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출처=롯데닷컴)
최근 폭염으로 한 통에 최대 35000원까지 오른 수박.(출처=롯데닷컴)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농가들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물가는 10개월째 1%를 유지했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4.2% 뛰었다.특히 지시금치는 무려 50% 이상 올랐고 무 44%, 열무는 42%, 배추 39%, 상추 24.5% 껑충 뛰었다. 

과일 가격도 폭등해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농산물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개월 전 전국 평균 수박 1통 가격은 1만4544원(평균 가격) 이었다. 

7월 말일 1만9800원으로 오르더니 8월 6일 2만6400원까지 치솟았다. 가장 비싸게는 3만3천원에도 팔려나간다. 

평년 1만6353만 원(평균 가격)보다 40% 이상 올랐다.

◇ 수박, 수요 늘지만 품귀현상...대형마트 매출↑ 수입 농산물 ↑

기록적인 폭염으로 속이 물러지는 피수박이 되거나 누렇게 화상을 입어 폐기되는 물량이 많아져 귀해진 만큼 가격이 뛰면서 마트들의 매출은 함께 오르는 추세다. 

이마트의 최근 보름 간의 수박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이상 올랐다. 롯데마트의 7월 한달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22% 가량 늘었다. 8월 첫 주(1일-5일) 수박 판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6% 급증했다. 

수입농산물 매출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티몬 슈퍼마트가 7월 11일부터 8월 3일까지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수입과일의 매출은 92% 증가했다. 전체 과일 매출에서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나 된다.
 
불볕더위로 국내 과일들의 작황이 나빠진데다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수입 과일쪽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 애 태우는 농가...한숨만 

진천에서 수박을 비롯한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장00(59세)는 최근 상황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모든 작물이 말라가고 있다”고 하소연 하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장 씨는 “어제(6일) 한 달 만에 10분 정도 소나기가 내리다 말았는데 물을 아무리 공급해주어도 온도가 너무 높다보니 모든 작물이 버티지를 못한다”면서 “상반기에는 밤에 온도가 굉장히 낮았다. 그래서 수박 품질이 좋지 못해서 수박 농가들이 울상이었는데 폭염까지 닥치면서 농부들끼리 올 해도 보따리 쌀 사람 많겠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장 씨는 “현재 수박은 8kg짜리 4수를 한 상자에 담아 선물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가격은 2만 5천원에서 3만 원 정도로 책정하려 하는데 용역 인건비가 일당 여성은 7만5천원, 남성은 10만원이다. 박스포장값도 1천450원으로 부가세를 더하면 1500원이 넘는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작년에 22동 운영하던 하우스를 절반가량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우리도 절반 정도는 토지를 임대해 쓰는데 전체를 다 임대해 쓰는 사람들은 빚더미에 올라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다양한 직불제를 통해 농가 소득을 보전해 주는 노력 등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상 도시에 돈 많은 사람들이 땅을 소유하면서 편법으로 지원금만 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또 “농가들에게 생산기반 시설 설치비를 50%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그런 지원책이 있어도 선뜻 신청은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풍기도 달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싶지만 나머지 50%를 자부담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 해 수확한 총 수입을 다 투자해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장 씨는 “차라리 최저가가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우스에 물을 대기 위해 땅을 경쟁하듯 깊게 파는 경향이 있다. 아직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물 부족이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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