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경영전략컨설턴트

[소비자경제신문 칼럼] 요즈음 주변에는 박사 내지는 전문가들이 많다. 나는 종종 그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자기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아는 척하는 인물들과 접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 사실 박사학위는 특정산업 특정사안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박사가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장롱’박사, ‘우물안’박사가 되고 만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자연과학 분야는 조금만 방심하면 트렌드를 놓친다. 인문학도 좁은 범주에서는 유행을 따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즈음 박사학위 유효기간은 ‘6개월’도 채 안 되는 것 같다고 푸념들 한다. 그만큼 기술과 정보의 발전 속도가 지식습득 속도보다 빠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SNS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아마존의 슬로건은 ‘당신이 내일 주문할 물건을 오늘 배송합니다’이다. 이 사람들은 당신이 내일 주문할 것을 미리 알고 있다. 이제 SNS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인간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2016년 옥스퍼드사전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가 ‘탈(脫)진실(post-truth)’이었다. 우리는 진실이 가려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실(fact)보다는 감정과 감성을 앞세우는 흐름이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도 순식간에 퍼진다.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없이 다운로드 받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트럼프 현상, 브렉시트(Brexit) 등이 '탈진실'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지성적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항상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블로그, 트위터에 글을 쓰며, 잡담을 나누고 논평한다. 마치 실제 보고 읽고 감상하고 들은 것처럼 올리지만 사실은 대충 훑어보고는 제대로 읽지도 않고 기사를 공유한다.

그러면서도 높은 검색순위로 올라온 것들이라면 그 내용에 무관하게 그것들을 신봉하고, 다수의 의견이 ‘사실’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낸다. 언론은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팔릴 만한 뉴스,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흥미롭고 자극적인 뉴스에만 치중하고 있다.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과잉과 정보 평준화시대에는 모든 소식이 보편화되어 합리적 사고와 판단보다는 정치적, 종교적 여론의 극단화 현상(집단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철학자 마이클 린치는 지금의 이런 상황을 구글노잉(Google-knowing)의 시대라 정의했다.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습득 방법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정보처리 과정은 제한된 데이터로 빠른 추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생존에 유리하게 기여했다. 하지만 많은 정보에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에 취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지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신문 글자를 다 읽었지만 지금은 그냥 스캔하거나 무작위로 정보를 다운로드하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정보의 양은 많은데 사고를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자율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힘을 상실하면 변화와 속도에 적응하기 어렵게 된다. 나아가, 전화, 자동차, 시계, 안경의 초연결성은 모든 것의 인터넷, 인간 인터넷(The Internet of Us)이 되었다. 이렇게 인간과 인터넷의 관계가 점점 더 친밀해지게 되면 편안함을 가져다주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생각 능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나는 가끔 TV채널에서 과거 명작이라고 소개하는 영화나 소설 등을 보고 적잖게 실망하곤 한다. 이런 영화가 어떻게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아마도 그 시대에는 대중들이 즐겨하고 그래서 많이 팔리고 인기 높았을 터이니 명작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또, 요즈음 영화중 천만관객 돌파했느니 하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작품들 중에서도 수준미달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쿼터제 등 유통사들의 상업적인 머니게임의 결과일 수도 있고, SNS를 활용한 마케팅효과일 수도 있고, 세대별, 개인별 취향 탓도 있을 것이다.

세상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식이 무용지식(無用知識, obsoledge)으로 바뀌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오늘날 기업과 정부, 개인은 알게 모르게 전보다 더 쓸모없어진 지식, 즉 변화로 인해 이미 거짓이 되어버린 생각이나 가정을 근거로 매일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특히 조직의 리더, 사장은 쓸모없는 정보를 버리고, 유용한 것들을 골라내는 정확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 무용지식(obsolete+knowledge)을 구별하는 능력이 곧 그의 성공과 부(富)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어떤 보고서를 완성할 때쯤이면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보고서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많은 과학상식들이 뒤집어지는 등 어제의 진실이 오늘의 허구가 되어가고 있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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