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폐지 주장 국민청원 봇물
참여연대 "연금보장성 강화 방안 마련 시급"
김태년 의원 "국회 주도 연금 개편 사회적 논의기구 만들자” 제안

(자료=청와대 청원 게시판)
(자료=청와대 청원 게시판)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최근 저출산·고령화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개편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논란의 불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하여 시행된 공적연금으로 1988년부터 시행됐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지난 1998년 소득의 9%로 인상된 후 20년째 동결돼 왔다.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됨에 따라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막상 보험료를 내야 할 젊은 층 다수가 ‘국민연금 폐지론’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 개편 자문안이 오는 17일 제시되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수 천 건씩 올라오고 있다. 

국민연금과 관련 최대청원인 ‘국민연금 폐지 일괄일시금 수령’이란 제목의 글에는 현재 9천 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나흘 만에 서명 1만 명을 넘어설 조짐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사회적 합의 없는 국민연금 개편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향후 개편안에 대한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17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열고 제도발전위가 제시한 자문안을 공개한다. 

공청회 이를 토대로 9월 중으로 정부안을 마련하고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개편안과 관련 국민의 공감대를 얼마나 이끌어낼 지가 관건인 가운데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급여 인상)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13일 국민연금 제도 발전안에 대한 성명을 내고, “연금 보장성 강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부정 여론이 확산하는 원인을 “그동안 국민연금의 지급보장의무조차 법에 명시하지 않고 국민연금이 성숙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기금고갈론을 내세워 수차례에 걸친 개악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깎아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늦은 도입과 낮은 소득대체율, 여전히 남아 있는 사각지대로 제도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는 점 등을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은 1988년에 시행된 이후 1999년에 와서야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와 자영업자까지 가입대상이 되어 제도 도입 자체가 매우 늦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자들 상당수가 수급자가 되는 성숙기로 예상되는 2030년에 접어들이도 전에 명목 소득대체율이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1988년 70%에서 1999년 60%로, 다시 2008년 50%로 삭감됐다. 
아울러 2008년부터 매년 0.5%p씩 삭감돼 2028년 40%로 떨어질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2018년 기준 40년 가입기준 소득대체율은 45%다. 국민의 평균 가입기간인 20년 남짓을 기준으로 볼 때 실질 소득대체율이 20% 정도에 불과한 수준으로 전락했고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적정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OECD 국가 공적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평균소득자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52.9%, 한국 39.3%다. 

아울러 예측이 불가능한 70년 뒤의 미래 추계결과를 근거로 섣부르게 제도 개악을 시도하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는 “많은 국민이 거의 유일한 노후 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삼아온 만큼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축소된다면 그 피해는 다수의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면서 “재정안정화라는 방편으로 연금 급여가 감축되거나 지급시기가 늦추어지는 형태의 연금제도 개악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민연금의 수십 년 뒤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내세워 공적연금을 축소하여야 할 시기가 아니라, 진지하고 성숙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제도를 바로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주도하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4일 “국회가 주도하는 연금 개편을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연금은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회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을 정치적 정쟁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도 국회가 주도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든 바 있다. 당시 대타협 기구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고 국회에서 입법으로 마무리했다”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야가 협력하면 국민연금 개편안도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성숙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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