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정 현지 가이드 맘대로"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해외 패키지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여행 중 예정된 상품 구성과 달리 현지 가이드가 막무가내 식으로 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피해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외여행 관련 피해구제 접수는 2015년 759건, 2016년 860건, 2017년 958건, 올해 10월 기준 81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 소비자 최씨는 친구들과 함께 10박 11일 패키지 기차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폭우로 인해 기차 운행이 취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행사 가이드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일정 변경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일정 변경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다음 일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며 여행객들에게 서명을 종용했다. 하지만 이 동의서에는 단순히 일정 변경 및 환불 사항에 대한 내용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사 가이드가 내밀은 동의서에 따르면 '향후 본건과 관련해 여행사를 상대로 일체의 이의제기, 온라인(SNS·블로그 등) 상 어떠한 형태의 글 게재 또는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합의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이 동의서 서명으로 여행을 망친 최 씨는 "여행일정이 변경돼 동의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나 위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거나 후기 작성 등을 하지말라는 것은 개인생활 침해 아니냐. 이는 명백한 갑질이다"며 "이에 여행사 측에 연락해 항의했으나 내용을 알아보고 연락주겠다고 했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고 본지에 피해 사실을 알려왔다.

이처럼 최근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패키지 여행의 경우는 현지 가이드의 현장 컨트롤을 하지 못해 생기는 불만사항 들이 주된 사례로 보고 되고 있다. 이는 국내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패키지 상품은 대부분 국내 여행사와 현지 랜드사의 가이드와 일정을 공유해 고객을 유치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 런 형식이다 보니 국내 여행사는 상품을 구성해 고객을 유치하고 단가에 맞게 현지 랜드사와 계약을 맺는다.
 
이때 국내여행사들과 현지 랜드사들은 여행 상품에서 금액을 많이 남기기 위해 쇼핑센터 방문과 선택일정을 여행상품에 추가 시켜 수수료를 남기는 형식의 방식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자연히 피해를 당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체로 대부분의 국내 여행사들은 현지 일정을 미리 고객들에게 고지하지만 현지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이나 선택일정과 쇼핑센터 등에 대한 영업은 랜드사 가이드의 재량이기 때문에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이 불거지는 피해사례가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당한 피해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 최 씨의 피해사례와 관련해 여행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위와 같은 동의서가 모든 여행사의 동의서에 들어가있는 문구는 아니다"며 "상황과 구조와 지역에 따라 동의서의 내용도 달라진다"며 "이런 경우는 단순 개인여행이 아닌 것으로 볼 때 법적 문제까지 문구에 들어갔다면 해당 현지 여행사에 확인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지 가이드의 재량이기 때문에 이에 고객들의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 문제는 여행업 전체로 봤을때 동의서에 대한 기준점이 정해져 있지 않아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가 이용한 여행상품을 판매한 해당 여행사는 "관련 동의서는 여행사 공식 문서는 아니고 현지 랜드사에서 자체적으로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라며 "바로 시정 조치했고, 이러한 사례가 더 있는지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를 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모든 상품이 앞선 내용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비수기 같은 경우는 수익을 최소화 하는 방식을 사용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힘쓴다"며 "과거 현지 랜드사와의 마찰이 심했던것은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현지에서 쇼핑몰을 가는 등의 메우기 식으로만은 운영되지는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요즘은 똑똑한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제값을 받더라도 현지 만족도가 모두 높은 가성비 좋은 상품들을 운영해야 한다"며 "그런 상품을 지양하는 여행사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해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마련해 여행사들에 보급하고 있다. 이 표준안에는 여행객들이 안심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상품가격, 선택관광, 쇼핑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특약사항이 있는 여행상품의 경우 계약해지 시 계약금을 환급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특약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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