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준비한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권지연, 최빛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1심 공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 추징금 82억여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5일 오후 2시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과 11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거 공판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진행한 김백준 등 관련자 모두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한 것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4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다스 비자금 339억 원 가량을 조성하고, 다스 자금을 선거캠프 직원 급여 등을 사적으로 사용해 총 35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또 다스 임직원과 공모해 2008년 회계연도 회계결산을 진행하면서 조 씨가 횡령한 약 120억 원 중 회수한 돈을 해외 미수채권을 송금 받은 것처럼 축소 신고하고  법인세 31억4554만원을 포탈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죄와 원세훈 10만 달럴 수수에 대해서도 뇌물죄로 인정했다. 

정계선 부장판사는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트린 행위, 국민의 기대와 대통령 책무 저버렸다”고 양형 기준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어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엄중한 처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 원, 추징금 111억4천 여 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죄 부분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다. 

◇ 여야 한목소리 ‘사필귀정’...한국당만 조용 

여야 모두 '사필귀정'이란 입장을 내 놓았지만 한국당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국민의 법 감정으로 보면 형량이 높게 느껴지지 않지만 법원은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엄정하게 판단했다고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그동안 의혹으로 떠돌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왔던 혐의가 거의 대부분 유죄로 밝혀졌다”며 “1시간이 훌쩍 넘게 진행된 공판은 인내심 없이는 계속 보기 어려운 비리의 종합 백화점을 둘러보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장기간 실소유하며 246억 원을 횡령하고, 국회의원 공천과 기관장 임명에 개입해 20억 원을 뇌물로 받았다. 삼성으로부터도 60여억 원의 뇌물을 수수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도 10만 달러를 뇌물로 받았다”면서 “이 과정에 개입한 측근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위도 낱낱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판결 내용이 이러함에도 그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적은 없다"며 "오늘 재판에 불출석한 것 역시 국법 앞에 오만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의당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이라는 죄 값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민들이 받은 고통의 크기에 비추어본다면 한없이 가벼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석 대변인은 "드디어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이 알면서도 외면해왔던 진실, 허공에서 맴돌기만했던 진실이 법원에 의해 인정되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을 무참히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오늘 자신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직면할 용기조차 없이 비겁하게 재판정 출석을 거부했다"며 "오늘 선고와 함께 역사와 국민들은 이 전 대통령의 부끄럽고 추한 모습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기된 혐의 상당부분이 무죄로 판결난 것 역시 아쉬울 따름이다. 더 이상 단죄할 수 없는 우리 사법시스템의 한계가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정권 위에 버티고 선 삼성의 터무니없는 금권에 이제는 매서운 징벌을 가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기대를 배신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징역 15년 선고로 사필귀정의 역사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오늘 판결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마땅한 심판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판결은 적폐청산의 큰 결실"이라고 평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법원이 다스 주인이 이명박의 것임을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는데 BBK 사건이 2007년 대선 전 밝혀졌더라면 이 전 대통령은 대선에도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며 지금이라도 모든 것이 밝혀져서 중형에 처해진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폐청산 작업은 대통령 개인 뿐 아니라 공공조직, 경제사회전반에 퍼져있는 승자 독식구조, 부당한 관례와 행태들을 청산하는 것으로 확대돼야 촛불민심을 제대로 받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선고 결과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5일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다스(DAS)와 삼성 부분에 대해 상당한 반박 물증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항소 여부와 관련해서는 "우선 대통령을 먼저 접견해 상의한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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