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본사 (출처=국세청)
국세청 본사 (출처=국세청)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국세청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탈루해 온 역외탈세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가고 있다. 

국세청은 11일 역외탈세 혐의가 큰 법인 65개와 개인 28명을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대기업과 대자본가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달리 이번 조사 대상 범위는 해외투자·소비 자금의 원천이 불분명한 중견기업 사주일가와 고소득 전문직까지로 확대됐다. 

이번 조사 대상은 탈세 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 해외 현지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선정됐다. 

국세청은 “그간 제한된 세정역량을 해외 현지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역외 탈세 차단에 집중한 결과 연 1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하는 등의 소기의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역외탈세 자금의 원천이 국내 범죄와 관련된 혐의가 있는 조사건에 대해서는 '해외불법재산환수합동조사단'과 공조체계를 구축해 조사에 착수했다. 

해외불법재산환수합동조사단은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등이 여러 관계기관들이 공조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처럼 조세정보교환을 활성화하는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는데도 역외탈세 수법도 진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IT기술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진 반면, 디지털재화 등 세원의 이동성(mobility)이 높아 과세 사각지대가 늘었고, 국가간 자금이동의 제한이 없는 가운데 주식,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거래의 실질 위장, 인위적 손실창출 등 탈세수법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 

전통적인 역외탈세 수법은 주로 조세회피처 지역에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해 국외소득을 미신고하거나 국내재산을 해외로 반출하여 은닉하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방법 등으로 진화되고 있다. 

또, 해외 유출한 자금을 단순히 은닉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국내로 재반입하거나 국외에서 재투자 또는 자녀에게 변칙 상속․증여하는 등의 탈세시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친인척 등의 미사용 계좌를 이용한 재산 은닉은 미신고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하거나 차명 해외법인의 투자금으로 자금을 세탁하기도 한다. 

국세청은 탈세 유형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할 수 있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동시 세무조사(76건)를 실시해 이 중 58건을 종결해 총 5408억 원을 추징하고 4건을 고발 조치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233건을 조사해 총 1조3192억 원을 추징하고 6건을 고발 조치했다.

지난 2016년에는 228건을 조사해 1조3702억원을 추징하는 등 지난 2012년 이후 역외탈세 세무조사 건수와 추징세액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조사한 사례 중에는 해외에서 공연한 수입금 70억원을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해 법인세 등을 탈루해 90억원의 세금폭탄과 더불어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20억원을 받은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도 있었다. 

국세청은 고도화하는 탈세를 막기 위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기지회사 등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자에게는 과태료를 적극 부과하고 외국 과세당국에 정보를 요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끝까지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하거나 미신고 해외법인의 투자지분으로 전환해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 해외재산 도피자를 색출하기 위해 해외현지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국가간 금융정보자동교환 네트워크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에 은닉된 자금 원천에 대한 탈루 여부뿐만 아니라, 해외 호화생활비, 자녀 유학비용 등 사용처와 관련된 정보수집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역외탈세에 적극 가담한 전문조력자에 대한 현장정보를 수집, 조사해나갈 방침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