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작 조혜인=연합뉴스)
(자료=제작 조혜인=연합뉴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결혼정보회사들이 평생의 동반자를 매칭시켜 준다는 명목하에 가입비 수백만원을 챙겨 받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경제> 제로란에는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다가 마음에 상처만 입었다는 소비자 제보가 잊을만하면 올라온다. 

◇ "숫자 때우기 식으로 만남 주선" 소비자 분통...업체측 “약관에 기재된 횟수 채웠으므로 문제될 것 없다” 

# 사례 1 조모씨는 딸을 결혼시키기 위해 결혼정보회사를 찾던 중 소비자만족도 평가가 우수하다는 광고를 믿고 B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조 씨는 “딸이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는 것을 내키지 않아한다고 하자, 업체측에선 “엄마가 딸 몰래 가입하고 상대방의 프로필을 받아주면 된다고 설득해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 씨는 딸의 프로필을 주고 2백86만원에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첫 만남으로 소개받은 사람은 의사였다. 조 씨는 “우리 딸은 서른다섯 살에 사회복지사”라면서 “정말 그 의사가 만나겠다고 했느냐 재차 물었지만 ‘그렇다’고 해 반신반의하며 만남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일 맞선 장소에 나간 조 씨의 딸은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었다. 약속 장소에 나온 사람이 33세에 교사인 동생의 프로필을 받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조 씨가 결혼정보업체 측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매니저는 “여러 사람을 주선해주다보니 혼동한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어갔다.

이후 딸을 겨우 설득해 두 차례 더 소개를 받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고 B씨는 280만 원이 넘는 소개비만 날린 꼴이 됐다.

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업체가 약관상의 3회 매칭을 완료했기 구제받기는 힘들다는 것.

하지만 이씨는 “그날 의사의 이름도 가명, 직장도 가명이었다며 지나고보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해명을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해당 업체 관계자는  "원래 의사들은 본인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서 노출을 피한다"는 말도 넘어갔다.

# 사례 2 또 다른 제보자 김모씨(47세)는 재혼 상대를 찾고 있었다. 역시 B결혼 정보 업체에 250만 원을 주고 회원 가입을 했다.

김모씨는 비슷한 연령대에 안정적인 직장인을 조건을 내걸었고 매니저는 “남자들이 좋아할 타입이고, 얼마든지 그런 조건의 회원을 주선해 줄 수 있다고 꼬득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맞선 자리에 나오는 남성들은 자신이 제시한 나이보다 훨씬 많고 맘에 들지 않았고 4차례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횟수만 채우는 식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간에 말도 없이 커플매니저가 바뀐 점, 처음 가입할 때와 달리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본인 관리부터 잘 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 한 점 등도 김 씨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다. 

김 씨는 "이에 불만사항을 서술한 ‘계약금 환불요구 통보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였지만 업체측에선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업체측에서 공고한 약관을 제시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기망하는 태도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약관 ‘제 18 조 (분쟁해결) 에는 1) 회사는 회원으로부터 제출되는 불만사항 및 의견은 우선적으로 그 사항을 처리하도록 노력합니다. 2) 회원의 서비스 이용과 관련하여 당사자 간에 다툼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의 협의로 처리하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원만히 해결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라고 명시 돼 있다. 

김 씨가 B결혼정보회사측에 보낸 ‘계약금 환불요구 통보서’ 내용의 일부 (자료=소비자제공)

 

하지만 이 경우도 업체측은 약관에 따라 환불 의무가 없음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과도한 조건을 내세웠다는 듯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약관에 기재된 3회 만남을 모두 주선해 주었다”면서 환불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데 원하는 조건의 남자를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가입 권유 시 “남성들이 좋아하는 타입이라는 둥, 얼마든지 조건에 맞는 남성들이 많다”며 계약을 유도했을 때와는 다른 설명이었다. 

◇ 환급 조건 꼼꼼히 확인해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내결혼중개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은 지난 5년간(2013-2017) 1453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197건에서 2014년 296건으로 크게 늘었고 이후 2015년 260건, 2016년 271건, 2017년 250건이었다. 올해 3분기(1,1-9.30)까지 집계된 건수는 179건이다. 

소비자원이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자료를 토대로 낸 자료에 따르면 피해구제건수 중 계약 해지와 관련한 피해가 54.4%를 기록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의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만남 개시 전에는 가입비의 80%, 만남 개시 후에는 가입비의 80%를 기준으로 잔여횟수에 상당하는 금액을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위 사례의 경우 계약 가입 시 구두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횟수, 기간 관계없이 소개 해 주겠다’고 했지만 약관에는 '3회'로 기재돼 있어 소비자들이 환불을 주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에 소비자원은 “구체적 희망조건 명시하고, 환급 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다. 

◇ 결혼중개업 소비자 불만 왜 높은가 봤더니...

커플매니저로 일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했던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커플매니저들은 대부분 인센티브제로 페이를 받고 있다. 메이저급 결혼정보회사의 경우 월 150만 원의 기본급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기본급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씨는 “내 경우는 한 달에 방문을 5명 이상 이끌어 내면 기본급 100만 원을 준다고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며 “한 달 내도록 출근해도 수입을 하나도 못 올릴 수도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결혼이 성사되면 50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의 성혼비를 추가로 받지만 커플매니저에게는 인센티브 상한선이 있다”면서 “환불요구가 들어올 경우 받았던 인센티브를 돌려주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결국 많은 커플매니저들이 고객부터 유치하고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A씨는 “하루에 무작위로 평균 150건에서 200건의 전화를 돌려 고객을 유치해야 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커플매니저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은 D사의 경우 포털이나 SNS상에서 많이 하는 ‘이상형 찾기’같은 것을 하면 그 데이터가 넘어오게 되어 있고, J사의 경우는 결혼정보업체가 맺고 있는 제휴사에 등록된 고객 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가 어딘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제3자 정보 제공’에 동의를 한 것이 결혼정보업체의 고객 유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B결혼중개업체 관계자는 “당사자가 연락이 오거나 기본적인 프로필을 남기면 상담을 시작한다”면서 “회원유치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만약 결혼중개회사들이 제휴 회사의 정보를 이용했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위반될 수 있다.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는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 제공 여부를 이용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 국내결혼정보업 진입장벽도 낮고 실태 조사도 전무...2020년 실태조사 첫 시행 

우리나라의 결혼 중개업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9월 기준 국내결혼중개업은 772곳, 국제중개결혼업은 377곳이 등록돼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결혼중개업은 815곳, 국제결혼중개업은 362곳이다. 국내결혼중개업은 소폭 줄고, 국제결혼중개업은 소폭 늘어난 셈이다. 

국제결혼중개업보다 국내결혼중개업은 진입 장벽도 낮다. 결혼중개업의 평균 인원은 대표자를 포함해 1.2명인 경우도 수두룩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 국제결혼중개업의 경우는 자본이 1억이 필요하다. 또 국내든 국제든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증보험을 가입하도록 되어 있다. 금액은 1개월에 6만여만원”이라며 “단 국내결혼중개업은 자본금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태 조사 역시 아직까지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해서만 이뤄질 뿐, 국내결혼중개업에 대한 실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올해 드디어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국내결혼중개업에 대한 실태 조사는 2020년에 처음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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