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로 구속된 인사부장이 해고 주도한 실무 장본인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신한은행 조용병 행장.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태 못지않게 구(舊) 조흥은행 출신 직원들을 3년 전 부당하게 해고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태 못지않게 구(舊) 조흥은행 출신 직원들을 3년 전 부당하게 해고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다름 아닌 은행에서 쫓겨난 직원들은 은행을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 전(戰)을 벌이는 과정에 은행 측이 법원행정처와 재판거래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이들 해고자들이 근무할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조용병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 고위직 임원들이 최근 154명에 달하는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앉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도 이들의 부당해고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채용비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구속된 인사가 김인기 인사부장이고, 은행에서 쫓겨난 12명의 조흥은행 직원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부당해고를 주도했다고 지목한 장본인도 바로 김 부장이기 때문이다.  

◇ 조흥은행 출신 직원들 해고한 이유 훑어보니...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으로 인수 합병된 이후까지 20여년을 넘게 은행원으로 성실하게 다녔던 부당해고자들은 3~4년 전 부적절한 해고사유에 떠밀려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이들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례#1> 중소기업 부실대출 및 직원 관리 소흘

역시 옛 조흥은행으로 입사해 신한은행 지점장을 거쳐 포천금융센터장까지 35년을 근무한 왕 모 센터장은 2014년 직원관리 소홀이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신한은행 김인기 인사부장은 왕 센터장 관리 아래 있던 대출업무를 보던 직원이 대출업무에서 말소비용으로 받는 법무사 비용을 1만원씩 11건을 잘못 넣은 건을 포함해 또 다른 직원이 카드로 유흥업소에 갔던 것까지 그의 퇴직 사유라고 들이댔다.   

그런데 김 인사부장이 문제를 삼았던 11건 중 10건 불찰은 왕 전 센터장 부임 이전에 있었던 행정불찰이었고, 센터장을 맡고 난 이후에는 1건(1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왕 전 센터장은 “주택담보대출을 했다고 치면, 말소비용을 받는다. 말소비용으로 법무사가 4만 원을 받기도 하고, 3만 원을 받기도 하고, 5만 원을 받기도 하는데, 은행 실무자는 고객에게 4만 원씩을 받고 법무사 비용이 3만 원이 나오면 고객에게 1만원을 다시 넣어야 하는데, 해당 직원이 1만원 씩 11번을 잘못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왕 전 센터장은 김 인사부장이 자신과 무관한 행정 불찰까지 억지로 끼워넣기식으로 부당해고 사유를 부풀렸고, 여기에다 직원 관리 소홀로 낙인을 찍어 2014년 은행에서 내쫓았다고 말한다.  

<사례#2> 수출입업무 대출, 수입인지 유용 

수출입거래 업체의 업무처리가 결제되지 않으면서 연체가 발생, 결국 수입상의 부도로 이어지게 됐고, 그 책임을 지고 면직 된 사례도 있다. 

<사례#3> 대출업무 불철저, 사적금전대차 금지위반, 영리행위 위반, 거래처 통장 임의보관 

엄 모 차장은 1990년 2월 조흥은행에 입사했다가 신한은행과의 합병으로 편입됐다. 그는 거래처통장 임의보관, 대출취급 불철저, 사적금전대차 금지위반, 영리행위 위반, 현금시재 유용,  청렴성 유지 의무 위반, 제신고재발행업무불철저, 금융거래 실명확인 위반 등 8가지 사유로 은행에서 쫓겨났다.  

이중 엄 전 차장이 자신의 불찰로 인정하는 것은 사적금전대차 및 대출취급불처저를 포함4 ~5가지로 신한은행 다른직원과 징계처벌의 형평성을 본다면 최대 정직정도 처벌이며 한국은행 총재표창을 반영한다면 감봉정도의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엄 전 차장은 구 조흥은행 시절부터 신한은행 재직 당시 한국은행 표창상을 비롯 여러 상을 받을 만큼 높은 실적을 쌓았다.(자료=제보자 제공)

그는 더우기 나머지 해고 사유는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은 엄 전 차장이 가족들의 통장을 가지고 있던 부분을 영리행위금지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 은행 직원의 위치를 이용해 가족 통장을 관리하며 영리 행위를 했다는 것. 

하지만 “각종 상을 받을 만큼 실적이 월등히 좋았는데 그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는 게 엄 전 차장의 반박이다. 그는 "가족들 명의의 사업자등록증이 있었지만 신용대출을 그냥 받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담보가 설정돼 있었다”고 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엄 차장이 고객에게 가져다주려고 차에 두었던 통장은 통장임의보관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며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몰아세웠다. 은행에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관례로 고객이 지급표를 쓰고 전산을 찍기 전에 출금을 먼저 한 것까지 ‘유용’으로 ‘횡령’으로 몰았다.  

엄 전 차장은 은행을 상대로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횡령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나머지 해고사유 5가지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심사로 넘어갔지만 재고의 여지없이 해고됐다.  

신한은행 측은 이 소송 건에 대해선 "인사인원회를 통해 소명기회를 거쳐 정해진 적법한 절차를 통한 인사조치였다"며 "조흥은행 출신들이 차별받았다는 부분은 잘 동의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한은행 노조측은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타 직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해고는) 분명 과도했다"고 밝혔다.

 

◇ 성비리 문제인물은 감봉에 그쳤는데 조흥은행 출신들은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해고 

신한은행에서 해고된 조흥은행 출신들은 동일하게 당시 해고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방법이 동원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모든 게 짜여진 각본처럼 해고할 명단을 놓고 직원 한 사람 한사람을 상대로 감사실의 불법 계좌 조회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대외 언론매체를 통해 “직원 가족 계좌 조회는 불법이며 타행 계좌 죄회는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해고자들은 은행이 자신들도 모르는 가족 계좌를 다 조회해서 가져다주면서 거래 내역서를 뽑아 오라고 시켰다고 했다. 해고자들은 조용병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2015년 3월 신한은행 직원과 가족의 신한은행 계좌와 타 은행 거래정보까지 수시로 조회하고 해고할 명분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들 해고자들은 근무하던 자리에서 쫓겨나 인사 대기 발령 상태에 있을 당시 은행 영업장이 일종의 '유배지'로 불렸던 대기실에서 최대 3개월간 감사실의 부름을 기다리는 처지에 있었다.  

감사는 직원을 해고하기 위한 짜놓은 각본 중에서 마지막 수순에 불과했다. 왕 전 센터장을 비롯한 해고자들이 대기 상태에서 받았던 심리적 압박은 상당했다.  

홍 모 전 차장은 당시 감사 조사과정에서 “거래처와 사적 거래가 있었음을 인정하라”고 심한 압박을 받았다. 엄 전 차장은 “감사받는 것이 검찰조사를 받는 것 이상의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치욕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왕 전 센터장은 “죽을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사정을 들어보고 불가피성이 있는지 악의가 있는지를 들어보고 접근해야 하는데 표적감사 해서 김인기 선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 회장이 은행장으로 있던 당시 신한은행은 성 비리 문제에 연루된 직원을 6개월 감봉 처분하는데 그쳤던 것에 비하면 이들의 해고는 누가 봐도 부당하도 여길 수밖에 없는데도 짜맞춰 가던 감사의 조사 결과는 여지 없는 해고 결정으로 종결됐다. 형사 고발 대상자였던 문제의 지점장은 조사를 받은 이후에도 오히려 승진을 했다는 점도 윗선의 결정에 따라 징계여부가 좌지우지 돼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5년 신한은행에서 해고된 엄 모 차장이 <소비자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신한은행 '따뜻한 채용' 표방한 2015년 유독 많이 조흥 출신 해고됐다  

 엄 모 차장과 홍 모 차장은 조용병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했던 2015년 당시 해고됐다. 그해는 신한은행이 '따뜻한 채용'을 대내외에 내걸고 신규 채용을 늘리던 시기였다.

  조 회장이 은행장으로 취임 후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계층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채용을 표방하며 경력단절 여성을 포함해 신규직원 1천명을 채용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해 조흥 출신 직원 10여 명 이라는 유례없이 해고시킨 것은 왜일까? 

해고자 10여명은 20년 이상 근무한 자신들이 해고가 아닌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퇴직할 경우 받아야 할 퇴직금만 모두 합하면 4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은행이 이들의 퇴직금을 가로챈 셈이 됐다.

엄 전 차장은 “은행이 2015년 1월에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그런데 당시 정상적으로 퇴직할 경우 받아야 할 퇴직금이 4억이었는데 해고되면서 고작 3천만원 받았다"며 "나처럼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 10명을 부당해고 시켜서 퇴직금은 40억 원을 아끼면 신입직원 1천 명 채용을 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는 김인기 인사부장이 처음부터 퇴직금을 주지 않고 내쫓기 위한 일종의 실적쌓기에 희생됐다는 게 해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해고자들은 “(김 부장이) 채용비리를 저지르면서 뇌물이 오가지 않았는지, 하드디스크를 복구가 불가능할 만큼 고의로 훼손한 이유 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용병 지주 회장은 채용비리와 관련 19일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조용병 회장이 변호사 비용으로 김&장을 쓰면서 32억 원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것이 개인 사비인지, 아니면 은행에서 비용을 처리한 것인지도 철저히 밝히고 부당 해고와 관련해 당시 조 행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도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해고자들, 신한은행과의 소송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꼴 

왕 센터장은 신한은행을 상대로 신한은행 직원이 소송전을 치룬 첫 사례였다. 당시 신한은행은 소송대응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어 대응했다. 해고 1년만인 2015년 2월 왕센터장은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나머지 해고자들은 아직도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지쳐 은행 측과의 소송을 포기했다. 

홍 전 차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패소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승소했다. 은행측이 중노위의 판결에 불복해 행정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결국 홍 전 차장은 1심에서 패하고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에 소송을 포기했다. 

신한은행은 홍 전 차장과의 소송을 위해 거대 로펌 중 하나인 태평양법무법인 소속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내세웠다. 홍 전 차장은 "처음부터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고 토로했다. 

엄 전 차장은 최근 행정소송에서 패하고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복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물론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노조위원장 등 금융기관 종사자 30여 명과 한정애, 심상정, 박지원, 이정미, 이찬열, 이원욱, 한선교, 고 노회찬, 김영진, 이용득, 박광온, 서형수, 윤소하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탄원서를 써 주었다.  

◇ 구 조흥 출신 직원 해고의 출발점은 최고경영권 둘러싼 파워게임에서  시작? 

이백순 행장 시절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 고소를 시작으로 촉발된 신한사태는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내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차기 행장으로는 현 신한은행장인 위성호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카드 사장과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조용병 신한 BNP파리바 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 중 위성호 사장은 라응찬 라인이었고, 이성락 사장은 신상훈 라인으로 통했다. . 

그는 “내가 모셨던 이성락 부행장 같은 분들이 신상훈 행장 라인이었고, 2010년 2011년 도에  신한사태 다툼 속에서 신 행장 라인의 실무자들은 중국, 미국으로 발령을 가게 됐다“며 자신은 자르기 좋은 출신 성분(옛 조흥직원)이었다고 했다. 

그런데다 “(윗사람) 비위를 잘 맞춰야 하는데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윗사람 눈 밖에 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모든 해고자가 이러한 은행 윗선 정치와 관련돼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신한사태의 아픔과 골이 여전히 깊다는 점에서 시작점은 최고 경영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 신한은행과 법원행정처는 동반자 관계?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이들은 법정 소송이 힘겨웠던 이유로 은행 측이 거대 로펌 소속 부장판사급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있지만 신한은행과 법원과의 유착관계를 지적한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때부터 관리해오던 법원행정처의 공탁금 금고를 관리하는 은행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법에 따라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품 등을 판결이 날 때까지 법원에 맡기는 공탁 금고를 신한은행이 관리하도록 계약을 맺어왔다. 

공탁금 보관 은행은 보관료 등으로 수익을 내고 법원 공탁금에 대한 예금금리는 0.01%에 불과하지만 찾아가는 시기는 기약이 없는데다 찾아갈 때는 은행이 이자 수익을 얻는다. 법원공탁금은 보관은행에게는 순전히 남는 장사인 셈이다. 지자체인 서울시, 각 구청, 군부대까지 자금을 보관해주는 시중은행들이 있고 신한은 법원행정처를 맡았다보니 자연스레 법원행정처에 고위 관계자와 이런저런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법원 공탁금 관리 은행은 현재 경쟁입찰을 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재판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당시 대법관은 신한금융사회이사 출신인 박병대 대법관이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사법농단의 핵심 인사로 재임 기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19일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다.

신한은행에서 2011년과 2012년 법원행정처 금고 업무를  맡았던 엄 전 차장은 “이전에 조흥은행이 잘 나갔던 이유가 법원 공탁금을 관리했기 때문”이라며 “신한은행이 이것을 안 뺐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로비를 하는지 모른다”고 폭로했다. 

그는 "각 지점장들이 법원장이나 사무국장을 만나 주기적으로 접대하고 설, 명절, 행사 때마다 신한은행이 주기적으로 선물을 보낸다"고 했다. 또 "대법관들이 퇴임하면 기념패를 제작해 주는 등, 서로 유착관계를 유지하며 주고받는 관계"라고 했다.  

법원행정처의 직원들인 운동회가 있는 날에는 신한은행 연수원 운동장을 내어주고 온갖 편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도 했다. 엄 전 차장은 "해고의 부당함을 법정에서 아무리 논리적으로 싸워봤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도 신한은행과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가 있었던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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