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사람 목숨 가지고 복불복"

25일(현지시간) 제26호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 도로 위에 차들이 전복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제26호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 도로 위에 차들이 전복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태풍이 사이판까지 강타하면서 해외 여행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여행업체들이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예약 취소나 사전 공지 등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여행·항공업계에 따르면 사이판으로 떠나는 관광객들에게 여행사는 일정을 취소하도록 조치 하지 않았고 항공은 정상 운행을 했다. 사전에 공지도 없었다.

사이판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던 김 모씨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리 태풍 소식을 접해 항공사와 여행사에 문의 했으나 정상으로 운행 한다고 했다"며 "그에 사이판으로 가는 운항 중단 전 마지막 비행기를 타게됐다. 비행기가 너무 흔들려서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후 여행사 측에 사전 공지가 없었고 사실상 방치 했다고 전했다"며 "21일 새벽 도착 후 영사관에서는 태풍이 온다는 문자 한통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여행객 최 모씨는 "어렵게 사이판에 도착했는데 그제서야 투어 취소라는 문자를 현지에서 늦게받았다"며 "로밍을 안해갔으면 그냥 대책없이 기다리기만 했을것같다. 너무 아깝다 어렵게 내서 간 휴가인데..."라며 격분했다.

그러면서 "전날까지 항공사에 수십통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너무 나몰라라 식 아닌가. 항공, 여행사들은 '방법이없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냥 가만히 받아드리기만 하면 되냐. 소비자들 목숨걸고 복불복을 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는 태풍과 지진 등 천재지변을 당한 나라를 담당하는 여행, 항공사들 마다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런 천재지변이 터지면 난감한 상황들이 많다"며 "나라에서 어떤 지침이 없다면 우리로써는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은 오사카 지역에 태풍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여행사의 말을 듣고 여행을 강행했다가 13시간이 서나 관광버스에 갇혔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여행객은 일본 여행상품을 예약했다가 지진이 난 소식을 접하고 사업자에 해지를 요청했으나 계약금액의 15%를 위약금으로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태풍과 지진이 발생한 지역 여행상품을 예약한 예비 여행객들의 불만도 크다.

앞서 사이판을 예약한 예비 여행객들에게 현재까지 제주항공은 다음 달 25일까지 사이판 결항확인서를 다 못 줘도 일단 항공권을 취소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이에 대해 공지 한 바 없어서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사이판 현지 호텔들은 결항확인서가 없으면 취소를 안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내달 사이판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8월 초 강진이 난 인도네시아 롬복과 발리 여행객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인도네시아 강진이 발생한 이후 여진으로 인근 발리도 지진 피해를 봤다.

한 여행객은 지진이 난 직후 롬복 여행상품 해지를 여행사에 요청했으나, 천재지변이지만 항공기 이륙에 문제가 없어 위약금 30%를 내야 해지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항공사의 별도 지침이 없으면 항공권 취소 시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현지 숙소 환불도 비슷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와 숙박업체들은 천재지변이 발생해도 계약금 환급 등에서 업체마다 적용이 다르고 위험도 판단이 모호하다며 환불해주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여행, 항공사들은 천재지변이라도 외교당국이나 공항, 항공사 등의 공식적인 판단이나 결정이 없으면 전액 환불이나 일부 보상이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현지 호텔 중에선 지진이나 태풍 발생 후 환불 요청에 계약금을 아예 돌려주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천재지변에도 여행 계약금 환불 등은 각 나라의 정부 지침이 없으면 인정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에 소비자들은 여행 상품을 구매시 계약 규정 사항들을 꼼꼼히 따져 보고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국외여행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보면 소비자가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유로 취소하면 계약금을 환급해주게 돼 있다. 기후변화와 천재지변으로 숙박 당일 계약을 취소할 때 항공기 등 이동수단이나 숙박 이용이 불가능하면 계약금을 돌려주게 돼 있다

다만, 기후변화 또는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한 건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화산주의보 또는 경보(지진 포함)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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