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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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최 모씨는 “어제 갔던 음식점 가격표가 오늘 갔더니 바껴있었다. 최근 6000원짜리 백반이 8000원까지 올라 웬만하면 집에서 식사를 하려고 한다”라며 “집에서 차리는 식자재 물가도 만만치 않게 올라서 이만저만 부담스러운게 아니다”라고 했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김장 철을 맞이해 배추 등의 식재료 뿐만 아니라 외식물가가 널뛰고 있어서다. 전기요금 등 공공 물가는 2% 이하로 안정세를 보이지만 외식물가는 무섭게 뛰어오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에 따른 식자재 공급 불안,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임대료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외식물가가 우상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떡볶이, 짜장면, 치킨 등 국민 간식 사상 최대 폭으로 가격 상승

통계청에 따르면 1∼10월 외식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 폭(2.4%)보다 0.3%포인트 높은 것으로 2011년 1∼10월(4.3%)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외식 물가지수는 짜장면·김치찌개 등 서민들이 자주 소비하는 음식 39개 품목의 물가를 측정한 것이다.

떡볶이는 올해 1∼10월 5.1% 올라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에 달했던 2011년 1∼10월(4.7%)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갈비탕(5.9%), 짜장면(4.4%), 볶음밥(4.0%) 등도 2011년 당시 물가상승 폭에 근접하면서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식재료인 쌀 등 곡물 가격이 상승한 게 외식물가 급등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올해 쌀 가격은 10월까지 1년 전보다 27.5%나 오르면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외식물가와 식자재 상승세는 최근 2%를 밑돌고 있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0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 폭(2.1%)보다 오히려 더 축소됐다. 전기요금 등 공공 물가가 내려간 영향이다.

외식물가뿐 아니다. 폭염에 이른 추위까지 겹치면서 외식물가의 근원이 되는 채솟값도 급격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6대 도시의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김장재료 15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김장비용(4인가족 기준)은 작년보다 13.9% 오른 35만2천750원으로 집계됐다.

원재료 상승 등을 이유로 가공제품들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15일 새우깡, 양파링 등 스낵류 전체 23개 브랜드 중 19개의 출고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출고가격 기준 새우깡(90g)은 6.3%, 양파링(84g)·꿀꽈배기(90g)·자갈치(90g)·조청유과(96g) 등은 6.1%, 프레첼(80g)은 7.4% 인상했다. 일부 제품은 중량을 줄여 실질적인 인상을 단행했다.

팔도도 이달부터 컵라면 왕뚜껑의 값을 1천50원에서 1천150원으로 9.5% 올렸다. 스테디셀러인 비빔면도 4.7% 가격이 상승했다.

우유 가격도 줄줄이 상승하는 중이다. 8월 서울우유가 L당 우유 가격을 80~90원 정도 올린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남양유업도 4.5% 가격을 인상했다. 해태제과 부라보콘과 롯데제과 월드콘은 지난달 가격이 200원 올라 1천500원이 됐다.

가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치킨업계도 일부 가격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BBQ는 '황금올리브'를 기존 1만6천원에서 1만8천원으로 2천원 인상하는 등 3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2009년 이후 9년 만의 가격 상승이다. 기본 프라이드치킨값이 1만8천원인데, 2천원의 배달비를 포함하면 2만원이 되는 셈이다.

◇ 경기 불안정, 최저임금 인상…외식물가 계속 오를 것

미·중 무역전쟁으로 사회경제가 불안정하고, 국내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외식물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제시했다. 이는 2.7∼2.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보다 증가율 전망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총수요 부족 등으로 충분한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 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2.7%보다 낮은 2.6%로 전망했다. 숫자상으로 내년에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올해보다 더 낮아졌다는 점에서 0.2∼0.3% 정도 경기 둔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한다"라고 전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회복이 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재고가 급증하고 있어 내년에는 전반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최저임금 등 노동비용 상승과 원활하지 않은 식료품 공급 탓에 국민이 체감하는 외식물가와 식료품 가격은 오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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