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 협의회 회장

 

"소비자와 사업자 간 힘의 균형은 너무 기울어져 있지만 집단소송제나 징벌성 손해배상 제도 같은 소비자 보호 대책도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소비자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부에 문제 해결과 대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2018년 상반기는 BMW, 가습기살균제, 생리대 파동, 살충제계란, 라돈침대 사건 등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각종 사건들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피해 구제 대책' 등의 제대로된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소비자 권익 증진 등을 알리기 위한 활동과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강정화 한국 소비자단체 협의회 회장을 <소비자경제>가 만나 '정부의 소비자 정책 어디까지 왔나', '소비자 인식 흐름 바뀌고 있나'에 대한 제언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정화 한국 소비자단체 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소비자 권리 구제 강화 등을 위해 추진해야할 정책에 대해 BMW, 살충제 계란과 같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독립된 소비자 행정기구와 소비자 피해 구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하면서 "소비자 또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갖춘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비자 피해 재발 방지 위해 '법적' 제도장치 빠르게 마련해야 할 것

한국소비자협회는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집단소송제, 소비자 권익 증진 기금 마련 등의 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소비자와 관련된 정책을 다루는 정부의 부서가 분산돼 있다 보니 각 부서마다 필요한 부분만 알게 되고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히려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 강회장의 말이다. 이는 소비자정책 도입이 느려지고 추진도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국가는 경제중심의 정책만을 해왔다. 그에 따라온 여러 문제들은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과 소비자, 행정 등에서 균형을 이루고 상생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아직까지 정부는 소비자정책보다 경쟁정책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는 기업의 문제해결 방식이다"라며 "경쟁정책을 통해 소비자 권익이 보호된다고 해도 소비자 정책이 최종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과 기구 도입을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실제로 소비자협회와 11개 회원 단체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등을 열고 라돈 침대, BMW 사건  등의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집단 소송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집단 소송제 도입을 위한 릴레이 기자회견 및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권익 증진 활동 지원 방안으로 소비자 권익 증진 및 소비자 활동 지원·육성을 위해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을 설립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는 현 정부의 대선 공약에도 언급된 사안이다. 현재 국회에도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으로 몇 개 법안이 제안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강회장은 "소비자 보호는 시장 경제 발전의 전제라는 인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는 활동의 재원은 이해가 얽혀 있는 기업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소비자 개개인 스스로가 아니면 정부 지원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 갑질 소비자 많아지고있어...소비자도 소비자다워야 할 것

그러면서 강회장은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보호법이 1979년에 제정되고 1980년부터 시행, 국가와 기업에 소비자 보호 의무를 부여한 지 40년이 지났다. 70년대는 경제 발전으로 인해 소비자는 뒷전이었지만 현재는 다르다. 소비자들도 인식과 시선의 흐름이 바뀌어야 한다는게 강 회장의 말이다.

강 회장은 "과거와 다르게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피해를 받게 되면 강력히 주장해 권리를 찾는 경우만 봐도 그렇다. 그 부분을 긍정적인 의미로 바라보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사례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자신의 억울함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그릇된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블랙컨슈머, 진상, 블랙리스트 등 소비자들에게 붙는 신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짐에 있어 오는 부정적인 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도 소비자다워야한다. 상식적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가 개인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은 맞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감을 갖는 소비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종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자신의 억울함 때문에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많다. 감동 노동자의 문제도 이슈가 되는 것도 소비자 갑질 때문"이라며 현 정부를 향해 "국민 중심의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소비자 권리 주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숙제다"며 "그러나 경제나 모든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산업발전을 하는 이유도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국민의 삶을 제일 중요한 목표 생각하고 정책을 펴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윤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한 노력과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소비자들 스스로가 자각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며 "이는 바람직한 소비자 상을 만들어 추후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 줘야 할 가장 중요한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 30년 넘게 소비자 권익 증진만들 위한 일..."더 나아질 것만 보며 일해"

지난 2월 22일 제23대 한소협 회장으로 선출된 강 회장은 1980년부터 현재까지 30년 넘게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강 회장은 "소비자 관련한 일을 30여년간 해오다 보니 다양한 사례들을 접했다. 하지만 요즘이 가장 소비자 활동을 하기 좋은 시점인 것같다. 다양한 이슈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정부도, 소비자들도 전문적이지 않다"며 "그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소비자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같다. 이는 과정이고 변혁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과 정부는 국가가 소비자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가 갖춰지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소비자경제 박사 학위를 받고, 한소협 조사연구 간사와 한국소비자연맹 기획실장·사무총장,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센터장을 거쳐 2013년 1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으로 선출됐다. 올해 2월 한소협 회장에도 선출되면서 소비자 관련 핵심 시민단체의 장을 겸직하게 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976년 4개의 발기단체를 시작으로 현재는 10개의 회원단체와 전국 255개 지역단체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소비자 시민단체다. 한국소비자연맹을 비롯해 한국YWCA연합회,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YMCA전국연맹,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시민모임, 한국부인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시민단체들이 가입돼 있다.

한소협은 ▲소비자 교육 및 소비자 상담과 피해구제 ▲상품검사 ▲소비자의식 조사 및 소비생활 환경실태 조사 ▲출판물 발간 및 홍보활동 ▲캠페인, 광고 심의 ▲정책연구 및 제안 등을 주요 업무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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