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소비 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여름휴가 일정까지 바꿔가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오는 7일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 일정이 7일부터 10일까지 잡히면서 여름휴가 일정을 조정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4% 이상의 은행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제도이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지만 이때에도 의결권 행사는 4%까지만 가능하다. 

이처럼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이유는, 은행과 대주주 간 거래를 통제하는 행위규제만으로 재벌의 금융기관 사금고화와 금융시장 잠식 등 잠재적 위험을 모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이 휴가일정까지 바꾸면서 현장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숙원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 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의 요구인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가급적 이달 내에 마무리 짓는 등 성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도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 특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금융 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키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도 은산분리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최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2건의 은행법 개정안과 3건의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 총5건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법이 계류돼 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있는 지분 4%)에서 34%~50%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들이다. 

◇ 은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독이 든 사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 분리를 완화하면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관련 일자리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대주주 신용 공여, 대주주 발행 지분 증권 취득 한도 등을 현행법보다 강화하는 보완 장치를 두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금융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은산분리’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연맹도 6일 은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금소연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출현으로 금융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편리성을 강조했다. 

이어 “주부, 대학생 등 중저신용자인 금융소외계층이 혜택을 보게 됐고 오프라인 은행의 대출이자와 수수료 등 금융비용은 낮아지고, 예금이자는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은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보고 직접 신청하므로 시스템상으로 불완전판매나 부정대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 금융노조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달 5일 최근 금융위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과 관련한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의서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는 그것 자체가 금융규제의 근간을 허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를 묵살한 점, 케이뱅크와 우리은행의 당면 현안을 비정상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편법일 가능성이 큰 점, 인터넷전문은행이 초래하는 위험이 타 업권으로 전이될 경우 자칫 예금보험제도 자체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도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는 단기적으로 내다보는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유망하다면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은행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뱅킹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하고 있는 것을 시스템상 이미 갖추고 있다”면서 이미 중복시장을 키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어쩔 수 없이 자본을 투자해서 발을 내딛고 있다. 처음에는 고용이 늘어나겠지만 일반은행이 가지고 있던 고용 인력을 해고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결국 금융 인력을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애플리케이션 앱을 통해 24시간 은행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자, 기존은행들도 여러 기능의 앱을 하나로 통합했다. 

산업자본 대주주가 규제를 피해 은행을 사금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도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은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풀어준다 하더라도 추후 시중은행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천 의원은 "청와대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나서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 부진에 대한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청와대의 고민은 이해가 가지만 은산분리 완화는 우리 경제에 '약'이 아닌 '독'이 될 것이다. 현재로선 인터넷은행이라는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한번 뚫린 둑은 결국 무너지게 된다"고 반대의 뜻을 피력했다. 

또 지난달 17일에는 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금융소비자연대회의가 출범했다. 이들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규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 금융기관 건전성에만 초점...금융소비자 뒷전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은 은행보다는 연 5-15% 정도로 은행보다는 높지만 카드사보다는 낮다. 

케이뱅크는 4-10등급 고객에게 2062억 원의 신용대출을 제공(마이너스 대출 제외)했다. 
이는 올 해 4월 말 잔액 기준으로 전체 신용 대출 총액(4547억 원)의 절반에 가깝다. 

카카오뱅크의 중, 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1조3740억 원으로 전체 대출의 20.2%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현금자동인출기(ATM) 수수료가 거의 없고, 해외 송금 수수료도 기존 은행보다 낮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입자 수는 1년도 안 돼 60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여수신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다. 

케이뱅크의 지난 6월 말 기준 여신 잔액은 1조1천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말과 비교해 9.8% 증가했다. 작년 4분기 30.4%로 정점을 찍은 케이뱅크의 여신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처럼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일부 대출상품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일이 매우 시급해지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은산분리 완화 추진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한편 올해 가계부채 규모는 1500조 원(1분기 가계신용 기준)으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갈수록 금융기관들이 돈 장사에 혈안이 돼 금융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은 뒷전으로 두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게다가 산업자본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질 경우, 국민들이 낸 이자로 대기업 총수의 배만 불려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은행들이 이자 수익으로 배를 불리는 동안 가계부채를 떠안고 빚에 허덕이는 민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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