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경제_지은 죄가 주홍빛처럼 붉을지라도 전별금은 챙기겠다?

권지연 기자
권지연 기자 / 취재부장

인천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그루밍성범죄 사건을 둘러싸고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가해자의 아버지 목사가 전별금과 교회 주차장 땅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를 떠난 일부 교인들과 내부 고발자들에 따르면 아버지 김 목사는 사건이 터지자 대외적으로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뒤에서는 “현행법 상 문제될 것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고 한다.

아버지 김목사가 애초에 요구한 전별금은 최소 7억에서 10억이었는데, 여론이 좋지 않자 3억 5천만 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들리는 소문에는 교회 앞 주차장 땅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교회는 오는 18일 공동의회를 열고 담임목사의 퇴임과 관련된 전별금과 예우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김 목사는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일가친척까지 교회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아들의 죄이니 아버지와 무관하다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볼 수 없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그루밍 성범죄가 벌어진 교회가 바로 아버지 목사가 제왕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 건축비용으로 15억이나 빚을 진 교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아들 때문에 밀려나는 아버지에게 과연 그만한 퇴직금을 주는 것은 합당한 것일까.

아무리 지은 죄가 주홍빛 같이 붉을지라도 그간 일한 만큼의 대가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겠다.

수년 전 성도 성추행으로 당시 섬기던 교회를 떠나게 된 전병욱 목사는 전별금 13억 원을 받고도 “부족하다”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 김 목사 역시 3억 5천 만원의 전별금을 챙기더라도 “부족하다”는 말을 할 것이 불보듯 뻔 한 일이다.

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면서 교회가 감당하기 힘든 전별금을 요구해 교회가 휘청이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몫은 당연히 교회에 남은 성도, 종교 소비자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전별금의 정당성 여부를 일반 직장과 비교해 살펴보자. 일반 직장에서 대표이사 등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한편 근로자라면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해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과 퇴직금을 공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단, 근로자가 직접적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부분이 있다면 회사가 근로자에게 이에 대한 손해를 청구할 수는 있다.

교회에 막대한 손해와 상처를 입히고도 무리한 전별금을 요구하는 목사들의 논리대로라면 최소 목회자 스스로 가히 신격화 되어있다시피 한 ‘영적 권위’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교회란 그룹에서 자신의 재산과 실적 쌓기를 위해 교회를 불법적으로 사유화한 ‘직장인’에 불과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도들은 교회와 성도에 끼친 피해만큼 직장인 목사를 향해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김 목사가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목사들을 '교회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 몰았다고 하는데,  정작 교회를 무너뜨리는 건 누구인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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