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잡화점 '돈키호테' 벤치마킹...국내서 통할지는 미지수

17일 평일 오후에도 코엑스몰 내 삐에로 쇼핑 입구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17일 평일 오후에도 서울 강남 코엑스몰 내 삐에로 쑈핑 입구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스타필드, 노브랜드, 이마트 24 등 확장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어온 신세계가 이번에는 코엑스 스타필드 내 만물 잡화점을 차리면서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본의 유명잡화점인 돈키호테를 본 따 만든 삐에로 쑈핑은 그야말로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만물상이다. 6월 27일 오픈 후 하루 평균 1만 명이 찾았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 내내 예측할 수 없는 상품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음지에 있던 성인숍을 버젓이 만물상 내에 차리는 등의 시도에 “과도한 일본 따라하기”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관심과 함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삐에로 쑈핑을 직접 찾아보았다. 

◇ 젊은 층 취향에 맞춘 만물잡화점...충동구매 자극 

“난 차리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예~ 예~ 예~ 예~”

김완선의 90년대 히트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총 760평 규모의 매장 안에 하루 종일 울려 퍼진다. 의류·잡화·신선간편식·애견용품·전자기기·의약외품은 물론 명품까지, 4만 개가 넘는 상품이 잡동사니처럼 진열되어 있다.

곤돌라에서 다음 곤돌라까지의 거리는 1.8m. 매대와 매대 사이는 매우 좁다. 의도적을 무질서하게 진열해 놓은 상품주변에는 ‘날 데려가요’ '가즈아‘ ’픽미픽미‘ '탕진잼' '슬기로운 쇼핑생활' 등 'B급 감성' 문구들이 붙어 있어 만물상 분위기를 풍기는데 한 몫 했다. 

여기에 젊은 층이 좋아할 캐릭터 장식도 쇼핑의 재미를 더한다. 삐에로 쑈핑은 홍보를 위해 자체 캐릭터 4개를 개발했다. 취업준비생 마이클, 래퍼 지망생 젝손, 반려 고슴도치 빅토리아, 신원미상의 애로호 등이다.

다음 진열대의 상품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에 쇼핑의 집중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삐에로 쇼핑 무인 계산대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삐에로 쑈핑 무인 계산대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일본의 돈키호테와 판박이라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찾은 고객들로 평일 오후임에도 코엑스 내 삐에로 쇼핑은 무척 붐볐다. 여기저기서 “정말 정신없다” “물건 정말 많네”라는 말들이 어렵지 않게 들렸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만큼 유입 인구가 많은 것도 사람의 혼을 빼는데 한 몫을 했다. 

일본 돈키호테에 여러 번 가봤다는 한 여성 고객은 “일본의 돈키호테와 정말 똑 같다”고 평했다. 

실제로 일본 용품들도 많이 판매되다보니 일본 여행을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가격은 일본의 돈키호테처럼 핫 하진 않다. 

한 20대 고객은 “별로 싼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면 계획성 없이 소비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삐에로 쑈핑을 찾은 고객 중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무리도 적잖았다. 

청담동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무리는 “학교 축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왔다”면서 “이것저것 물건이 많아 한 번에 다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찾았다가 바구니에 넘치도록 담은 고객도 있었다. 무인계산대를 포함, 계산대 앞으로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 줄을 몰랐다. 

목적성 없는 구매를 하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정용진 부회장이 1년을 공들여 만들었다는 삐에로 쇼핑의 기획은 이 정도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상품 관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삐에로쇼핑이 지난 6월 공개될 당시 “저도 그게 어디있는지 모릅니다”라고 적힌 유니폼까지도 화제가 됐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조차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데 식품의 경우 유통기한체크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이마트는 "현장근로자들이 유통기간 확인은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 관리 허술한 성인숍.. 주변 속옷 코너도 선정적 “민망하다” 

지하 2층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한 출입이 가능한 성인용품 숍도 들어서 관심을 모았다. 20대 젊은층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다. 고객층은 다양한데 젊은 여성들이나 연인끼리 찾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성용숍 출입이나 구경하는데 있어 별다른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내부에는 성인용품이 낯선 고객들을 위해 '19금 마스터'가 친절히 상품을 안내한다. 

고객을 가장한 취재진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을 묻자, ‘콘돔’이란 답이 돌아왔다. ‘19금 마스터’는 직접 제품 하나하나의 특장점을 설명하며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서울 강남 코엑스몰 삐에로쑈핑 매장 내 성인용품 코너.(사진=소비자경제)

삐에로쑈핑의 성인용품 코너 입구는 일본지역 가게 입구에 주로 설치되는 천 가림막 ‘노렌(暖簾)’에 ‘19금 성인인증존’ 그림을 그려 넣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출입을 위해서는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한다. 가림천 밖에서는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20대 초반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천을 걷어내고 성인숍에 들어서니 출입은 생각처럼 까다롭지 않았다. <소비자경제> 취재진 역시 아무런 제재 없이 성인숍을 드나들 수 있었다. 성인여부를 가려내는 직원이 한 명 뿐이라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출입이 가능하단 얘기다. 

가림천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도 함께 그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천막 안쪽 세상에 호기심을 갖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탓에 어린 자녀들과 함께 쇼핑하는 부모들은 썩 탐탁지 않는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가양동에서부터 아이들과 함께 구경나왔다는 한 주부는 “쇼핑 중 예상치 못한 곳에 갑자기 성인숍이 있어 가슴이 철렁했다”면서 “게다가 7살짜리 아이가 여기 들어가고 싶다고 떼를 써서 난처했다”고 말했다. 

성인숍 앞 코스프레 용품과 속옷이 진열된 매장도 선정적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고객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성인용 속옷을 진열해 놓은 것 같다"면서 "아이와 함께 갔다가 정말 황급히 지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호기심에 한 번 가봤지만 재방문은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는 “대기업이 음지에 있던 성인숍까지 굳이 이렇게 차려야 하는 것인지 맘에 안 든다. 무분별하게 일본의 성 문화까지 들여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삐에로쑈핑 성입숍에는 통관이 금지된 성인용품 ‘리얼돌(Real Doll)’이 판매상품으로 진열되어 논란이 일었다. 리얼돌은 인체와 흡사하게 만들어진 인형으로 성적대용품으로 쓰인다. 

관세법 234조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도화·조각물 등의 수입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얼돌 역시 이에 해당하지만 반신 리얼돌은 통관이 허용되는데다 국내에서 제작된 리얼돌의 유통은 제재할 방법이 없다. 

신세계측은 “합법적으로 수입된 제품”,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세관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넘어갔다.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500만원에 붙여진 리얼돌의 자취는 현재 성인숍내에서 사라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리얼돌은 업체가 회수가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든 문제의 상품이 재통관 되거나 성인숍의 수위가 점점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인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제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정용진 부회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듣지 못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사진=소비자경제)

◇ 신세계 총수일가 상반기 보수 72억...주변 상권과 상생은? 

일본 여행 필수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돈키호테’는 1989년 덤핑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시작해 일본 유통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돈키호테는 매장 수만 370개. 지난해 매출 8300억엔(약 8조원)을 기록했다. 돈키호테는 2020년까지 매출액 1조엔(약 10조원), 매장 수 5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돈키호테의 성공적인 이면에는 불황이 있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재고 또는 부도 상품을 도입해 내세운 가격경쟁과 편리성은 경기불황에 제대로 먹혀들었다. 

그래서 돈키호테의 상품은 점포마다 다 다르다. 재고에 따라 변경되기 때문에 딱히 고정된 가격이 없다. 외국인 고객을 겨냥해 즉시 면세 서비스는 기본, 각종 외화결제 서비스나 매장 내 통역안내 서비스까지 지원하지만 돈키호테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서는 그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낮은 임금에 과도한 일을 시켜 블랙 기업으로 찍힌 적이 있는데다 저가 경쟁으로 주변 상권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문제, 상품의 품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문제 때문이다.  

코엑스 내에서도 삐에로 쇼핑에 대한 곱잖은 시선이 존재했다. 코엑스 내 한 상품점 직원은 “코엑스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상점에는 들어오지 않고 삐에로 쇼핑은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만 한다”고 투덜댔다. 

삐에로 쇼핑 바로 옆에 위치한 화장품가게는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딱 잘랐지만 취재진이 코엑스에 머물렀던 몇 시간 동안에도 볼 때마다 손님은 많아야 한 두명 쯤. 거의 휩쓸려 다녀야 하는 삐에로쑈핑 분위기와는 전혀 딴 판이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게재된 신세계·이마트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 총수 일가가 올 해 상반기 받은 보수는 71억 7800만원에 달했다. 

그렇잖아도 이마트 노브랜드가 입점하려는 곳마다 소상공인,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과 씨름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지난해 신세계, 스타필드, 코엑스몰 임차상인들의 임대 방식을 백화점식 수수료 매장으로 변경, 운영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는 비난도 터져 나왔다. 

◇ 삐에로 쇼핑 연내 3호점까지 출점 계획

이런 분위기 속에 이마트가 연내 서울 동대문 두타몰과 강남구 논현동에 3호점까지 출점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친 가운데 우려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삐에로 쑈핑이 본격 출점을 시작하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마트는 아직까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9월 오픈 예정인 동대문 두타몰 내 삐에로 쇼핑 구성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직원들에게도 공개된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상생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난과 반발을 의식해 향후 삐에로 쇼핑은 스타필드를 비롯해 이미 장악한 상권 위주로 출점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27일 삐에로쇼핑 한 달을 맞아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매출의 88%가 중소기업과 중소형 벤더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중소업체의 아이디어 상품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다”며 “기존에 거래하지 않았던 중소기업과 중소형 벤더 업체 130여개를 추가로 개발해 상품을 입점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삐에로쇼핑에 입점한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만 판매되던 제품을 오프라인을 판매할 기회를 얻게 돼 매우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삐에로쇼핑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삐에로쇼핑을 통해 중소업체의 제품이 판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삐에로쇼핑 입점을 위한 경쟁이 과열될 경우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마트는 중소업체의 제품을 직구입하거나 판매 후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트측에서는 "수수료를 떼는 업체는 몇 곳 안된다"고 말했지만 향후 중소업체들을 상대로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논란에 휩싸이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 쇼핑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며 유통의 혁신을 가져오는 새바람을 일으킬지,  ‘도 넘은 일본 따라하기’로 세간의 입방아에 줄기차게 오르내릴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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