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노동자들 "타 공기업 파견직은 직고용 또는 자회사 편입한다는데 우리만..."

한전KDN
전남 나주시 한전KDN 본사 전경.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던 한전KDN 파견직 노동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고 계약 만료로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확인돼 현 정부 일자리 정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계약 기간 2년을 넘긴 상태에서 계약을 종료하면서 파견법을 어겼다는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파견근로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6조의2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파견노동자의 근무 일수가 2년을 넘은 경우, 파견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한전 KDN 파견직 노동자들은 실제 계약기간보다 적게는 일주일에서 많게는 한 달씩 더 일하고도 2년 계약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KDN 파견직 노동자들의 절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6월 자신을 47세 비정규직 여성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1997비정규직 도입으로 아웃소싱을 통해 한전KDN에 사무보조로 6~7년 근무했다. 하지만 정책이 바뀌면서 2년간 근무 후 기간종료로 퇴사를 해야 하게 됐다. 나 뿐 아니라 사무보조 여직원은 모두 다 그만두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청원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종료 됐지만 이후로도 한전 KDN파견직 노동자들의 아우성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최근 한 청원인은 “(나는) 한전KDN에서 근무하는 파견근로자다. 파견법에 의거 2년이 지나면 다음날부터는 사용사업자(한전KDN) 소속 무기 계약직으로 법령에 나와 있지만 실제 사용사업자는 이쪽저쪽 부서책임으로 미루고 있다”며 “동반성장, 중소기업성장, 청렴상생 등 말만 하지 마시고 책임 및 실천하는 모습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한전 KDN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어 청원인은 “여러 파견 근로자가 2년 초과 근무 후 퇴사했다. 하지만 내•외부의 압력에 의해 아무런 대응도 못한 채 물러났다”며 한전 KDN이 파견법을 위반했음을 지적했다. 

한 파견직 노동자는 <소비자경제>에 "정규직 전환에 기대를 품고 온 가족이 나주에 내려갔지만 계약 종료로 일자리를 잃은 현실에 황망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하는 일은 정규직과 똑 같은데도 신분상의 차이를 늘 느껴야 했다"고도 토로했다.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파견직 노동자는 2014년 360명, 2015년 405명 2016년 436명으로 계속 증가추세였지만 2017년 374명으로 줄었고 올 해 상반기 358명으로 줄었다. 

문재인 정부들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 세워졌지만, 되려 파견직 노동자들의 숫자를 계약 만료시기에 맞추어 계획적으로 줄여간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 파견법 위반에 정규직 전환 협의하는 노동자 대표도 계약만료

한전 KDN 정규직 전환 협의체에는 노동자 대표 4명이 포함돼 있다. 사무보조(112명), 전산(504명), 통신(182명), 미화(75명) 노동자들의 대표 격이다. 

한전 KDN 파견업체는 70여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파견노동자들의 급여도 천차만별이다. 파견업체가 떼어가는 수수료가 20-50%까지 들쭐날쭉한 까닭이다. 

이 중 통신과 미화 노동자들과 전산직 노동자 40%는 용역에 해당돼, 계약이 자동 연장됐다. 

문제는 100% 파견직으로 고용된 사무보조 노동자와 전산직 노동자 60%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잃자리를 잃고 있었다. 

노동자 대표단이 주장하는 정규직 대상자 873명 중 용역직은 423명, 파견직은 450명으로 파악된다. 

<소비자경제> 취재 결과 정규직화 협의체에 노동자 대표로 들어가 있는 2명도 이미 계약 기간이 종료돼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실제 계약서상의 계약기간보다 적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가량 더 일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한전 KDN에서 일했던 한 파견직 노동자는 “한전KDN이 업무인수인계 기간이라는 것을 핑계로 실제 계약기간보다 더 먼저 들어와 일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름가량은 PC도 정식으로 배정받지 못한 채 업무 지시를 받았다. 보안 감사가 나와 PC를 점검하면 없는 사람인 척 나가 있으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관례라고 하더라”면서 “파견근로자도 용역처럼 기간제로 돌려서 협의회를 유지해 달라고 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 결국 계약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노재찬 노무사는 “하물며 교육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여긴다. 중소기업에서 관리자가 없어 하루 이틀 정도 시한을 넘긴 것도 아니고 공기업에서 관례적으로 이런 식의 인사 관리를 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사기업보다 공기업이 더 인사 관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한전 KDN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파견직 노동자는 “억울하지만 노동조합도 기댈 수 없는 곳이어서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파견업체로부터 조용히 계약 만료에 응하면 다음 일자리를 잘 알아봐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파견업체들 중 절반이 퇴직자들의 재취업용으로 활용됐거나 가족,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등, 유착관계가 심각해, 파견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에 더 민감한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 KDN이 파견법을 어겼다는 논란이 제기될 시, 파견업체의 필요에 의해 업무인수기간을 둔 것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한전 KDN 관계자는 "2년 계약이 종료된 파견직 노동자들 중 2년 시한을 넘긴 노동자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수긍했다. 그러면서 "일단 계약을 종료한 후 정규직 화 할 사람들은 전형을 통해 채용할 계획이다. 이 중 40%는 의무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경제>가 "이미 2년이 넘어 계약이 종료된 경우는 파견법 위반이 아니냐"고 재차 묻자, "파견직 노동자들을 전부 채용할 수가 없다. 회사 정원이 있는데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년 시한을 넘어 계약이 종료된 파견직 노동자의 숫자가 한 둘이 아니란 뜻으로 풀이된다. 

◇ 한전KDN 모기업 한전은 나몰라라 발뺌 

한전KDN은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이다. 1992년 전력 정보시스템 기술의 고도화·전문화를 통한 전력 IT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발전에서부터 송변전·배전·판매에 이르는 전력 계통 전 과정에 대한 IT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전력계통 감시 및 제어, 전력사업 정보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실상 한전에서 발주하는 전력 사업의 IT 관련 부분을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한전의 2017년 매출은 6194억 6982만 원이었다. 매출 대부분은 한전과 한전 관계사로부터 나온 것이다. 

한전 KDN의 인사이동이나 정책 시행도 늘 한전을 따라가는 식이다. 지난 4월, 한전의 인사이동이 있은 후 6월 한전 KDN의 인사이동이 있었던 것도 한전 KDN이 한전의 그림자와 같은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한전 KDN의 문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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