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A씨는 중요한 세미나에 27만원이나 주고 화환을 보냈지만 재활용된 시든 꽃이 도착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사진=소비자제보)
소비자 A씨는 중요한 세미나에 27만원이나 주고 화환을 보냈지만 재활용된 시든 꽃이 도착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사진=소비자제보)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기쁘거나 슬픈 날, 마음을 전하는 화환이 재활용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경조사 행사가 끝나면 화환 재활용을 염두에 둔 업자들에 의해 수집, 처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으로도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조화 재활용을 묵인, 오히려 재활용업자에게 넘겨 일정 수익을 챙기기도 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이에 화환 리본 하단에 제작자명, 상호, 연락처, 제작일자 등을 기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화환제작 실명제가 양성화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시든 화환에 소비자 울화통..."화환제작 실명제 필요해" 

<소비자경제>에는 화환 재활용 문제로 속앓이를 한 소비자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소비자 A씨는 얼마 전 판촉물 등을 함께 판매하는 한 유통업체를 통해 화환을 주문했다. 

A씨는 “중요한 세미나에 보낼 화환을 신경 써서 주문하기 위해  사이트 대표와 여러 번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다. 가격도 27만원이나 됐는데 화환에 꽂힌 모든 생화가 다 쓰레기 같은 상태로 너덜너덜해져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문제를 제기해 27만 원 중 20만 원을 환불 받았지만 꽃집 상호 명을 달라고 해도 유통업자는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해봤지만 생화는 환불 규정이 없어 합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면서 “이런 허점을 이용해 재탕, 삼탕되는 것 아니냐”며 질타했다. 

해당 유통업체에 <소비자경제>가 전화해 해당 사안을 문의했지만 “다 해결된 일을 가지고 이렇게 언론까지 나서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 “재활용도 하나의 절약”...재탕, 삼탕 해도 법 제재 안 받아 

이런 화환 재활용을 막기 위해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조화 파쇄기를 가동하는 곳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화환 뒤처리가 큰 이권사업이 되기도 한다. 

절화협의회가 수년전부터 화환 재활용을 못하도록 법으로 구제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재활용도 하나의 자원절약”이라는 유권해석이 내려진 바 있다. 

그간의 판례들을 살펴보면 화환 재활용을 했다가 사기죄로 기소되더라도 대부분 무죄 판결이 받았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제주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사용한 근조 화환을 매월 100개가량 수거해 재활용하면서 722차례에 걸쳐 4천489만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업자의 경우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활용 화환 제작, 판매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속였다는 점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6년 대전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내려졌다. 장례식장 빈소에 유족이 놓고 간 근조 화환을 수거한 뒤 재활용한 혐의로 기소된 업자 2명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화꽃을 재활용했다고 곧바로 국화꽃의 신선도 및 품질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피고인들이 국화 재활용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 화환 재활용 업자 우후죽순 늘면서 화훼농가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재탕업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면죄부를 준 것이 결국 꽃집과 화훼 농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B씨는 “업계가 자정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보통 3단자리 화환은 10만 원 정도 가격이 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인터넷을 통해 4-5만 원 대에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들은 대부분 재활용이라고 봐야 하는데 인터넷 가격을 보고 온 손님들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통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체인사들의 관리 허술 문제도 짚었다. 

B씨는 “꽃배달 체인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어떤 체인 업체는 생화를 보내지 않는 회원사에 패널티를 부여하거나 탈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품질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원사 모집에만 열을 올려 수수료만 받아 챙기기 급급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5,6년 하다가 고객 불만이 쌓여 평판이 안 좋아지면 대표자 명의만 바꿔서 다시 나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하지만 이제 너무나 만연해 있어 자정되기에는 늦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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