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칼럼]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지혜
[이동주 칼럼]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지혜
  • 소비자경제
  • 승인 2018.08.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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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해드림 가정의학과 이동주 원장

[소비자경제신문=칼럼]    “그러면 앞으로 어떤 것을 먹어야 혈압 당뇨에 좋을까요”

환자분들에게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병을 진단해드리면 열의 아홉명 정도는 꼭 이와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예전의 못살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무언가가 부족해서 병이 생기는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자분들의 생각은 여전히 병이 낫기 위해서는 뭔가를 먹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의 지시는 대체로 그만 좀 먹고 몸에 안 좋은 행동을 그만 하라는 것임에도 많은 경우 환자분들은 의사가 시키지도 않은 것을 하느라 엄한 곳에 돈을 쓰고 오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과식하지 말라, 과음하지 말라, 담배피지 말라는 의사들의 말에는 굳게 귀를 닫는 분들이 무언가 몸에 좋다는 것 앞에서는 어찌나 귀가 얇아지는지 아낌없이 돈을 쓰고 오십니다. 분명히 우리는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을 더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병의 치료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실 저는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이기에 환자분들이 병원을 많이 찾아주시는 것이 좋습니다만 제가 보는 환자분들 중에는 겨우 이런 걸로 병원을 찾아오나 싶은 마음이 드는 분도 있습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많은 경우가 그냥 놔두면 좋아질 만한 문제들인데 애써 병원을 찾아오십니다.

말할 것도 없이 환자분들은 건강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아무리 작은 증상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들고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진료 후 별다른 치료 없이 그냥 놔두면 좋아질 만한 문제라 ‘그냥 두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면

“약 처방도 안 해주시나요?”

“주사라도 놔주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엑스레이도 안 찍어보고 어떻게 아세요?”라며 매우 어리둥절해 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반응을 접할 때면 우리나라가 진료와 치료에 드는 비용이 너무 싸서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의료 행태가 만들어진 원인에는 의사들이 기여한바 또한 적지 않겠지만 병원에 오면 어떤 경우든 엑스라이라도 찍던가 약을 받아가던가 주사를 맞아야만 한다는 환자분들의 생각은 이미 교정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진료 후 처방전이 없으면 진료비도 내지 않고 가시려는 분들도 적지 않아서 접수실에서는 몇 천원 때문에 환자분과 웃지 못 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원칙적이고 바른 진료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는 진료를 하면 환자분들에게 성의 없다거나 해주는 것 없는 병원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그렇다보니 진료는 점점 더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방향 보다는 무엇인가를 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의사들은 괜찮다는 말보다는 작은 위험성이라도 과장하는 방향으로 진료의 방향을 잡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필요한 처치를 제 때 하는 것도 훌륭한 진료이지만 필요 없는 처방을 하지 않는 하는 진료도 그의 못지않게 고마운 진료입니다. 환자에게 최선의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기위해 필요 없는 처치를 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의사에게는 어찌 보면 위험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모든 경우를 대비해서 고가의 검사와 다양한 약을 처방하는 것이 어느 한편으로는 쉬운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나라이기 때문에 모두가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의미 없는 의료 소비가 조장되는 면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의료 소비로 인해 정작 필수적인 의료 현장에 가야할 자원들이 쓸 데 없이 소모되고 있다면 이 또한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하는 것만이 언제나 좋은 진료가 아닙니다. 뭔가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고 좋은 치료방법과 시기를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보다는 지금 의사가 지시하고 있는 근거 있는 치료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것만 제대로 하려고 해도 얼마나 바쁜지 모릅니다.

건강을 위해 부지런한 건강관리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지혜 또한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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