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P사 홈페이지 캡쳐)
(자료=P사 홈페이지 캡쳐)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에 대한 소비자정책 연구 및 경제교육이 시급하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관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 사기 또는 다단계 피해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최근 광고팩을 시청하기만 하면 된다는 꼬임에 넘어가 가입했다가 불법 다단계 형식의 폰지 사기를 당해다는 탈북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폰지사기는 신규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 "광고만 보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더니..."

# 탈북자 A씨는 광고를 시청만 하면 돈을 준다는 지인의 말에 여기저기서 약6천만 원을 끌어다 P사의 광고팩을 구입했다.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주변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A씨의 사례처럼 유사수신 업체에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사수신은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를 통한 자금조달을 업으로 하는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불법다단계신고센터에 따르면 P사의 유사수신행위에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 및 상담건만 하루평균 20건씩 쏟어 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중 탈북자의 숫자가 상당수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업체가 초기에 가입한 탈북자들 위주로 영업을 하며 탈북자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한국 실정에 어두운 탈북자들이 타깃이 된 셈이다. 

센터 관계자는 “식당일을 하면서 어렵게 모은 돈 800만원을 투자했는데 입금된 돈은 60달러(한화로 약 6만원)에 그치면서 칼을 품고 다닌다고 말하는 탈북자가 있을 정도”라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 글로벌 회사 표방한 페이퍼컴퍼니...국내법인 없어 제재 어려워

해당 업체는 2014년 독일인이 만든 폴란드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법인은 설립돼 있지 않지만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홍보하며 가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광고, 마케팅 수익의 수당으로 주는 시스템이라며, 재택알바 및 투자 형태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데다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P사의 한국 홈페이지에는 해당업체사랑방을 운영하는 L씨의 연락처가 올라와 있다. 해당 번호로 <소비자경제>가 직접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L씨는 “광고팩은 1개당 50달러에서 최대 1000개, 50,000달러까지 구입이 가능하다”면서 “연 수익은 4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광고 포스팅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고 주장하지만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광고팩을 구매해야만 시청이 가능하다. 게다가 흔히 다단계가 그렇듯, 구익 구조는 피라미드 형태를 띄고 있다. 

국내에서 가입자의 평균 가격은 200만 원 정도인데, 광고만 시청하면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가입자 수를 늘려가는 것을 확인됐다. 

광고를 통해 발생한 것이 아닌, 회원 가입비, 광고팩 비용 등을 돌려 막기 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수당 역시 비트코인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직접 가입 문의한 결과, 광고팩을 최대 1000개, 5만 달러(한화 56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고 안내해왔다.
'소비자경제'가 직접 문의한 카톡 내용

<소비자경제> 취재진의 질문에 “수익을 발생시키는 방식이 매우 복잡하고 쉽지 않다”면서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은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P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사회소외계층도 꾸준히 돕는 매우 건실한 기업”임을 주장했다. 

P사는 15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규모를 꾸준히 확장 중임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체는 없다.  

보통 글로벌 회사들은 진출하는 국가에 법인을 세우고 규모를 확장하지만 P사의 국내 법인은 등록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국내 법인이 없어 피해가 발생해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기도 힘들다는 것. 

도매인의 소재지가 조세포탈을 위한 페이퍼컴퍼니가 많은 마샬 제도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창립자겸 CEO가 과거 주식 기반의 폰지 사기 행태를 2014년 초에 운영했다고 알려졌다. 

◇ 탈북자 대상 경제, 소비자교육 시급 

불법 다단계 형태의 폰지 사기에 유독 탈북자들이 많이 노출되는 이유는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산관리 및 경제 교육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탈북자는 “나도 광고팩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집을 장만했다. 또 다른 누구는 차를 장만했다는 말을 듣고 잠시 흔들렸다”면서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쉽게 현혹된다”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2015년 소비자원이 발간한 ‘북한이탈주민의 소비자역량 실태조사’ 결과로도 탈북자 경제교육의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전국 20-40대 북한이탈주민 621명을 대상으로 소비자역량을 조사한 결과, 평균 54.3점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일반국민의 소비자역량 66.1점에 못 미치는 수치다. 탈북자들은 소비 생활을 함에 있어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16%는 남한 소비생활에서 용어를 이해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은 글로벌 용어나 신조어가 많아지면서 북한이탈주민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낮은 소득에 충동구매 유혹 등 다양한 소비생황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 소비생활의 애로점으로 광고 내용이 사실인지 알 수 없음(15.3%), 사기피해의 두려움(10.2%)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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