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에 결정 철회 및 자진 사퇴 요구 목소리도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사진=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지난 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결정에도 녹지병원 조건부 개설을 허가하면서 국회와 시민단체, 의료계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6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직접 만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와 관련한 허점을 짚으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의 진료 대상은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에 국한되어 내국인 진료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러한 조건부 개설허가와 관련, 내국인 환자가 응급상황 등으로 녹지국제병원에 방문했을 경우 내국인 진료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최 회장은 “의료법 제15조에서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면서 “의사의 직업적 책무성이 있는데 과연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내국인 진료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했다.

특히 최 회장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사망 또는 다른 중한 질환 발생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영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진료의사 구속사태 등을 미뤄볼 때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법원에서 진료거부 금지 조항 등의 의료법을 잣대 삼아 의사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문제로 그 동안의 가이드라인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최 회장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만약 녹지국제병원에서도 맞을 수 있다면 국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느끼게 될 것”이라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영리병원 첫 허용으로 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제도의 내실화가 강조되었다. 최 회장은 “영리병원 개설 허가 이전에 기존 건강보험제도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라며 “법적으로 건강보험제도가 내실화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국내 의료 현실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값싼 의사를 수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고 건강보험제도에 문제가 많다”라며 “핵의학과의 경우 올해 전공의 모집 결과 1명밖에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러다가 10년 후에는 핵의학과 전문의가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영리병원을 견제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적정한 수가 보장이 선행되지 못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 동석한 강지언 제주도의사회장도 의협의 주장에 동의하며 “많은 우려에도 개설이 강행된다면 진료범위 내에서만 녹지국제병원이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조례에 분명하게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제주도에서 의료계의 전문가적 의견과 판단이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데 제주도, 의협, 제주도의사회가 참여하는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망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의협이 제기하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충분히 보완하는 장치를 만들었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원 도지사는 “앞으로 조례 제정이 남아있는데 의협과 의사회에서 전문가적 의견과 자문을 많이 해주면 적극 반영해 내국인 피해가 없도록 하겠고 진료범위를 넘어 내국인을 진료할 경우 개설허가를 취소할 것”임을 약속하며 의협의 주장대로 건강보험제도 내실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 등 보수정권에서부터 10여년간 개설이 시도되다 국민 반대로 무산된 영리병원 녹지병원 설립이 영리병원 철폐를 주장한 문재인 정부에서 허용된 것에 국회,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들의 공분이 이어지면서 사태를 수수방관한 중앙정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보건의료노조, 의료연대본부, 의료산업노련 등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녹지병원 설립을 허용한 원희룡 도지사의 녹지병원 허용 결정 철회와 자진 사퇴, 향후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는 법과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제주도 외 전국 각지의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 등에서 같은 방식으로 영리병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추진될 것을 우려하며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의료영리화라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중앙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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