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인
윤대우 발행인 겸 편집인

 

[소비자경제신문=칼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12월,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려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했다. ‘동방계획’으로 명명됐던 이 작전은 이라크가 전시 지역임을 감안해 유럽 순방 전부터 극비리에 추진됐다.

청와대 비서실이나 국방부에서 먼저 건의 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원을 격려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직접 추진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은 2시간 남짓으로 짧았지만 국군 통수권자로써 대통령이 이역만리 떨어진 자이툰부대를 직접 찾은 것 하나만으로도 파병 장병들과 군대에 아들을 보낸 모든 부모들,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파병 군인들은 감격했고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도 눈시울이 불거졌다.

적의 대공포 위협이 언제든 도사리고 있었기에 노 전 대통령이 탄 군용 수송기는 지그재그 비행을 왕복 4시간 동안 했다. 위험천만한 이라크를 직접 방문한 국가 원수는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 과시한 동시에 미국에 대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 하라는 우회적 메시지가 담겼다. “우리도 이 정도 했으니 할 말은 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배짱 정신이 묻어 있는 방문이었다.

필자 기억으로는 노 대통령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를 했던 보수 신문들도 자이툰 부대 방문 다음날 칼럼을 통해 한목소리로 대통령을 칭찬했다.

하지만 지지층은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라크 파병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지층은 이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미 FTA 협정체결이나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비슷한 맥락이다.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직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지지층은 이들 사안들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노무현 정부를 압박했다.

사회분야 최대 이슈였던 검찰 문제도 노 전 대통령의 용기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평검사와 대화에서 검사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자신의 오른팔과 왼팔이 구속되었어도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을 끝까지 지켜줬다. 당시 검찰 총장으로 지금은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송광수씨도 만약,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권 아래 있었다면 민정수석실이나 여권 수뇌부의 압력에서 자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을 만든 주변 측근인사들이 한 명 두 명 구속되자 시민단체와 노조 등 대통령 우군 측에서 검찰에 침묵하고 있던 대통령을 미워하고 싫어하기 시작했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노 전 대통령은 주5일 근무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지만 기업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해줬다. 국가가 모든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았다. 기업들 스스로 열심히 하도록 유연하게 밀어줬다. 이 또한 지지층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일었다. 대기업 손을 들어줬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재벌에 포섭됐다” “개혁 후퇴”란 이야기가 그때도 나왔다.

그의 속마음까지는 알 수는 없으나 국가경제를 살려야 하겠다는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은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평균 3.2%)와 박근혜 정부(2.9%)보다 높은 4.5%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했다. 사상 최초로 주가지수 2000 시대, 국민소득 2만불 시대, 수출 3천억 달러 돌파에 성공했다.

이처럼 전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명확해진다. 평가의 잣대가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국익을 위한 과감한 판단과 결정은 후세와 역사가들에게 결국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리더는 때론 자신의 지지층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가 있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업적들이 당대 무조건 환영받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리더가 되어보니 주변에 펼쳐진 어려운 상황과 현실. 지구보다 무거운 어깨의 짐을 둘러매고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대통령은 당선 후, 본인의 신념과 생각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는 통과의례를 거치게 된다. 이는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 총리에게 해당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진보 든 보수출신이든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가 추진하려는 각종 국가 정책이 1년 3개월 만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문 대통령은 국가정책 방향을 틀어야할지 여부를 결정할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규제 개혁을 포함한 경제정책이 대표적 예이다. 경제를 살리려니 기업들, 특히 대기업 입에 맞게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취임 초 여러 대기업 목을 죄었어도 결국 옷자락 잡을 곳은 대기업 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지율은 뚝뚝 떨어지고 사회 곳곳에서 저항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한 때 대통령을 맹렬히 지지했던 네트즌들도 하나둘 등을 돌리며 부정적인 댓글 건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외교와 국방에 대해선 그럭저럭 참았던 이들이 경제 지표가 나빠지고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드니 반기를 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먹고사는 경제가 중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여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일을 추진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그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멘토, 친구 같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어떨까 한다. 일각에서는 그를 실패한 대통령이었다고 말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결정한 많은 정책들이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바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자신 편보단 국익을 위해 일했다.

노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대비되는 것은 앞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들이 노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과 비슷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방·외교·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주변 측근들과 지지층의 이야기만 듣고 해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거시적으로 멀리 봤을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명석하게 판단해야 하고 그 결론이 맞다고 확신이 든다면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반대 목소리를 꺾어야할 용기와 결단이 절실히 필요하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대통령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다. 필자는 해병대 헬기 추락사고로 우리 장병 5명이 순국했을 때 문 대통령이 왜 장례식 조문을 안 갔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어떤 바쁜 일이 있어 안 갔는지, 북한을 의식해 주변에서 만류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다. 그 때 가셔야 했다. 순국 장병 가족뿐 아니라, 60만 모든 군인의 가족들과 청년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만약에 집권 기간 중, 우리 군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다 또 다시 목숨을 잃는다면 반드시 장례식장에 방문하길 권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꼭 가시라. 노 전 대통령처럼 이역만리 파병부대까지 방문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국군최고 통수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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