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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과 인사권 전횡을 막겠다고 나선 행동주의펀드(KCGI)가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 매입에 적극 뛰어들면서 민간 차원의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GI은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독주를 차단하기 위해 경영권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가 재벌 지배구조개선에 있어 영향을 미칠 첫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프랑스에 출장나간 조양호 회장이 KCGI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재계의 이목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약자로 올해 7월 설립된 주주행동주의 지향 펀드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난 15일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주식 9%를 매입, 2대 주주에 올랐다.

◇조양호 회장 한진칼 지분 17.8% 일가 총 28.9%로 그룹 경영 좌지우지

한진칼은 17.8% 지분을 보유한 조양호 회장이 1대 주주다.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총 28.9%에 불과하다. 더욱이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13.24%는 종로세무서와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어 경영권 공격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KCGI 행보는 토종 행동주의펀드의 첫 대기업 공략인데다 한진칼이 도덕적 일탈 행동과 경영 전문성, 지배구조 논란 등을 빚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주요 대기업 지주사라는 점에서 타깃이 되고 있는 것. 그래서 9%의 지분을 보유한 KCGI은 이사진 교체를 통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 지는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한진칼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미루어 감안할 때 많은 소액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토종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되면 재벌 지배구조개선에 있어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KCGI의 등장으로 국내에도 점차 친주주 경영이 안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대기업 경영권 개입에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주식'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포이즌 필은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 부여해 지배권을 보장하는 주식이다. 정부는 2011년 상법개정 당시 포이즌 필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반대여론에 부딪혀서 무산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액티비스트인사이트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2013년 상반기 기준 275개에서 2018년 상반기 524개로 5년 만에 약 90% 증가했다. 

KCGI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기업도 2013년 570개에서 2017년 805개로 약 41%나 늘었다. 펀드를 활용한 주권행사가 앞으로 대기업 경영 개입이 얼마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순기능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영쇄신과 투명화에는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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