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K-뷰티'의 인기로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가 30조원으로 커졌지만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삼중고에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과 내수 침체가 지속하는 데다 유통 대기업들의 화장품시장 진출과 잇단 신규 브랜드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업체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공간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078520]의 연간 매출은 2012년 4천6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하고서 감소세를 보이며 작년 3천8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53억원으로 작년 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액은 906억원으로 9.96%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21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상반기 전체적으로도 1천684억원의 매출에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에이블씨엔씨는 작년에 대주주가 변경되고서 증자 후 투자 계획에 따라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재정립을 위한 비용이 늘었다. 올해와 내년에 매장을 늘릴 계획이어서 당분간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토니모리도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액이 8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으며 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2016년 적자 전환하고서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작년 3분기부터 비용 감축과 비효율 매장 축소 등을 통해 손실 폭을 줄여 올해 상반기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다. 이 회사의 매장은 2015년 770개에서 지난달 현재 680여개로 감소했다. 

이들 업체의 부진은 자체 경영 악화와 중국 요인, 내수 침체 등 변수 외에도 대기업들의 시장 잠식에 따른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세계, 롯데, CJ 등 유통 대기업들은 최근 빠른 속도로 화장품 직접 유통에 나서거나 헬스·뷰티 스토어와 화장품 편집숍을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각 영국 최대 드러그스토어 '부츠'와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운영하면서 국내판 대규모 잡화점도 문을 열었다.

패션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토종 화장품 브랜드인 '비디비치'를 인수하고서 2015년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인터코스와 합작법인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해 작년 2월 오산공장에서 화장품 생산에 돌입했다.

CJ그룹의 H&B스토어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무려 1천50개에 이른다. 이는 전국 680∼720개 수준인 미샤 매장의 1.5배 안팎이다. 롯데그룹은 H&B스토어 롭스를, 현대백화점은 화장품편집숍 앳뷰티를 각각 열었다. 

중소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가 호황이던 시절에는 대기업의 화장품 사업 비중 확대가 시장 파이를 키우는 듯했으나 다양한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소업체들은 매출에 타격을 받으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주요 상권의 목 좋은 위치를 꿰차면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거나 기존 유통망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까지 진출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대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대규모로 뛰어 들면서 중소기업들이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라며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 솔루션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관게자는 "소비자들 생활 깊숙이 대기업들의 화장품만 들어오다 보니 중소기업 제품을 접하려고해도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화장품 온라인 시장의 포화 때문"이라며 "화장품시장에서도 골목상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소업체들은 해외나 온라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외형 성장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 올해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고 최근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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