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3M 수석부회장 이어 홍범식 등 3명 외부인사 영입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정기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서 그간 전통적으로 이어져오던 내부 승진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LG)

[소비자경제신문=오아름 기자] 순혈주의를 고수해온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핵심 요지에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사장단과 임원 인사의 특징은 내부 승진 인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부영입을 통한 실용주의 인사 기조가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이 ‘뉴 LG’건설함과 동시에 미래' 사업 강화에 방점을 두고 혁신과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권영수 ㈜LG 부회장(전 LG유플러스)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전 ㈜LG)을 맞바꿔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번 계열사 인사단행에선 지주회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 정기인사와 조직은 구광모 체제가 나아갈 비전과 목표를 엿볼 수 있는 청사진의 얼개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LG그룹의 면모를 새롭게 변화시켜 갈 것으로 주목된다.

◇LG그룹, 고위임원 3명 외부서 영입

이번 정기인사에서 지주사인 ㈜LG는 권영수 LG 부회장 아래 팀장급 임원 10명이 전원 교체된 것이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는 그룹 전체 사업 구조를 재편해 혁신 역량을 보강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 그럴 것이 ㈜LG에서만 3명의 고위임원이 외부에서 수혈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홍범식 베인&컴퍼니 한국 대표는 ㈜LG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영입됐으며,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은 자동차부품팀장 부사장에,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은 인사팀 인재육성담당 상무에 선임됐다.

홍 사장과 김 부사장이 이끄는 팀은 이번 인사에서 신설됐다. 주력 계열사 중에서는 LG전자가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를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 전무로 영입했다. LG화학도 이달 초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기업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선임했고, 이는 LG화학 사상 첫 외부 CEO다.

◇ CEO 후보군도 전진 배치

아울러 CEO 후보군도 전진 배치됐다. LG그룹 70개 계열사의 임원 승진자 수는 총 185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154명을 갈아치웠다. 

특히 신규 임원(상무) 승진자 수는 총 134명으로 2004년 GS그룹과 계열분리 이후 최대 규모로, 전체 승진자의 약 60%가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인력이 중용됐다. 반면 사장 승진자는 김종현 LG화학 신임 사장 단 한 명에 그쳤고 부회장 승진자는 아예 없었다. 

LG생활건강의 경우는 이번 인사를 통해 중국 화장품 사업을 총괄하면서 후 브랜드를 중심으로 럭셔리 화장품의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김병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화장품 연구소장으로서 차세대 럭셔리 브랜드 제품개발과 함께 기술개발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박선규 상무도 전무로 승진 시켰다. 김 전무와 박 전무는 승진 이후 각각 아시아사업총괄과 연구원장(CTO)을 맡게 된다. 또 사업과 마케팅 경험 확대를 통해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부장 보직 인사를 실시했다.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인 이정애 부사장을 코카콜라음료사업부장으로 보임하고, 코카콜라음료사업부장인 이형석 전무를 럭셔리화장품 사업부장으로 보임시켰다. 아시아사업을 총괄해 온 이우경 전무를 프리미엄화장품 사업부장에 보임했다. 

◇ 구 회장, LG전자 MC부문 사업본부장 1년 만에 교체 '이례적'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1년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 자리는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이 겸임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올해 MC사업본부는 2009년 스마트폰 출시 이래 사상 최악의 실적이 예고되는 탓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비교적 긴 호흡으로 인사를 내는 LG그룹이 1년 만에 사업본부장을 교체한 것은 이례적 경우라고 꼽았다. 

황 부사장은 사업본부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성과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그룹은 사업을 책임지는 수장들이 긴 호흡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3년 이상 자리를 지켜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과거와는 다른 기조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LG의 인사 스타일은 인화로 평가되며 성과주의에 따라 신상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 반면 부진에 따른 필벌 인사는 강도가 덜했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MC사업본부에 칼을 댄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LG전자의 임원 승진에서 56명의 승진자 중 MC사업본부의 승진자는 5명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수장 교체를 시작으로 인원 감축, 부서 통합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예상했다. 현재 16명의 MC사업본부의 임원이 대거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그룹 총수 입지 굳히기...상속세·현안 ‘정공법’ 돌파?

이 밖에도 상속 문제도 예상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번 주 안으로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받은 ㈜LG와 LG CNS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지난 2일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주식 8.8%(1512만2169주)를 물려받아 지분율이 15.0%로 높아지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지주회사인 ㈜LG의 최대주주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 5개월여 만에, 또 구 회장이 공식 취임한 지 4개월여 만에 지분 상 그룹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 셈이다. 또 구본무 회장이 생전 보유했던 그룹 비상장 계열사 LG CNS 지분(1.12%)도 지난 8일 물려받았다.

그럼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은 최대 숙제로 남아 있다. 비장상사 지분으로서 별도의 평가 작업이 필요한 LG CNS 주식은 차치하고, 당장 ㈜LG 지분만 놓고 볼 때 구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7200억원 상당이다. 

이에 구 회장은 이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선납하고 나머지를 5년간 분납하는 연부연납 방식으로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재원으로는 그동안 받은 배당금과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받는 대출, 지난달 매각한 판토스 지분 매각대금 등이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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