행한 2014년 3월부터 4년 6개월간 시중은행 6곳의 출연금 규모는 총 7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 시작된 2014년 85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287억 원으로 출연금 규모가 169% 급증한 것. 

한 은행권 관계자는 “출연금도 공시돼 있는 예금 금리나 채권 금리를 감안해 직접 회계사를 고용하고 얼마를 받아야 적정한 수준인지를 산출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행자부 지침도 없다”고 꼬집었다. 

출연금 산출 기준이 없다보니 무조건 큰 금액을 제시하는 은행에 높은 점수를 주고, 은행들은 시금고 사업자권을 따내는데 들어간 출혈을 매우려다 보니 다른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시금고 출연금을 놓고 시중은행들의 과열 경쟁에 대해 "철저하게 따져서 관리하도록 하겠다"며 "시금고 선정 시 예상되는 매출액에 대한 추정치 같은 근거를 제시하게하고 사후적으로도 비교가능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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