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단기적 처방 불과 지적도
거시적인 안목으로 주택 정책에 대한 철학 보여줄 때

아파트단지 전경.(사진=소비자경제)
아파트단지 전경.(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정부가 폭등한 서울과 수도권 집값 잡기에 나서며 연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한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땜빵식 방안이라는 지적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거시적, 장기적 안목에서 주거정책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해야 할 때다. 

◇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 통한 30만 호 추가공급 

정부가 21일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를 통한 30만호 추가공급, 신혼희망타운 조기 공급,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9·13 대책에 이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추가로 발표한 것이다. 

1차로 수도권 17곳에 3.5만호를 우선공급하고 향후 26.5만호 규모의 공공택지 확보를 통해 주택 30만호를 추가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혼희망타운 10만호는 사업 단축 등을 통해 올해부터 분양을 착수하기로 했다. 도시규제 정비 등을 통한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강남권에 대규모 신규 택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대신 2025년까지 유휴부지 내에 6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지역은 서울시에는 강동구 구 성동구치소(1,300호), 개포동 재건 마을(340호) 등 11곳에 약 1만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단 11곳 중 2곳을 제외한 나머지 9곳 (8,642호)은 공개하지 않았다. 

나머지 사업지구 9곳은 서울시가 공개할 예정이다. 사유지가 포함돼 있어 추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는 광명 하안2(5,400호), 의왕 청계2(2,560호), 성남 신촌(1,100호), 시흥 하중(3,500호), 의정부 우정(4,600호) 모두 5곳에서 1만 7,160호, 인천시에는 인천 검암 역세권에서도 7,800호를 공급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사업지구 모두 서울 인근에 위치하고 지하철과 도로 등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1년부터 주택 공급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급한 불 끄고 보자” 단기적 처방 불과 

한편 이번 대책은 서울 집값을 근본적으로 잡겠다는 것보다 과도한 집값 상승만 막으려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발표는 수도권 내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시그널을 주어 불안 심리는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NH투자증권 김형근 연구원은 “용적률 상향을 통한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개발 후보지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 또는 개발행위제한구역 지정 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서울 및 경기도 중심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택지공급 계획 담겨 있지 않아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정책에 따른 시장 안정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DB금융투자 조윤호 연구원도 정부의 이번 공급대책이 가격 안정화를 불러올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수도권 내에 꾸준히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주택수요층이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토부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언급했던 것도 그런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판된된다”고 분석했다. 

◇ 거시적 안목으로 주거정책에 대한 철학 분명히 할 때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균형개발에서는 더 멀어진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가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연일 대책을 내 놓았지만 혼란만 가중됐던  만큼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흔들림없는 주택 정책 방향과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투기를 조장하는 공급확대정책은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대책에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 난개발과 토지거품을 더욱 유발할 수 있는 정책들이 포함됐다"며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과거 신도시 개발, 택지개발 방식의 주택공급으로 집값이 안정됐던 사례는 없다"며 "공기업은 땅장사, 건설사는 집장사, 투기꾼은 시장교란으로 신도시 정책을 망쳐왔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재편하지 않는다면 부동산 광풍은 꺼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과거 정부들도 수차례 공급확대로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자가보유율은 서울(2006년 44.6%→2016년 42.0%)과 경기도(53.2%→52.7%)로 오히려 떨어졌다. 

경실련은 "공급을 확대해 봤자 결국은 유주택자, 특히 상위 부동산부자들에게 돌아간 셈“이라며 ”공공자산 증가와 저렴한 주택공급으로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집값 '안정'이 아닌 집값 '잡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 조형수 변호사)는 21일 논평을 내, 정부가 이번에도 세입자들과 주거시민단체가 지속 요구해온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제도 등의 임대차 안정화 정책이 도입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제대로 된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과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 대책 없이는 불평등 해소를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이 불분명한 공공택지개발, 분양 중심의 신혼희망타운, 도심 내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게 그 혜택이 집중되고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전매제한, 거주기간 연장에도 여전히 투기 규제 장치는 미흡하다면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대신 분양위주로 공급을 확대할 경우 또 다른  주택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공공택지에서 35%이상 10만5천호를 공공임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임대에 분양전환주택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임대료가 저렴하고 장기거주가 가능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공급되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공공택지는 공영개발 원칙에 따라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우선하고 공공분양에 한해서는 환매조건부나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해 투기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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