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불거진 이른바 ‘남산 3억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이 이른바 '신한 사태'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서 위증하고, 부하 직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했다. 

위 행장은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재직 중이던 2010년, 측근인 이 씨를 일본에 있던 송모씨에게 보내 “남산 3억 원과 관련한 진술을 하지 말라”고 회유하고, 2012년 열린 공판에서 “이 씨를 일본에 보낸 사실이 없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지검 형사 1부는 17일 최근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 계열사 사장 김 모 씨 등 신한은행 전·현직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사태’는 2010년 9월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직원 등 7명을 15억 원대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빼돌려졌다는 15억 원 중 용처가 불분명한 3억 원의 행방에 집중 추궁했다. 

당시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 출범 직전이었던 2008년 2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남산의 한 주차장에서 3억 원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라응찬 전 회장 측이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MB정권 실세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 돈은 당시 권력 실세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지만 3억 원의 행방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그간 돈을 준 사람은 있지만 받은 사람은 없는 이 사건에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꼬리표가 내내 따라다녔다. 

검찰이 출처만 조사했을 분, 용처에 대해서는 공소 사실에 조차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 증인으로 나왔던 전달자 중 1명인 비서실 직원 송모씨는 “3억원이 정치권으로 넘어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위성호 현 신한은행장으로부터 당분간 숨어 지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위 행장은 재판에서 이를 모두 부인했다. 

결국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경제개혁연대가 201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 간 연루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2015년 3월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려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신상훈과 이백순이 신한은행 법인 자금을 횡령했다는 선에서 둘을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을 지금까지도 식지 않았다.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이백순 전 부사장이 신한은행 법인 자금 3억 원을 남산에서 누군가에게 전달했다는 사실과 남산 3억 원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위성호 행장(전 부사장)이 신한은행 PB센터장인 이모 씨를 시켜 3억 원 전달자인 박 씨와 송 씨에게 위증까지 시켜가면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사건이 단순 내부 권력 다툼을 넘어선 금융권의 권력형 비리 문제일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는 위 행장의 위증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토대로 조만간 위 행장을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신한사태의 중심인물이 은행장 선임...여전히 모르쇠로 일관

신한사태가 발생하고도 2017년 차기 은행장이 선임될 당시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위성호 행장의 선임을 반대했다. 

신한은행 유주선 노조위원장도 “1만 5000여명의 직원과 소비자는 아직도 신한사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은행장 선임을 통해 앞으로 더 이상 지배구조 불안정과 신한은행의 조직문화가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밝히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금융정의연대도 “위성호 사장의 진술은 다른 증인들에 대한 공판 신문조서를 통해 거짓으로 판명됐다. 의혹에 휘말린 사람은 은행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엇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건강한 세대교체를 이뤄내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위 행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하는데 그쳤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연결된 인사들의 고리를 끊지는 못했다. 

그간 남산 3억 원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도 줄기차게 있어 왔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개입된 불법과 비리가 국민 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그 피해를 자칫 국민 신한은행 직원들과 소비자가 고스란히 안게 되는 까닭이다. 

우려를 입증이라도 하는 듯, 최근 신한은행에서 불거진 채용비리에 신한사태의 핵심인물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자녀들이 신한은행이나 신한카드에 입사해 근무 중이거나 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3월 취임한 위은행장도 취임 후 100일도 안 돼 용산구청의 1억 원대 금고운영권을유치하는 과정에서 구청장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남산 3억원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수많은 목소리를 외면하며 요지부동이던 검찰은 현재 두 축으로 조사 중이다. 앞서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가 당시 신한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보고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과 관련, 채용비리에 남산 3억원 사건의 중심 인물들도 연루 되는 등, 끊임없이 적페 논란이 일면서 중앙지검도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는 “지난해 2월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하고 3월에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19일에도 대검찰청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그런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다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한은행이 신한사태, 채용비리 등, 각종 물의를 일으키며 금융적폐의 한 축으로 인식되는데도 단 한 번도 대국민 사과조차 없다. 여론에서 잊혀지기 만을 바라는 모습에 분노한다”면서 “검찰이 일벌백계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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