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대구 쪽방거주민 10명 중 9명은 선풍기로만 폭염을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민 절반 가량이 건강 악화를 호소했고, 4명 중 3명은 단열조차 안 되는 비좁은 노후 주택에 살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은 27일 오전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서 '2018년 여름철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주요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관리하겠다고 한 만큼 주거빈곤층들을 위한 폭염 재난지구 선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여름철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주요결과'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4일 동안 대구쪽방상담소 도움을 받아 대구 중구와 북구 일대 쪽방 48가구를 설문한 결과다. 에너지빈곤층이란 냉난방 등 에너비 구매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뜻한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폭염 재난 선포를 통해 ▲중앙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임시 거주시설을 제공하며 ▲주거빈곤층의 폭염관련 건강실태조사와 ▲전염성 질환 예방을 위한 소독 및 방역 활동 ▲이동 목욕서비스 등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서창호 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최고 4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주거빈공층은 어쩔수 없이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라며 "이것은 재앙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도 주거빈곤층에 대한 마련과 지원을 요구했다.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전국적으로 1000여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라며 "주거빈곤층은 폭염이 시작되기 전에 온열질환 증세인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여름철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주요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신체 여건,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모자가구 1곳을 제외한 47가구 모두 1인 가구였다. 주민 평균 연령은 65.3세였다. 특히 노인(만 65세 이상) 가구가 26개에 달했다. 노인 가구 평균 연령은 72.7세였다.

2가구를 제외한 46가구(95.8%)가 모두 주 냉방시설이 선풍기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12가구(25%)가 에어컨을 보유했지만 고장과 전기요금 부담 등을 이유로 가동하지 못했다.

20가구(41.6%) 거주민은 어지러움과 두통을 호소했다. 구역질이 나거나 호흡이 어렵고 지병이 악화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36가구(75%) 거주민은 1970년 이전에 지은 노후 주택에 살았다. 주택 평균 면적은 6.6㎡(2평)도 안 되는 5.39㎡에 그쳤다. 주택 실내와 바깥 기온에 차이가 거의 없었고 습도는 오히려 실내가 높았다. 5가구(10%)는 집에 창문조차 없었다.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장은 "현행 에너지복지제도는 혹한기 난방에 집중돼 있어 여름철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당사자들 사정에 귀 기울이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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