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설립을 위한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는 추석 연휴 이후 마무리되고 내달 초 최종 승인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연말께 주주총회를 거쳐 주식 교환 등 내부 절차를 정리하고 내년 2월 금융지주사로 출범하는데에는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행보도 부쩍 넓어지고 부지런해졌다. 손 행장은 금융지주의 글로벌 투자를 이끌어내기 17일-23일 영국 런던과 스웨덴에서 해외 투자 설명회를 가졌다. 지난 5월에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해외 투자 설명회를 한 차례 가진바 있다.  

◇ 우리은행 지주사 출범 금융권에 미칠 파장은? 

사실상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로 금융지주체제를 확립했던 것이 우리은행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신한,국민,하나,농협에 이어 5대 시중은행의 위상을 갖추었음에도 유일한 비금융지주로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가 크게 평가 절하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8077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4842억원)보다 21.8% 급증했다. 금융지주체제의 하나은행이 올해 영업이익이 1조6202억원을 올렸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에 밀리는 실정이다.

우리은행은 2001년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과 보험, 자산운용사 등을 매각하고 지주사 체제가 해체됐다. 그런 우리은행이 다시 금융지주사로 출범할 경우 금융권에 미칠 기대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것은 지주사 전환 시 자회사에 대한 출자여력이 대폭 확대돼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가능해진다는 점.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지만 금융지주로 전환 시, 은행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게 돼 출자여력은 130%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출자여력은 현재 7,000억 원에 그친다. 지주사 전환 후에는 출자여력이 최대 7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손태승 우리은행장)

◇ 대규모 M&A 위한 자본 확충 관건

일단 금융당국이 큰 문제없이 인가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지만 복병은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위험가중자산 산출방식을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으로 산출한다. 위험가중자산은 보유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해 계산하는데,  위험가중치가 높으면 BIS 비율이 낮아진다. 

위험가중치는 표준등급과 내부등급 중 하나를 적용해야 하지만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내부등급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행세칙을 개정해야 한다. 

과거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지주사로 전환할 당시에는 특례조항에 따라 내부등급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특례조항이 지난 2016년 시한이 종료로 폐지되면서 우리은행은 내부등급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할 경우 우리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 비율은 대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의 6월 말 BIS 총자본비율은 15.25%를 기록했다. 국내은행 평균치인 15.48%에 미달한다. 

여기에 표준등급을 적용할 경우 지주사 전환 시 BIS 비율은 10% 가량으로 급락할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지주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14.34%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에 자본력이 부족해 대규모 인수 합병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에 "우리은행은 이미 내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의 경우에는 지주사 출범시엔 표준등급법을 사용하다 내부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할 수 있는 최소요건에 부합한지를 심사해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내부등급법 적용 심사에서는 결국 지주회사로서의 요건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대규모 M&A에 필요한 자본확충이 시급한 셈이다.

손 행장이 해외투자자 확보를 위해 출장길에서 글로벌 큰손들을 지주사 출범에 마중물로 끌어올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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