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계획도 못 세워…재판 결과 따라 2천명 직장 잃을 수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공판에서 "당시 대통령 말에 따라 협조했을 뿐 면세점 청탁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기소, 구속 되고 보니 납득이 안되고 답답한 심정이더라"며 재차 무죄를 호소했다.

신 회장은 17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변호인과 검찰의 공방이 끝난 뒤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증인석에서 "외국에서도 정상들을 만나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항소심이 시작된 이후 5월 30일 열린 첫 공판과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석을 요청하던 6월 두 차례 공판, 지난달 피고인 신문 등 기회가 날 때마다 직접 억울함을 주장해 왔다.

특히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건넨 것이 당시 경영 현안인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재승인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52년 동안 사업했지만 현안이 없는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2016년 상반기에 복합쇼핑몰 규제 완화·가습기 살균제 사태·롯데홈쇼핑 및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재승인 등의 경영권 관련 현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면담 당시 면세점은 사실상 해결된 것으로, 대통령에 청탁해야 하는 시급한 현안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신 회장은 거듭 "외국에서도 일본 아베 정부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대통령, 총리, 서기장 등과 독대했으나 우리 기업에 한정된 어떤 부탁이나 애로사항을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구게서도 마찬가지다"며 "개인적인 부탁을 하면 다시 그분들을 만나기 어려워지고, 좋은 관계도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정책 담당자를 만나 공통적인 애로사항을 말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일"이라며 "정부 정책을 집행하시는 분들도 이런 필요성 때문에 경영자들과 간담회 등으로 소통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기부 배경에 대해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은 국민들이 키워준 곳이기 때문에 항상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창출·세금 납부는 기본이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나눔과 정부 사업에 적극 협조해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문화 스포츠 정책에 보조를 맞춰 기부활동도 해야 한다"며 "그동안 롯데그룹은 K스포츠 재단 외에도 동반성장과 창조경제센터·평창올림픽·스키협회·부산오페라극장 등에 기부해 왔다"고 언급했다.
 
특히 "정부 요청대로 성주 사드부지를 제공했는데 중국정부의 한한령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면서도 "기업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한국은 물론 외국에도 많이 기부하는 것은 (롯데그룹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또 옥중생활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이끄는 회장으로, 제가 하는 본연의 일도 못한 지 6개월 이상 지났다"며 "몇 년간 일자리를 가장 많이 제공해 왔다고 생각하는 우리 그룹인데,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 영업중인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도 이 재판 결과에 따라 영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그러면 2천명 이상의 직원이 하루아침에 멀쩡한 직장을 잃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신 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에서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부정청탁'이 오갔고 그 대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1심 판결과 관련해 "면담에서 청탁은 생각할 수도 없던 일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분쟁 문제를 지적하시면서 스포츠 전반에 대한 그룹 지원을 요청해 지금껏 해왔듯이 정부 시책에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한편 신 회장의 변호인들은 K스포츠 재단에 대한 기부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기부와 마찬가지 선상이며, 신 회장이 대통령에게 면세점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대통령 면담을 했는데, 신 회장에 대해서만 가혹하게 대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심과 비교해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상실하고 이후 정부가 면세점 특허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련의 사건 전개상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에서 면세점 청탁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안종점 전 수석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개장을 위한 특허 취득을 위한 1순위 설득대상으로 정했다는 점, 2016년 2월 18일 신 회장과 안 전 수석이 점심 미팅을 가진 사실, 같은 해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단독면담을 가진 점, 4월 말 관세청이 신규 특허를 추가한 것 등 여러 정황상 면세점 특허에 대한 청탁이 있었을 거라는 게 검찰이 기소한 주된 요지다.
 
1심 재판부는 검찰 측 의견을 받아들여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신 회장에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한 차례 더 변론을 진행한 뒤 29일 검찰의 구형 등 결심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2심 선고는 10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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