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최근 5년간 초·중·고교의 학교폭력 상담 건수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교육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전국 위(Wee)센터 개인상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Wee센터에 접수된 전국 초·중·고교 학교폭력 관련 상담이 9만8996건에 이르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9일 밝혔다. 

Wee센터는 시·도 및 지역교육청에 설치된 상담시설로, 학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학교 내·외의 어려움을 상담하는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Wee센터의 학교폭력 상담 건수는 해마다 늘었다.  2014년 1만7786건에서 2015년 2만225건으로 13.7% 증가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2만1685건으로 7.2% 늘었다.

지난해에는 2만647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1%에 달했다. 올해는 1∼8월까지 1만3253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연령별로는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상담 건수가 2014년 6285건에서 지난해 1만369건으로 65.0% 급증했고, 같은 기간 고등학생 상담 건수는 3310건에서 571건으로 53.2%, 중학생 상담 건수는 8191건에서 1만607건으로 29.0% 증가했다. 

김해영 의원은 "교육부와 각 교육청이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피해학생 지원과 치유를 위한 정책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교현장의 사법기관화 우려...“처벌보다는 회복”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는 회복 프로그램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교육전문가들은 피해학생의 회복과 가해학생의 교육적 측면까지 고려해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정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현행 교육부 훈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가해학생의 이력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하도록 한 학교폭력예방법은 근본적인 방안이 못될뿐더러 가해학생의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주홍글씨’ 논란이 일어왔다. 

게다가 학생간 사소한 말다툼까지도 학교폭력의 범주에 넣어 학생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가해학생 측의 행정 소송이 남발했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가해학생 고무줄 처벌 논란도 계속돼 왔다. 이에 교육부가 2016년 9월 학교폭력 발생 시 가해학생 처벌의 세부 기준을 정해 시행토록 했다. 기준안에 따르면 가해학생의 심각성, 폭력성, 고의성, 반성과 화해 정도 등을 점수로 따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학교폭력에 대한 고무줄 처벌 논란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 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폭력 예방이 처벌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갈등을 조정하려는 교사에게 어느 한쪽 부모는 부당함을 느끼기 쉽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결정에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되면서 교권까지 흔들리는 부장용을 낳는다는 것이 학교 현장의 목소리다. 

◇ 교육부 “학교장 종결 확대 및 생기부 기재 축소” 

이에 지난달 31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보완 대책’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학교안팎청소년 폭력 예방 보완 대책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전력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고 자율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는 단순 경미한 학교폭력은 전담기구의 확인을 거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학교자체 종결제’를 도입하되 학교폭력을 은폐한 경우 가중해서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경미한 조치는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가안을 만들어 정책숙려제를 통해 최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청소년 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지원체계도 확충한다. 현재 전국 1곳에 운영 중인 전국단위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기관(해맑음 센터)의 리모델링과 피해학생의 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곳의 공립형 대안학교 형태로 추가로 신설한다. 

또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학생들이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 없이 전학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 전학관련 지침의 연내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 근본적인 학교 폭력 막으려면? 

교육부가 처벌강화보다는 치유에 초점을 두겠다는 목적아래 ‘학교장 종결 확대, 생기부 기재 축소’방안을 정책 숙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실제로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많다. 피해 학생 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학교가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은폐·축소를 할 수도 있는 일”이라며 학교장 종결 확대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게다가 피해학생 부모들은 생기부 기재 축소를 처벌 완화로 여겨 발대할 공산도 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교육부가 눈치보기만 하다 제대로 된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는 것. 

좋은교사운동본부 김영식 대표는 “생기부 기재를 축소한다는 것은 피해자 부모에게는 처벌 완화의 신호로 보여 질 수 있어서 정책숙려제를 통해서 실제 시행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은 정책 숙려할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결정하고 추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장 종결 확대 및 생기부 기재 축소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므로 본질적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대표는 “초등학생의 경우, 경미한 사건이 많은데도 중학생 이상의 학교폭력법에 똑 같이 적용받다보니,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계속 열어야 하는 사안이 발생한다”면서 “학부보들은 경미한 사안에도 매우 민감해져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학생의 교육적 접근을 연령별로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등학생의 경우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상처받았을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데 초점을 두어야 하고 중학생 이상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책임이 무거움을 인지시키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도 교육적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상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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