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합의하고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그 화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타인에게 전송했더라도 성폭력처벌법을 어긴 게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서로 합의하고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그 화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타인에게 전송했더라도 성폭력처벌법을 어긴 게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성폭력처벌법이 금지하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2015년 1월 유흥주점에서 만난 40대 유부남 A씨와 내연관계를 맺었다. 그는 내연관계 기간 동안 A씨와 성관계를 맺으며 허락 하에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는 A씨가 “헤어지자” 요구하자 이에 격분해 A씨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A씨와 A씨 부인에겐 성관계 영상을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검찰은 A씨에게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이용촬영 혐의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에는 파기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컴퓨터를 재생해 모니터 화면에 나온 영상을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한 다음 이를 전송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그 의사에 반해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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