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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의 가루약 조제 거부에 속 끓는 환자들…해법은?
약국의 가루약 조제 거부에 속 끓는 환자들…해법은?
환자 30% “약국서 가루약 조제거부 당해봤다”
  • 곽은영
  • 승인 2018.12.06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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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고령 환자나 영유아 환아, 삼킴장애가 있는 경우 알약 대신 가루약 복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나 보호자가 장기간 가루약 처방이 필요해 일부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에서 가루약 조제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법 제24조에서는 약국에서 조제에 종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조제 요구를 받으면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 법률상 조제약 거부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가루약 장기 처방전이 약국에 다량 몰리면 조제에 투입되는 시간•비용•인력 등이 급격히 증가해 약사가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약국의 가루약 조제거부로 일부 환자는 의료민원을 제기하거나 집에서 직접 알약을 갈아 복용하는 등 환자 의약품 접근성이 크게 침해 당하고 있다.

서울시환자권리옴부즈만은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3회 환자권리포럼을 열고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현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가루약 조제 현황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

서울시환자권리옴부즈만은 서울 소재 문전약국 128곳 전화조사, 환자 및 보호자 323명 이메일 설문, 약사 10명 이메일 설문 등으로 가루약 장기조제 실태를 조사했다. 

문전약국 전화조사 결과 서울 소재 13개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128곳 중 45.3%에 해당하는 58곳이 가루약 장기조제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54.7%인 70곳이 조제 ‘가능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가능 사유는 처방약을 미처 구비하지 못했거나, 가루약 조제 기계 미보유,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오지 않아서 순으로 나타났다. 가루약 조제기가 고장 났거나 다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졌다는 답변도 있었다.

조제 불가능 약국 중 환자에게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다른 약국을 안내해주는 곳은 14곳에 불과했다. 가루약 장기 조제가 가능하다고 답한 약국 중 환자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답한 약국은 46곳이었다.

한편 환자 및 보호자 323명을 대상으로 가루약 조제 거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0.7%인 99명이 약국에서 가루약 조제 거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부 사유의 주된 이유는 다른 환자들의 조제 대기시간이 길어서였으며 가루약 조제 기계 미비, 처방 약 미구비, 조제 기계 고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가루약 조제 불가능 약국으로부터 다른 약국을 안내 받은 환자는 16.2%에 불과했으며 안내 받지 않은 환자는 83.8%로 집계됐다. 조제 불가능 약국의 사유 설명 친절도에 대해서는 65.7%가 ‘친절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히 설문에 응답한 환자들은 주관식 문항에서 정확히 소분되지 않은 가루약 용량에 대한 불안감, 가루약 조제 믹서기 세척 우려, 가루약 조제 거부 사유 불분명을 추가로 답했다.

약사들은 가루약 조제와 관련해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약사 10명 중 2명이 조제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조제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는 가루약 성분 혼합으로 효능 변경 등 안전성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이 외에 가루약 조제 건강보험 수가 체계 미흡, 조제 시간 장기화, 약사 건강 위협, 가루약조제기 구입 문제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주관식에서는 6개월 이상 장기 가루약 조제 수가 미흡, 가루약 조제 용량 정확도•위생 문제, 다른 환자 대기시간 장기화 문제, 가루약 변질 시 배상책임 등이 조제 거부에 영향이 미친다고 답했다.   

약사들은 정부 차원에서 가루약 조제 관련 건강보험 보상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제약사에서 산제, 현탁액 제형으로 약을 제조 공급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일부 약사는 가루약 조제기•설비 등 비용 지원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약사에게 가루약 제형을 추가 개발•생산토록 하는 것은 현행 의약품 허가 정책상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엄승인 상무는 “제형을 바꿔 출시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제한점이 많다”면서 “제약사가 치료제 임상을 할 때 다양한 안전성 시험을 하는데 제형은 최적의 상태로 약물이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결정되므로 이를 가루약으로 조제했을 때의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약국의 가루약 조제 거부 책임을 약국에만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루약 장기 조제는 의사, 환자, 약사, 제약사, 정부 등 다양한 층위가 엮여 있는 만큼 단편적으로 약국에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의사, 약사, 환자, 정부 등이 다각적으로 조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약물정책과 윤병철 과장은 일본의 주사제 전문약국 등의 제도를 예로 들며 “가루약 전문약국을 지정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안이 나왔는데 그럴 수도 있다”면서 “가루약 조제 시 의사, 약사, 환자, 제약사 등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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