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사 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앞으로 차량결함을 은폐·축소한 제작사는 매출액 3% 수준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늑장 리콜시 과징금 수준은 현재의 세배로 늘고 자동차 결함 은폐 등 고의적인 불법행위에는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6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BMW 화재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 요구가 그 어느때보다 거셌다.

국토부의 이번 방안은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선 제작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부과하는 과징금을 상향 조정한다. 지금까지는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등 벌칙만 적용돼 왔다.

늑장 리콜시 과징금도 매출액의 1% 수준에서 3%로 상향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작결함조사에 착수하면 제작사는 결함 유무를 의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또, 그간 제작사의 취사선택에 의존해야 해 자료확보가 어려웠던만큼 제작사에 결함관련 차량·부품 및 장비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하기로 했다.

만약 제작사가 정부의 결함예측과 조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자발적으로 리콜하더라도 적정성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결함조사 착수 이후에 리콜하거나 정부가 강제로 리콜하는 경우 적정성 조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소비자 보호도 강화된다.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한 후 조치하지 않아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손해액의 5배에서 최대 10배 배상하도록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입법방식은 공정거래위원회·법무부 등과 협의할 예정이다.

화재 등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운행 제한, 해당 차량의 판매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갖게 된다.

리콜 개시 후 시정률이 일정기준 미만이면 제작사는 결함사실을 우편이나 문자로 다시 발송해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리콜 과정에서 현장방문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뿐만아니라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도 검토된다. 선제적으로 결함을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했다.

국토부를 비롯해 환경부, 소방청, 경찰청 등과 시스템을 연계하고 화재나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대형 교통사고는 공동으로 조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특히, BMW 사태처럼 차량 등록대수 대비 화재건수가 일정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자동으로 결함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브레이크 등 주요장치에 대한 자동조사 착수기준도 마련된다.

현재 교통안전공단 내 부서조직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부설 연구기관으로 재편한다.

또 전문인력·조직을 보강하고 차량·부품구매, 장비와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예산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대책 내용에 의미는 있다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실제 논의에 들어가면 알맹이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문제연구원 정용수 원장은 “은폐, 축소 시 과징금을 높게 매기겠다는 것은 행정적 처벌이므로 가능할지 실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10배로 물리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무조건 보고를 하도로 되어 있는 제품안전기본법이 있다. 이 법에 따라 행정기관의 장은 사고 원인 조사 명령을 할 수 있다”면서 “이미 존재하는 법도 활용을 못하면서 보여주기식 발표”라고 꼬집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도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부분에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가 차량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국내 법제도 아래서는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효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처럼 차량 결함을 제조사가 밝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과 김 교수 모두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공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봤다. 

EDR(사고기록장치)에 대한 노하우는 한경부가 더 많이 갖고 있는데 서로 여전히 부처 간 이기주의로 제대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다. 

BMW 화재 원인을 밝히겠다며 구성한 민관합동조사단에 대한 실효성 및 투명성과 관련한 질타도 이어졌다. 

정 원장은 “이미 원인을 BMW는 알고 있다”면서 “결론이 난 사안의 원인을 밝히겠다며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뿐만 아니라 ”민관합동조사단의 위원 22명의 선정 기준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민간합동조사단이 각계각층 전문가로 꾸려진 것은 의미가 있지만 실제 기술자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구색맞추기식으로 꾸려져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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