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영리화 시발점 될 것” vs 제주도 “운영 상황 철저히 감독”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3일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3일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도 녹지병원의 설립 허가가 내려졌다.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는 5일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진료 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과로 제한했고 진료 대상은 외국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했다.

제주도 측은 조건부 개설되는 녹지국제병원에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측은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영리화 시발점"  

대한의사협회는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대해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강력 반대를 선언했다.

의협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개원 반대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외국 투자 자본 유치 목적만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내 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녹지국제병원이 현행 의료체계의 왜곡을 유발하고 국내 타 의료기관과의 차별적인 대우로 인한 역차별 문제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의협은 외국 투자 자본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은 국내 기존 의료기관처럼 환자의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수익창출을 위한 의료기관 운영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

의협은 “외국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본연의 설립 목적을 벗어나 국내 의료체계를 동시에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이는 개원을 허가하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이를 방관한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협은 “최근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및 문재인 케어를 통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 비급여 비용 지출을 감소시키려는 것과 달리 영리병원의 진료는 내국인의 건강보험 미적용 및 환자 본인이 전액 비급여 부담을 떠안게 됨으로써 정부의 추진 방향성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환자 등 유치에 관해서도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미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외국 투자자본을 활용해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현행 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또 “제주특별자치도는 외국의료기관의 개원을 통해 지역 내 타 의료기관들과의 역차별 및 마찰을 이끌어내지 말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제주도의 행태를 방관하지 말고 외국의료기관 유치에 따른 국내 보건의료체계 위협을 차단하도록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출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으며 동 회사가 총 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7월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했다. 이어 의사 등 인력 134명 채용, 8월에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네 차례의 심의회를 거쳐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한 허가 필요성을 제주도에 제시했으며 올해 2월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가 제주도에 제출됐다. 그러나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지난 10월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불허권고를 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불허권고를 하는 한편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의 전체 기능 상실을 방지하는 제반 행정조치를 마련하고 도 차원에서 기존에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을 함께 제언했다.

불허권고에도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녹지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라는 결론을 내린 제주도 측은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과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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