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반대급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하반기 정치권 최대 이슈로 번져가고 있다.

22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한 공방이 치열하게 오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은 사람 중심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경제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현실 진단도 부족해 비판을 받는 것 같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임금주도성장으로 등치시키고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배려 부족이라고 보는 야당 시각은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수야당은 기업의 이익 감소의 원인이 최저임금 때문인 양 비판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한해 기업 10곳 중 4곳이 이익을 하나도 못 냈고, 최근 상장사 30%가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데 정부는 믿고 기다리라고 하니 국민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전날(21일)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를 개최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국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민생이 피폐해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감시·비판·경제하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악화일로 걷는 경제지표...최저임금 인상 탓?

실제로 한국의 ‘성장·고용·물가’ 등 모든 경제 지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5000명에 불과했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 명도 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가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다 상황이 예상처럼 따르지 않자, 4월에는 26만 명으로 전망치를 수정했고 7월 18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썬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평균 2.8%로 예측되지만 전문기관들은 여러 악재가 겹친 가운데 한국 경제 성장률을 내려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 정책 모델인 소득주도 성장을 최근 고용지표 악재와 불황의 원인인 양 몰아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용쇼크와 최저임금은 큰 관련이 없다”면서 “고용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긴축재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2018년 상반기만 해도 초과 세입이 19조 원 발생했다. 그리고 김동연 부총리는 중기재정 5년간 60조의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고 했다”면서 “이렇게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긴축재정정책을 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매우 과소 세수 추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간 민간 투자가 부진한데다 정부 지출마저 소극적이니까 고용이 하락하고 경제가 침체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제조업 분야의 감소폭이 큰데 조선, 자동차는 대부분 대기업이다. 그래서 최저임금과는 큰 관련이 없다”면서 “오히려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이 없는 자영업자가 크게 감소했고 사람을 고용한 자영업은 늘었다. 특히 최저임금과 가장 관련이 있는 20대, 60대는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생산자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을 꼽았는데 이는 올 여름 폭염이 장기화한 탓이다. 여기에 고용 부진으로 가계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체 경기 지표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 소득주도 성장은 무엇? 

소득주도 성장이란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의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에 근거하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으로 인한 임금 인상 등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여 소비를 증대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 투자 및 생산 확대로 다시 소득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경제 정책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계층의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면 이는 고스란히 생필품을 구매하는데 쓰여 소비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기업의 이익이 증대되면 그만큼 노동자들의 급여를 인상해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이에 해당된다.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소득주도 성장은 ‘노동자 임금 인상 정책’에 불과해 경제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으로 직격탄을 받은 소상공인들마저도 이에 합세해 최저임금 인상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을과 병의 치열한 대리전은 어쩜 현재 한국 경제 구조에서 너무나 당연했다. 수십 년 간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시장자유주의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고착화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명분하에 기업 즉, 재벌 총수에게 많은 이윤을 챙겨 주었다. 

결국 자본가들에 의해 소상공인들은 점차 낮은 수익률도 버틸 수밖에 없게 됐다. 

자본을 통해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된 대기업(본사)는 대리점이나 하청업체에 갑질이 만연해졌고 장사가 된다 싶으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그 수익을 갈취했다. 

소상공인들이 낮은 수익률로 근근이 유지하는 상황이다 보니 저절로 노동자들도 저임금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형성됐다. 

저임금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속출하면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대기업과의 기술격차는 더욱 벌어져 또 다시 임금 격차를 불러오는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게 된다. 

결국 악순환 속에 돈이 아래로 흐르지 않게 되면서 우리 사회는 1%의 최상위층인 갑들과 그 아래 누가 더 약자인지조차 구분 짓기 힘든 중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로 갈라놓았다. 그래서 을과 병으로 나뉜 기울어진 운동장 속여서 피 터지는 다툼을 벌여야 하는 불공정한 경제 구조가 뿌리를 내린 것.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오해와 비판을 받고 있는 데는 바로 ‘최저인금’ 인상만으로 정책의 순기능을 외면하고 눈앞의 지표만 따지기 때문이란 것이 진보진영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다. 결국 한국에서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며 전 방위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재벌 개혁과 맞닿아 있다. 현시점의 성과를 따져 묻기보다 거시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향후 경제 정책의 방향은? 

그래서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론을 찬성하는 측의 입장이다.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와 사회 구조를 바꾼다는 측면에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일임은 자명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올 해 1월1일부터 시작했다. 주 52시간 근무도 7월1일부터 시행한 만큼 이제 두 달이 채 안 지났다. 조금 더 시간 여유를 두고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 정책 방향을 두고 내부 갈등설이 확대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어 보인다. 

경제 정책의 양대 산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각기 다른 주장으로 맞서면서 불화설까지 나돌았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자, 청와대는 21일 소득주도성장에 근복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극화 해소라는 정책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득주도성장도 결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큰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건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자체에 매일 이유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갈등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버리면 그분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정책 그 자체보다는 그와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관점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가 편가르기식 갈등 구조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22일 열린 예결위서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을 향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흑백논리적인 접근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기대가 섞여 있는 경우와 냉정하게 보는 것의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그런 것을 엇박자라고 보지 않는다"며 야당의 비판에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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