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그 어느 때보다 금융 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 요구가 크다. 그 만큼 금융이 민생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이기심과 탐욕에서 벗어나, "금융은 정의로운 얼굴이어야만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10년간 몸담았던 흥국생명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 2005년 해고 된 후, 금융정의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득의 대표다.

거대 금융자본에 맞서 할 말을 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서 온 김득의 대표는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지난 정권에서는 ‘창조 금융’을 말하더니 이제는 ‘더불어 금융’을 말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거나 단기순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이윤보다는 사람을 살리는 금융이 됐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김 대표의 인터뷰 일문일답. 

- 금융정의연대가 설립된 지 5년 정도가 흘렀다. 지금까지 해 온 일 중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가? 

2015년 대부업 TV 광고의 청소년 시간대 규제를 이끌었다. 일상적으로 대출광고가 보기 싫어도 봐야 했는데 그 법이 통과되고 나서는 대출광고를 최소한 청소년 시간대에는 안 볼 수 있게 됐다. 

당시 시간대 규제를 하면서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 △토요일·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엔 대부업 광고를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또, 2년 전 생보업계가 자살보험금을 일괄지급하도록 하는데 일조했다. 2016년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 당시, 보험사들이 그동안 판매한 재해사망특약과 관련해 자살이 재해사망에 해당하는지, 소멸시효(2년)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을 일었다.

대법원은 자살보험금 논란과 관련해 종신보험 등의 일반사망보험과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자살했을 경우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을 같이 지급하도록 했다. 단 보험금 청구 시효가 지난 재해사망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약관을 잘못 만든 책임을 지고 자살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생보업계는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을 모두 내라는 금감원 요구에 버텼다가 CEO 해임 권고라는 고강도 제재에 백기 투항했다. 

물론 자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언론의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우리가 자살보험금 지급을 주장했던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자살 보험의 취지 자체가 자살자에게도 지급하겠다고 만든 보험금이었고 약관이 존재했다. 약관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이 원칙이 무너지면 약관은 있으나마나한 것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문제제기를 했다. 크게 보면 약관을 최우선시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누가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했다 2년 후에 죽겠나. 자살을 생각하면서 2년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면 자살을 철회하고 다른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금융거래법이 강화되도록 노력했다. 이제 우리도 CMS를 받으려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물론 우리도 귀찮아졌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신용 정보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름과 보안 중 선택해야 한다면 보안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삼성증권 사태에 대응해서 공매도 개선 방안 까지는 나왔다. 불만족스럽지만 어쨌든 정부가 방안을 내 놓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은행권 채용비리와 부당 대출이자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자정능력을 갖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 온 측면에서 금융정의연대는 꼭 필요했다고 본다. 
  
 -대부업 광고 규제를 그간의 성과 중 가장 먼저 꼽아 주었는데, 빚 안지고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청년 채무자 상담도 연대해서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상담이 많이 들어오나? 

20대들이 학자금 대출이나 생활비 때문에 부채를 지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지는 추세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더라도 체감하기론 작년보다 15-20% 정도 20대 부채 규모가 늘었다고 본다. 

대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고 쉽게 해주는 것도 문제다. 또, 금융 지식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20대 청년들이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살 경우, 보통 20대의 자동차 사고율이 가장 높다보니 보험료가 비싸다.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자차 보험을 들지 않았다가 사고가 나서 차는 폐차되고 대출금은 부채로 남고 신용불량자가 돼, 어머니가 상담을 해 온 경우들이 있다. 

이밖에 청년 상담건은 아닌데 최근 법원 판결에서도 진 경우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었는데 1억 5천만 원 전 재산을 들여 펀드에 들었는데 원금이 3백만 원 밖에 안 남았다. 펀드가 그렇게 남을 수가 없어서 봤더니 그 펀드가 선물에 가입되어 있었다. 선물에 가입되어 있다 보니까 시장변동에 따라 전 재산을 날린 딱한 사연이었다. 

증권사쪽에서는 충분히 고지했다고 하고 결정적으로 그 노인분이 이전에도 유사상품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그런 점들을 참고해서 법원에서는 노인이 인지하고 가입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노인은 “나는 선물 준다고 해서 가입했지 선물이 뭔지도 모른다”며 억울해 했다. 

노인이 인지를 했건 하지 않았던 우리의 주장은 그런 고위험 상품은 판매를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험회사에서 10년간 신용대출을 담당했다. 기본적으로 고객은 직원에 대한 신뢰도가 있다. 손해가 안 날것이라고 한 직원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법원 판결이 이렇게 나니, 참으로 안타깝다. 

-보험 상품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다. 최근 암 보험 약관의 ‘직접치료목적’ 해석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예전에는 요양소들이 없었다. 그래도 보험금을 다 지급해 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요양병원이 많아지다 보니 병원에서는 치료를 끝내서 내보내면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운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건 직접 치료가 아닌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다. 

- 약관 내용이 너무 어렵고 제대로 고지 하지 않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 금융회사와 분쟁이 생겼을 때 약관이나 약정서를 어떻게 작성했느냐. 고지를 어떻게 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다 사인을 했다고 하지만 사인은 하라고 하니까 충분히 읽지 않고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약관 내용이 너무 많고 전문 용어는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하거나 중요한 사항은 크고 빨간 글씨로 앞 장에 명시하고 하나하나 사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전에 설명한 사례처럼, 펀드의 경우도 “이것은 선물이라서 고객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써서 고객이 위험을 인지하도록 했다면 그 노인은 더 신중했을 것이다. 

또 하나, 녹취라도 하자. 전체를 녹취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부분은 반드시 녹취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고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간을 쉬운 용어로 적고 필수 사항을 담은 요약 설명문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괄호 열고 무슨 뜻인지 설명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삼성생명 즉시연금 사태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5만5천 명의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며 ‘일괄구제’안을 내 놓았지만 삼성생명은 최저보증이율 예시액보다 적게 수령한 고객들의 일부 차액인 370억 원만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후안무치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는데? 

일괄지급액 약 4300억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그저 시늉에 불과하지 않나.  삼성생명이 미지급금을 안 주기로 한 건 시간끌기로 본다.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송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액이 큰 사람도 있지만 적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송을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삼성이 제시한 10분의 1 금액이라도 받겠다고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3년이다. 그것을 지나면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삼성의 꼼수이자 불순한 의도라고 본다. 

이사회 결정이 법률적 결정이었고 그래서 배임적 성격이 있다. 그래서 못 주겠다고 이사회가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으로 묻고 싶다. 주어야 할 돈이었는데 소송까지 가게 돼서 소송을 하게 되면 지연 이자를 또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지연이자까지 100% 지급해야 한다면 지급해야 할 금액은 4천억인데 7천억이 된다. 그러면 이 3천억 원에 대한 배임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는 말이다.

삼성생명은 소송에서 이길 것이란 확신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10분의 1의 금액을 받는 사람에게도 ‘이 후 일체 소송은 제기하지 않는다’는 사인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기한이익 상실 폐지도 주장하셨는데...

기한이익상실을 악용해 연체 이자로 금융회사들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험사에 근무할 때도 독촉을 안 했다. 한 달 째에 연채이자 받고 정상화 시키면 이제가 100배 차이가 난다. 이런 불합리한 것들은 폐지하는 것이 맞다. 

김 대표는 금융회사 회장들의 황제경영, 무제한 셀프연임을 비판하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 2017년 신한은행 위성호 행장을 위증 및 위증 교사 혐의로 고발하고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 금융 적폐 청산기구 신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김 대표는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점수를 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 지금까지의 금융당국에 점수를 준다면?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10점도 못 주겠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세워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진작 그렇게 했어야 한다. 지금까지 금감원에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있었느냐 물으면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금감원은 철저히 은행. 금융회사 중심의 금감원이었다. 

우리에게 상담을 오는 대다수가 금감원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금감원에서 해결이 안 되니까 우리를 찾아 온 것이다.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일을 했다면 우리를 찾아오는 경우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도 그랬고 이번 삼성증권 사태도 징계를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본다.  

삼성증권 6개월 영업정지는 온전한 영업정지가 아니다. 일부 상품에 대한 영업정지이므로 보여주기 식이었다. 정말 피해자들을 위해서 적극 개입했느냐 묻고 싶다. 삼성증권의 주주가치를 믿고 주식을 보유했던 사람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 신한사태와 관련, 신한은행 위성호 행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한 지 1년 6개월 만에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위성호 행장은 이명박 정권에 부역했던 라응찬을 위해 그 편에 선 사람이다. 위성호는 자격이 없기 때문에 빨리 수사해서 은행장을 하면 안 된다고 고발을 한 거였는데 은행장 임기를 다 채운 마당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검찰도 여전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재벌 회장 위에 금융지주 회장이 있는 것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단적인 예가 은행권 채용비리다. 

채용비리에 있어서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 국민은행 윤종규 회장 모두 비공개 소환 조사를 했다. 채용비리는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이다. 그걸 비공개 소환조사한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금융이 재벌화 되었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은 최순실에게 부역했고 신한사태는 금융을 사유화한 사건이었다. 관련자들이 계속 권력을 재창출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관치금융 운운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이런 것들을 어떻게 뿌리 뽑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욱 금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감원이 제대로 하면 된다. 왜냐하면 금감원이 지금도 채용비리 가지고 징계를 해달라고 요청하니까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고, 사상 초유의 ‘대출금리 조작’에는 감사원에서 현행 은행법 가지고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서 못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에 권한이 분명 있다. 감사원은 은행법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지 처벌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었다. 금감원이 의지만 있다면 처벌을 하고 은행들이 행정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 직무 유기적 성격도 있다.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조항도 만들어야 한다. 나는 금융당국이 좀 더 의지를 가지고 칼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몸을 사리면 안 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광고 팔이를 해서는 안 된다. 

- 금융정의연대는 정부 자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정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된다. 딱 한 번, 금융소비자학교를 열 때, 서울시에서 2천만 원 정도를 지원받은 적이 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다.

금융회사 관련된 사람들, 이해관계 뿐 아니라 자본과 관련된 단체 자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데 스스로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 아무래도 경제적으로는 많이 어려울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 우리 아들이 내가 흥국생명에서 해고 됐을 때 사유가 비정규직이어서 해고 된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노조 하다가 해고된 것을 알고 어떻게 가족을 위해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더라.

그래도 후회는 없다. 떳떳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살아온 것이 아까와서 꺾일 수가 없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만족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내 아이들과 후대를 위한 일 아니겠나. 그러기 위해 시민 사회단체와 언론의 연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금융회사가 돈을 많이 번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피눈물이다. 진정한 사람의 얼굴을 한 사람이 금융을 맡아야 한다. 금융회사의 적정 이윤이 얼마냐 물으면 나도 대답은 못 하겠지만 은행들이 단순히 대출을 많이 해줘서 이자를 벌어들인 것인지, 혹 정말 탐욕스럽게 벌어들인 것은 아닌지, 우리는 모르지만 은행들 스스로는 알 것이다. 

은행들은 단기순이익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적정 이익이 얼마인지를 고민하고 금융을 사유화하지 말고 정말 필요한 곳에 자금이 돌도록 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창조 금융을 말하다가 이제는 더불어 금융 함께 사는 금융을 말하고 있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이윤보다는 사람을 살리는 금융이 됐으면 좋겠다. 이 얘기를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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